아침 공기 속에 퍼지는 봄 향기의 정체

비 온 다음 날, 들판에 나가면 공기부터 다르다. 눅눅하면서도 흙 내음이 올라오는 날, 산책길 옆에 자그마하게 고개를 든 풀이 눈에 들어온다. 겉보기엔 그저 흔한 풀 같지만, 바람이 스치면 은근한 쌉싸름함과 꽃 향이 밀려든다. 봄에만 만날 수 있는 나물, 삼잎국화다.
이 나물은 북아메리카가 원산지다. 영어 이름은 골든 글로(Golden glow)로 불린다. 국내에선 꽃이 예뻐서 꽃나물이라 부르기도 하고, 키가 커서 키다리나물이라는 별명도 있다. 옛 어르신들 중에는 집에 한두 포기 심어두고 봄엔 잎을 따 먹고 여름엔 꽃을 감상하던 기억을 가진 이들도 있다.
삼잎국화는 이맘때가 지나면 금방 자취를 감춘다. 봄이 깊어질수록 줄기는 질겨지고, 특유의 향도 흐려진다. 그래서 봄을 아는 사람들은 시장에 삼잎국화가 나오면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한번 맛을 보면 잊기 어려운 향 때문이다. 어떤 이는 그 향을 두릅이라 하고, 또 어떤 이는 취나물 같다고 말한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향이 강한 나물 중에서도 가장 부드럽게 입안에 퍼지는 편이다.
무침으로 제일 맛있고, 보관도 간편하다

삼잎국화는 잎 끝이 세 갈래로 갈라지고, 줄기는 부드럽고 연하다. 데치면 초록빛이 선명하게 살아나며, 식감은 무르지 않고 아삭함을 남긴다. 나물 자체의 향이 강한 편이라 간단한 양념만으로도 충분한 맛을 낸다. 별다른 재료 없이도 그 자체만으로 봄 한철 밥상을 채울 수 있다.
삼겹살과 곁들이면 깔끔하게 느끼함을 잡아주고, 쌈장 없이도 조화로운 조합이 된다. 특히 향이 강하지 않고, 그렇다고 밋밋하지도 않아서 어떤 음식과도 잘 어울린다. 비빔밥에 한 가지 나물로 더해도 전체 향이 달라진다. 밥 위에 살짝 얹기만 해도 입안에 봄 향이 퍼진다.

이 나물은 손질도 간편하고, 조리 시간도 짧다. 줄기가 질기지 않아 자르기 쉽고, 잎이 얇아 흙도 금방 씻긴다. 끓는 물에 소금 한 꼬집 넣고 데치는 시간은 40초에서 1분 정도가 적당하다. 시간이 길어지면 나물이 무르고 향도 빠지기 때문에 반드시 짧게 데쳐야 한다. 데친 뒤엔 곧바로 찬물에 헹궈 색과 결을 살린다. 물기를 짤 때도 손으로 가볍게 짜주면 결이 무너지지 않아 보기에도 좋고 먹기에도 좋다.
그다음은 양념. 다진 마늘은 정말 조금, 콩알 크기만큼만 넣는다. 국간장은 한 작은 술 정도가 적당하고, 들기름은 넉넉하게 넣는 것이 향을 살리는 비결이다. 손으로 살살 버무리다 보면 나물 전체에 기름기가 은은하게 돌면서 본래의 향이 올라온다. 마지막으로 깨소금을 뿌리면 고소함이 더해져 완성된다.
이렇게 무쳐 놓은 삼잎국화는 냉장고에 이틀 정도 보관해도 맛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 데친 후 바로 먹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미리 만들어두면 반찬 걱정이 줄어든다. 다른 나물처럼 하루만 지나도 질겨지거나 풀이 죽는 경우가 적다. 그래서 봄철 나물 중에서도 보관이 간편한 편에 속한다.
삼잎국화는 아직 널리 알려진 식재료는 아니다. 하지만 향이 독특하고 준비 과정이 복잡하지 않아 한 번 접하면 매년 이맘때쯤 다시 찾게 된다.
삼잎국화 무침 레시피 요약

■ 요리 재료
삼잎국화 150g, 국간장 1작은술, 다진 마늘 1/3작은술, 들기름 1큰술, 깨소금 약간
■ 만드는 순서
1. 삼잎국화를 깨끗이 씻고 질긴 끝부분을 자른다
2. 끓는 물에 소금 약간 넣고 40초 정도 데친다
3. 찬물에 헹군 후 물기를 꼭 짠다
4. 볼에 나물을 담고 마늘, 간장, 들기름 넣어 무친다
5. 깨소금 뿌려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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