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염→아토피→천식…돌고도는 '알레르기 행진' 호흡곤란도 부른다?

정심교 기자 2025. 3. 2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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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의 내몸읽기]

#. 23세 여성 김모 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봄이 찾아오면서 아침마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콧물이 흐르고, 밤에는 코가 막혀 잠을 이루지 못해 다음날 업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상생활에 불편을 느낄 정도로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찾은 김씨는 알레르기 비염으로 진단받았다. 김씨는 내년 봄은 또 어떻게 마주해야 할지 벌써부터 걱정된다.

김씨처럼 예년과 달리 이번 봄, 유독 콧물이 많이 흐르거나 기침을 심하게 하는 등 알레르기 증상으로 고생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황사·꽃가루야 매년 봄이면 불어오지만, 최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까지 연일 공기를 파고들면서 호흡기를 괴롭히기 때문이다. 봄철 이런 알레르기 증상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질환은 △알레르기 비염 △기관지 천식 △아토피 피부염 등 '3총사'다. 이들 질환 세 가지는 나이에 따라 돌아가며 나타나는데, 이를 '알레르기 행진'(Allergic March)이라고 한다.

이상표 가천대 길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교수는 "알레르기 행진은 알레르기 질환이 특징적으로 순서에 따라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나타나는 것"이라며 "영아에게서 발생하는 아토피 피부염이나 식품 알레르기가 절정을 이루다가 수그러들면서 알레르기 비염이 발생하고, 이것이 천식의 형태로 옮겨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신생아 초기에는 소화기 알레르기로 설사·혈변을 보다가 생후 100일이 넘으면 '아토피 피부염', 그 이후 '기관지 천식'을 보이다가 생후 5세 이후 '알레르기 비염'으로 진행하는 사례가 적잖다.

한 연구에 따르면 5세 이전에 아토피 피부염이 관찰된 환자를 7세까지 추적했더니 이들의 43%에서 천식이 발생했고, 45%에서 알레르기비염이 관찰됐다. 이런 이유로 아토피피부염은 이후 발생할 호흡기 알레르기를 예측하는 지표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상표 교수는 "이런 알레르기 행진의 주요 현상은 1980년대 해외에서 이미 연구가 시작됐지만 아직까지 행진을 차단하는 근거와 방법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밝혀진 게 없다"고 언급했다.

알레르기 행진을 대비하려면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파악해 피하는 게 최선이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물질(알레르겐·항원)으로는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등과 같은 호흡기 항원과 우유, 계란, 견과류, 생선 등의 식품 항원 등이 있다.

알레르기 유발 물질을 찾기 위한 피부 테스트.

이런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원인 물질(항원)과 우리 몸의 어느 부위가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느냐에 따라서 병명이 달라질 수 있지만 작용 기전은 비슷하다. 알레르기 질환은 가족력이 있으며, 유전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환경요인도 알레르기 질환의 중요한 원인으로 꼽힌다. 미세먼지 같은 대기오염물질, 흡연, 특정 식품 등에 노출될 때다.

한양대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상헌 교수는 "가족 중에 천식, 알레르기 비염 등의 알레르기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 알레르기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긴 하지만, 가족 중 알레르기 질환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알레르기 질환이 발생하는 건 아니"라며 "유전적 소인 외에 환경적인 영향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지난 수십 년간 알레르기 질환이 매우 빠른 속도로 증가한 배경이다.

전 세계 인구의 약 20%의가 알레르기 질환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에선 2021년 기준 만 19세 이상 성인의 알레르기 비염의 유병률은 18.8%, 아토피 피부염은 5.6%, 천식은 3%로 나타났다(질병관리청 만성질환건강통계).

이들 알레르기 질환은 대부분 가벼운 증상을 보인다. 콧물, 코막힘, 재채기, 기침, 두드러기, 가려움증 등으로 나타나며 유발하는 원인 항원을 피하면 대개 호전된다. 하지만 알레르기가 심한 경우 아나필락시스(과민성 쇼크)를 일으키는데, 이는 급성 알레르기 반응으로 항원에 노출된 후 몇 분 안에 나타난다. 혈압이 빠르게 떨어지고, 호흡 곤란, 실신, 빈맥, 경련 같은 증상을 일으키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다양한 요인. /자료=국가건강정보포털

이런 세 가지 알레르기 질환이 돌아가며 나타나는 '알레르기 행진'을 막으려면 먼저 알레르기 질환부터 정확히 진단해야 한다. 'MAST 검사'라는 혈액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알레르기라고 진단한다. 양성이면 환자에게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원인 물질을 찾아야 한다.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 몸속에 침투하면 감작 반응이 일어난다. 우리 몸이 외부에서 들어온 특정 알레르기 원인 물질에 반응하면 특이항체(IgE)를 만드는데, 이것이 생겼는지를 이 검사로 알 수 있다.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신재민 교수는 "알레르기 비염은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증상 완화와 예방을 위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고 일상적인 생활습관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봄철에는 꽃가루와 미세먼지로 인해 증상이 심화할 수 있다. 조기 치료와 지속적인 관리만이 고통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재민 교수는 "봄철에는 특히 코세척을 추천한다. 코세척은 코점막의 섬모 운동을 활발하게 도와주고, 알레르기의 원인이 되는 항원 물질을 씻어내는데 효과적이다"며 "멸균된 생리식염수나 끓여서 식힌 물에 적절한 농도의 소금을 녹인 식염수를 이용해 매일 코세척을 하면 예방에 효과적이다"고 조언했다.

정심교 기자 simk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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