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성능향상의 상사점

박준규 칼럼니스트

이제 막 시장에 풀리기 시작한 테슬라 사이버트럭의 무게는 3톤에서 조금 모자란다. 대형 SUV의 중량이 최대 2.5톤 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해 보면 엄청난 무게임에 틀림없다. 미국에서는 도심의 철골구조 주차장에 사이버트럭 같은 고중량의 전기차가 대량으로 진입했을 경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와는 관계 없이 무거운 중량은 차량의 관성을 크게하여 운동 특성을 떨어뜨리고, 타이어의 마모를 촉진시킨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또한 무거운 중량은 차량을 움직이거나 멈추는데도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멈추는 부분의 일부는 회생에너진로 회수하고 있지만, 충돌사고와 같은 경우에는 상황을 아주 많이 악화시킨다. 충돌 안전성이나 차량의 동력학적 특성 즉, 승차감이나 핸들링 특성이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무게는 1.7톤 내외라고 생각된다. 물론 이것은 필자의 뇌피셜이다. 가솔린 엔진을 탑재한 하이퍼카들의 경우 1.3톤 근처이고, 고급 풀사이즈 세단의 경우는 2톤 근처이다. 1.7톤이라면 적당히 핸들링과 승차감, 그리고 안전성이 어느 정도 담보되는 차체까지 구성이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1.5톤 이하의 무게에서는 고급스러운 승차감을 어느정도 포기하기 시작해야하고, 2톤 이상에서는 연비와 동특성을 걱정해야 하니, 1.7톤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모든 자동차 회사들이 중량절감을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배터리라는 어찌할 수 없는 덩치가 전기차에는 들어가 있다. 결국 배터리 차원에서의 중량절감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모든 배터리 제조사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으며, 보다 높은 에너지밀도를 달성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진공관의 원리에 뿌리를 둔 트랜지스터는 1948년 미국 벨연구소의 그 유명한 3인방에 의해 처음 소개되었다. 그 전에도 반도체의 연구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 벨연구소에서 개발한 기술이 오늘날 사용하는 반도체의 시초로 알려져 있다. 1884년 에디슨이 백열전구를 연구하면서 발견한 일종의 증폭 효과는 진공관으로 상용화되면서 세상의 많은 부분을 바꿔놓았다. 무선통신이 일상화되고, 오디오 기기들이 발전하였으며, 1, 2차 세계대전기간 동안 가장 중요한 전쟁물자로 자리잡았다. 우리가 영화에서 자주 접하는 고사포의 근접신관이 진공관을 이용한 대표적인 군사장비였다. 물론 당시에는 극비사항이었지만. 하지만 1950년대부터 트랜지스터가 대량으로 양산되면서 진공관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지금의 배터리의 상황은 진공관 시대를 지나 트랜지스터 시대에 와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모두들 아시는 바와 같이 이후 트랜지스터는 IC 즉, 집적회로로 발전하면서 인류를 새로운 차원의 세상에 살도록 해 주었다.

필자는 지금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배터리 기술들이 순차적으로 실용화된다면 트랜지스터의 발명과 비슷한 상황으로 접어들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물론 집적회로의 이론적 생산한계가 알려져 있는 것처럼 배터리의 경우도 화학적, 물리학적 이론에 바탕을 둔 기술적 한계치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며, 리튬이온의 경우 그 한계치에 도달하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어디에선가 본 적이 있다. 여기에 더해 배터리 제조사들은 새로운 화학적 구성에 대해서도 지속적으로 연구를 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 에너지밀도에서 더 개선이 되지 않더라도 생산원가가 감소하면서 저변이 확대되는 모습도 기대할 만 하다. 에너지가 저장된다는 측면에서 발전으로 조달하는 에너지의 사용 효율도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심야전기를 ESS에 저장해 두었다가 낮시간에 에너지를 사용하게 된다면, 발전설비의 증설 없이도 에너지피크에 대비할 수 있다.

진공관을 사용하여 제작되었던 최초의 전자식 컴퓨터인 에니악은 총 중량이 30톤에 육박했다고 한다. 에니악의 성능은 지금 우리가 가끔 사용하는 전자계산기 정도의 수준이었다. 지금 자동차에서 사용하는 배터리가 핸드폰 수준의 크기로 줄어든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까? 물론 이것은 이론적으로도 가능한 얘기는 아니라는 점에 유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