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기름과 들기름의 산패 원리, 그리고 고소한 향을 1년까지 지키는 차광 냉장 보관법

참기름을 가스레인지 옆이나 싱크대 위에 꺼내 놓고 쓰고 계시진 않습니까.
요리할 때 바로 집어 쓰기 편하다는 이유로 대부분 이렇게 보관합니다.
그런데 이 위치가 참기름의 맛과 영양을 가장 빠르게 망치는 자리입니다.
참기름과 들기름은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기름입니다.
쉽게 말해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은 대신, 그만큼 열과 빛과 공기에 약합니다.

이 세 가지에 노출되면 기름이 산소와 결합하면서 산패가 시작됩니다.
산패된 기름에서는 과산화물이라는 유해 성분이 만들어집니다.
한국식품연구원의 실험에 따르면, 참기름을 섭씨 25도 상온에서 투명 용기에 보관했을 때 3개월 후 과산화물가가 식용 기준치에 근접할 정도로 올라갔습니다.
같은 참기름을 차광 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한 경우에는 12개월이 지나도 과산화물가가 기준치의 절반 이하를 유지했습니다.
보관 방법 하나로 기름의 수명이 4배나 차이가 난 것입니다.

분명 얼마 전에 산 참기름인데 나물에 넣었을 때 고소한 향이 예전 같지 않다고 느끼셨던 경험, 한 번쯤 있으실 것입니다.
그 참기름은 이미 산패가 진행되고 있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산패된 기름은 맛만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도 산패가 진행된 식용유는 체내 활성산소를 증가시켜 세포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참기름과 들기름을 올바르게 보관하는 방법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1. 참기름은 차광 용기에 담아 냉장 보관하세요.
산패의 가장 큰 적은 빛입니다.
투명한 유리병이나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있는 참기름은 빛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산화 속도가 빨라집니다.
참기름을 구입했을 때 투명 병에 들어 있다면 반드시 차광 용기로 옮겨 담으세요.
갈색 유리병이나 스테인리스 용기가 가장 좋습니다.

차광 용기가 없다면 투명 병을 알루미늄 호일로 빈틈없이 감싸는 것만으로도 빛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용기에 담은 뒤 냉장고 안쪽 칸에 보관하세요.
문쪽 선반은 여닫을 때마다 온도가 올라가기 때문에 피해야 합니다.
식용유 전문가 이 씨는 참기름의 적정 보관 온도는 섭씨 0도에서 5도 사이이며, 이 온도를 유지하면 개봉 후에도 6개월에서 12개월까지 산패 없이 고소한 향이 유지된다고 말합니다.

2. 들기름은 반드시 냉장하고, 2개월 안에 드세요.
들기름은 참기름보다 산패 속도가 훨씬 빠릅니다.
들기름의 주성분인 알파리놀렌산은 불포화도가 매우 높아서 공기와 접촉하는 순간부터 산화가 시작됩니다.
농촌진흥청의 저장 실험에서도 들기름은 상온 보관 시 2주 만에 산패 지표가 급격히 상승했습니다.

들기름을 사면 개봉 즉시 냉장고에 넣으세요.냉장 보관하더라도 가능하면 2개월 안에 소진하는 것이 좋습니다.
대용량보다는 소용량으로 자주 사서 빨리 쓰는 것이 들기름의 정석입니다.
들기름으로 나물을 무쳤는데 고소한 맛 대신 쓴맛이 났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그 들기름은 이미 산패가 상당히 진행된 것입니다.

3. 뚜껑은 사용 직후 바로 닫으세요.
기름을 쓸 때 뚜껑을 열어 놓은 채 요리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뚜껑이 열려 있는 동안 공기 중 산소가 기름 안으로 들어가면서 산패가 가속됩니다.
기름을 덜어낸 뒤 5초 안에 뚜껑을 닫는 습관을 들이세요.
이 작은 습관 하나가 산패 속도를 눈에 띄게 늦춰줍니다.
가능하다면 기름을 소분해서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자주 쓰는 양만 작은 차광 병에 덜어두고, 나머지는 냉장고에 보관하세요.
큰 병을 매번 꺼내 열고 닫는 것보다 공기 노출 횟수가 크게 줄어듭니다.

4. 가스레인지 옆은 절대 안 됩니다.
가스레인지 주변은 조리 중 온도가 섭씨 40도 이상 올라갑니다.
열은 빛과 함께 산패의 양대 원인입니다.
편리하더라도 기름을 가스레인지 옆에 두는 것은 산패를 부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냉장고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것이 번거롭다면 조리대 아래 서랍처럼 직사광선과 열원에서 먼 곳에 소분 병만 두세요.

정리하면, 참기름은 차광 용기에 넣어 냉장고 안쪽에 보관하면 12개월, 들기름은 냉장 보관 후 2개월 안에 소진, 뚜껑은 5초 안에 닫기, 열원 근처에는 절대 두지 않기입니다.
한 병에 만 원이 넘는 참기름과 들기름입니다.
보관법 하나만 바꿔도 마지막 한 방울까지 고소하게 쓸 수 있습니다.
오늘 저녁, 가스레인지 옆에 놓여 있는 참기름부터 냉장고 안쪽으로 옮겨 보십시오.
다음 나물을 무칠 때 향이 확 달라진 것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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