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50' 오타니의 쇼타임…4년 연속 써가는 '각본 없는 드라마'
지난해 WBC 우승·MVP 활약했으나 부상 악재…올해 타격 전념
통역사 비리·이적생 부담 이겨내고 50-50 달성에 가을야구 진출
(서울=연합뉴스) 홍규빈 기자 = '오타니 쇼타임.'
오타니 쇼헤이(로스앤젤레스 다저스)의 이름에 '쇼 타임'(show time)을 합성한 조어로, 오타니가 맹활약을 떨치는 날이면 각종 헤드라인에서 쓰이는 단어다.
오타니는 20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론디포파크에서 열린 2024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마이애미 말린스전에서 홈런 3개와 도루 2개를 폭발하며 사상 첫 50홈런-50도루의 대기록을 작성했다.
각종 악재를 안고 출발했던 2024시즌도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시즌으로 장식하는 순간이었다.
2018년 메이저리그에 입성한 오타니는 '투타 겸업'으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해 투수로 4승 2패 평균자책점 3.31을 수확하고 타자로는 타율 0.285에 22홈런 61타점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신인상을 차지했다.
그런데 부상이 오타니의 발목을 잡았다.
2018년 10월 팔꿈치 수술을 한 오타니는 그 여파로 2019년에는 마운드에는 서지 못했고, 2020년에도 팔꿈치 염좌로 2경기 1⅔이닝 7실점에 그쳤다.
하지만 슈퍼스타 오타니에게 고난이란 극적인 효과를 배가해주는 요소일 뿐이었다.
오타니는 2021년 타자로서 타율 0.257 46홈런 100타점 103득점 25도루를 기록했고 투수로서 9승 2패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MLB 최초로 투수·야수 올스타에 동시 선발됐고 100이닝-100탈삼진-100안타-100타점-100득점 대기록을 세웠다.
그리고 역대 11번째 만장일치 아메리칸리그 최우수선수(MVP)에 올랐다.
오타니는 2022시즌 투수와 타자로서 한 층 더 성장했다.
오타니는 MLB 역사상 최초로 규정 이닝(162이닝)·타석(502타석)을 동시 달성했고, 투타 겸업의 원조 베이브 루스 이래 104년 만에 10홈런-10승 기록(34홈런-15승)을 작성했다.
그리고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거치며 이 시대 야구를 상징하는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오타니는 WBC에서 7경기 타율 0.435(23타수 10안타)를 치는 동시에 투수로 3경기 2승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6으로 맹활약했다.
특히 미국과의 결승전에서 당시 소속팀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 동료이자 미국팀 주장인 마이크 트라우트를 날카로운 슬라이더로 삼진 처리한 순간은 명장면으로 기억된다.
그 결승전이 열렸던 곳은 우연하게도 오타니가 이날 50-50을 달성한 론디포파크다.
오타니는 작년 정규시즌에서도 무시무시한 성적을 이어가며 개인 두 번째 만장일치 MVP를 받았다.
오타니는 2023시즌 투수로 23경기 132이닝 10승 5패 평균자책점 3.14를 기록했고, 타자로는 135경기 타율 0.304, 44홈런, 95타점을 올렸다.
다만 부상이 문제였다.
오타니는 작년 8월 팔꿈치 인대 부상으로 투수 활동을 접었고, 그다음 달 생애 두 번째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고 시즌 아웃됐다.
그런데도 오타니는 큰 가치를 인정받아 10년 7억 달러(약 9천200억 원)의 MLB 역대 최고 계약에 로스앤젤레스 다저스로 이적했다.
동전의 양면처럼 자신감과 함께 부담감도 클 법한 상황에서 그의 측근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가 오타니의 돈에 손을 대는 불미스러운 일도 발생했다.
오타니도 마음고생한 듯 개막 9경기 만에야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치기도 했다.
하지만 오타니는 또 한 번 위기를 기회로 만들며 올해도 자신의 '쇼타임'으로 만들었다.
타격에 전념하는 자신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려는 듯 역대 6번째 40홈런-40도루를 작성하더니 50-50도 가뿐히 성공했다. 오타니는 현재 51홈런-51도루를 기록 중이다.
이날 경기로 숙원이었던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한 오타니가 가을 무대에서 이어 나갈 행보도 기대를 모은다.
bing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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