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미숙의 집수다] 대출 규제에 고가 아파트 타격…중저가 거래 비중 늘었다
금리 인상·스트레스 DSR 등 매수세 관망…집값 급등지역 거래 감소폭 커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최근 집값 상승 여파로 증가 추세를 보이던 고가 아파트 거래 비중이 다시 감소하고, 9억원 이하 중저가 아파트 거래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상과 이달 2단계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시행 등 강화된 금융규제가 원인으로 보인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내역(25일 신고 기준)을 분석한 결과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지난 7월 41.8%에서 8월 46.0%로 크게 증가했다.
9월 계약 물건은 신고 기한이 다음 달 말까지여서 신고 건수가 많지 않지만, 현재까지 신고된 963건 가운데 58.4%가 9억원 이하 아파트다.
다만 잔금 마련 때문에 고가보다는 중저가 아파트의 거래 신고가 상대적으로 빠른 경향이 있어 중저가 비중은 이보다는 점차 줄어들 전망이다.
서울의 9억원 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집값이 약세를 보이고 거래가 감소한 올해 1∼2월에 평균 53.8%까지 늘었다.
지난해 시작된 9억원 이하 주택에 제공됐던 특례보금자리론 대출이 올해 1월 말까지 이어진 가운데 이러한 정책자금 지원 대상인 중저가 아파트의 거래가 상대적으로 많았다.
이후 점차 아파트값이 오르고, 거래량이 증가하면서 올해 3∼4월에는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이 48.6%로 줄었고, 5∼6월 들어 41.3%로 감소했다.
특례보금자리론 중단 이후 9억원 이하 주택에 대해 저리의 신생아 특례대출이 지원되고 있지만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고가 아파트가 많은 강남권이나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인기 지역의 거래가 더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
8월 이후 다시 9억원 이하 거래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은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침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금리 인상 등 대출 옥죄기에 나선 영향이 큰 것으로 풀이된다.
이달부터는 2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고, 시중은행이 다주택자 대출 제한에 나서면서 일단 정부 정책자금 지원 대상 외에는 매수를 유보하고 관망하는 수요가 많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거래 신고 건수는 지난 7월 8천851건(계약일 기준)에서 8월 들어 5천908건으로 감소했고, 9월 신고 건은 현재까지 963건에 그치고 있다.
8월 계약분은 이달 말까지, 9월 계약분은 다음 달 말까지 각각 신고 기한이 남아 있고 8월은 대출 규제 전 막바지 매수세가 몰렸을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7월 거래량에는 못 미칠 전망이다.
9억원 이하 중저가 비중이 커진 반면, 15억원 초과 고가아파트 거래 비중은 감소했다.
15억원 초과 거래 비중은 5∼6월 23.5%에서 8월 들어 20.8%로 줄었다. 이달 현재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15억원 초과 거래 비중은 16.8% 수준이다.
송파구 잠실동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힘들어지다 보니 일단 지켜보겠다는 매수자들이 많다"면서 "무엇보다 강북보다는 고가 아파트가 밀집한 강남권이나 강북 준상급지 등 신고가 속출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 부담을 느껴 추격 매수를 꺼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노원구와 도봉구의 8월 신고 건수는 각각 510건과 183건으로 7월 대비 30.5%, 22.5% 감소한 반면, 송파구(402건)와 강남구(380건)는 전월 대비 42.7%, 32.1% 줄어 감소폭이 더 컸다.
마포구도 8월 거래 신고 건이 현재까지 269건으로 7월 대비 34.7% 줄었다.
전문가들은 전반적인 거래 감소 속에 일단 아파트값 상승세도 주춤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폭은 0.16%로 전주(0.23%)보다 둔화하는 등 지난달 중순 이후 감소 추세다.
전세 시장도 대출 금리 인상으로 신규로 전세를 얻으려는 수요가 줄면서 가격 상승폭이 전반적으로 8월 중순 이후 둔화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최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하는 '빅컷'을 단행한 가운데 우리나라도 내수 부진 등으로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거래 감소가 계속해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국내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만큼 정부가 대출이나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등 추가로 규제를 강화하지 않는 한 현재의 집을 사려는 기조는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s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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