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마지막 파격과 논란의 작품이 개봉했다

▲ 영화 <언더 유어 베드> ⓒ 트리플픽쳐스

존재의 의미를 잃어가던 9년 전, 자기 이름을 불러준 '예은'을 잊지 못하던 '지훈'이 남편의 폭력에 무너져 가는 그녀와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언더 유어 베드>가 12월 13일 개봉했습니다.

'지훈'은 어린 시절 자신 때문에 형이 교통사고로 죽자, 가족과 주변인들에게 존재가 지워진 채 살아왔는데요.

대학 1학년 때 '지훈'이란 자신의 이름을 불러준 '예은'을 만나 처음으로 살아있음을 느끼죠.

9년이 흐른 후 우연히 자신의 존재를 느끼게 해준 '예은'과 관상어 가게 사장과 손님으로 재회하지만, '예은'은 그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데요.

그때부터 '지훈'은 '예은'의 주변을 맴돌고, '예은'의 집에 수족관을 설치하게 되면서 선을 넘고 맙니다.

'예은'의 집에 도청기와 카메라를 설치하고, '예은'을 관찰하며, 급기야 '예은'의 침대 밑으로 숨어 들어가, 삶의 밑바닥을 비로소 발견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한편, 발레리나를 꿈꾸던 대학생이었던 '예은'은 결혼 후 빛도 웃음도 향기도 잃고 다른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었죠.

남편의 가스라이팅과 폭력에 길들어 살다가 9년 만에 '지훈'을 만나지만, 그를 알아보지 못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는지도 모릅니다.

남편 '형오'(신수항)의 의처증에 시달리던 어느 날, 누군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데요.

육체적인 폭력만큼이나 또 다른 불안을 느끼며, '예은'은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자신을 되찾으려 합니다.

<언더 유어 베드>는 '일본의 쿠엔틴 타란티노' 혹은 '제2의 기타노 타케시'라 불리며 일본의 포스트 뉴웨이브를 대표하는 감독 사부의 신작인데요.

배우 활동에는 본명 다나카 히로유키를 쓰고, 감독으로서는 사부(SABU)라는 예명을 쓰죠.

그는 <포스트 맨 블루스>(1997년), <먼데이>(2000년), <행복의 종>(2003년) 등을 통해 기존 장르 관습을 허물고, 독특하고 실험적인 기법과 새로운 누아르 감수성, 자신만의 스타일을 갖춘 일본의 거장 감독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부 감독의 첫 번째 한국영화 데뷔작 <언더 유어 베드>는 일본의 장르소설 작가 오이시 케이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데요.

사랑과 폭력에 대한 인간의 밑바닥 본성을 사부 스타일로 표현한 작품이죠.

그래서인지, 영상물등급위원회는 "학대에 가까운 성행위 장면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성적 맥락과 관련된 신체 노출이 빈번하게 표현되어 있으며, 칼에 찔린 목에서 피가 쏟아져 내리는 장면, 쇠구슬을 상대의 눈에 박아 넣는 장면"이 표현되어 있다며, 청소년관람불가 판정을 내렸는데요.

세 인물 모두 정상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 않는데, 일그러진 사랑이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가기를 원했는지 묻자, 사부 감독은 "현대 사회의 왜곡된 모습, 압력 그리고 그런 것들로부터 오는 고독과 공포를 그리고 싶었다"라면서, "현대 사회는 SNS의 발달로 인해 목소리를 훨씬 더 내기 쉬운 사회가 됐다. 여성들이 더 강하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하지만, 여전히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여성도 많을 거로 생각한다"라고 입을 열었죠.

그런 의미에서 '형오' 역시 어렸을 적 가족 관계에 문제가 있었고, 도와달라고 목소리를 높여야 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이런 면에서는 '형오'와 '예은'은 닮아있다. '지훈' 또한 마찬가지다. 세 인물 모두 도와달라고 외치지를 못했다. <언더 유어 베드>는 도움을 요청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한편에서는 도움의 목소리를 내었을 때 듣는 쪽의 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것은 친절함일 수도, 사랑일 수도 있는데 이런 메시지는 이전 코미디 장르에서 그렸던 것과 어느 정도 연결되는 부분이 있다. '예은'은 '형오'에게 구속당하면서 친정에도 가지 못하는데, 처음에는 '예은'은 남편의 폭력까진 아니었지만, '형오'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다. '형오' 역시 폭력을 사랑이라고 잘 못 생각하는 상황으로 이런 미묘한 관계를 시간이 있었다면 더 깊게 그리고 싶었지만, 상황이 여의찮았다." - 사부 감독

'예은' 역은 2019년 영화 <독고다이>에서 주연을 맡아 액션 연기를 무리 없이 소화해 냈고, 2020년 <히든싱어6> '백지영 편'에 출연해 최종 6위를 기록하는 등 노래 실력까지 갖춘 다재다능한 신예 배우 이윤우가 맡았는데요.

이윤우는 "사람은 모두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산다. 사람들은 모두 내면에 어두움을 지녔지만, 겉으론 밝게 웃으며 살아간다. '예은'은 행복할 자유를 뺏겨 자신의 정체성과 존재 자체를 잃어버리고 잘못된 의지를 갖고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이지만, 이게 '예은'이 '형오'를 사랑하는 방식이었다"라고 해석했죠.

"'예은'을 연기할 때 평소 나의 포장된 밝은 모습을 내려놓고 어두운 모습을 꺼냈다. '예은'을 연기하려 하기보다 먼저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애썼다. 최대한 '예은'이 행복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행복해지고 싶은 '나'를 연기했다. 원래 밝고 강단 있는 연기만 해오던 나에겐 정말 새로운 도전이고 경험이었다.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아주 힘들었지만, 계속 새로운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은 나에겐 정말 뜻깊은 영화다." - 이윤우

'형오' 역할을 맡은 신수항도 "'형오'는 정신이 아픈 인물이다. 영화 속 대사들을 보면 '형오'는 유년 시절부터 부모에게 항상 형과 비교를 당하며 학대를 당했다. 정서적으로 가장 중요한 시기인 유년 시절부터 점점 아픔이 생기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것들이 결국 심각한 강박증으로 이어지게 되고 상대방을 올바르게 사랑하지 못하게 하고 폭력을 사랑의 표현 방식이라 굳게 믿으며 살아가게 되는. 악하지만, 한편으로는 불쌍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캐릭터를 분석했습니다.

정신질환을 가진 환자가 정신과 의사라는 게 아이러니하지만 캐릭터적으로 봤을 때는 아주 매력적이었다. 감독님께서 '사이코패스 연기를 하지 말아 달라', '너무 힘이 들어간 연기는 하지 말아 달라', '어디서 본 것 같은 연기도 싫다'라고 하셨다. 디렉션을 듣고 처음엔 당황스러웠지만, 나 역시 '형오'가 사이코패스라는 생각을 하지는 않았다. 그냥 정신에 문제가 있는 '정신질환 환자'라고 생각하며 연기했다. 연기를 하면서 가장 중점적으로 생각했던 부분은 '형오'가 '예은'을 사랑하는 마음의 진정성이었다. '예은'이 피학성애자(마조히스트)라고 굳게 믿으며 자신에게 가학 당하고 지배당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하고 '형오'의 행동 자체를 진짜 즐기며 사랑하고 있는 거야 라는 믿음을 갖고 연기했다." - 신수항
언더 유어 베드
감독
사부
출연
이지훈, 이윤우, 신수항
평점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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