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이 2025년 1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체결한 3억 달러 규모의 K9A1 자주포 도입 계약은 동아시아 안보 지형의 변화를 상징합니다.
약 20대의 K9 자주포는 베트남이 그동안 의존해온 러시아제 2S3 아카치야와 2S1 그보즈디카를 대체하게 됩니다.
이 최신 자주포는 최대 60km 사거리와 다중 동시 타격(MRSI) 능력을 갖추고 있어 중국과의 국경 지역 및 남중국해에서 베트남의 억제력을 크게 강화할 것입니다.
필리핀의 공세적 K방산 도입

필리핀은 가장 적극적으로 한국 무기를 도입하는 동남아 국가 중 하나입니다.
2014년부터 12대의 FA-50PH 경공격기를 도입하여 남중국해에서의 공중 감시 및 대응 능력을 강화했습니다.
또한 호세 리잘급 호위함 2척을 도입했으며, 2022년에는 BRP 안토니오 루나와 같은 중고 포항급 초계함도 추가로 확보했습니다.
필리핀의 이러한 선택은 스카보러 암초 등 남중국해에서 중국과의 영유권 분쟁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해양 방어 능력 강화를 위한 전략적 결정으로 보입니다.
인도네시아와의 심화되는 방산 협력
많이 알려졌지만 인도네시아는 한국과 KF-21/IF-X 전투기 공동 개발 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한국산 잠수함도 도입하여 운용하고 있습니다.
또한 T-50 고등훈련기와 KT-1 기본훈련기를 도입했으며, KCR-60 고속정 등의 함정 건조에도 한국 기술이 활용되었습니다.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인 인도네시아는 나투나 제도 주변 해역에서 중국 어선과의 충돌이 빈번한 상황에서, 자국 방위산업 육성과 함께 해양 주권 수호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한국과의 기술 협력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와 태국의 K방산 관심
작년 말레이시아는 FA-50 도입을 결정했습니다.
또한 사바주와 사라왁주 등 북부 보르네오 지역의 방어력 강화를 위해 기존의 노후화된 PT-91M 전차와 G5 견인포를 대체할 무기체계를 모색 중인데,
베트남이 K-9을 도입한다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 외에도해안경비대용 고속정과 해양 감시 장비 도입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태국은 T-50TH 도입하여 운용중에 있습니다.
2015년 4대, 2017년 8대, 2021년 2대에 이어 최근 2대를 추가로 도입하여 총 14대의 운용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올 2월에 태국정부 관계자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태국과 장갑차 개조에 관한 MOU를 체결했습니다.
태국은 2017년 중국선박중공국제무역공사(CSOC)와 S26T 위안급 잠수함 3척 수입 계약을 체결했으나, 유럽연합(EU)의 대중 무기 수출 금지 조치로 독일산 엔진을 탑재할 수 없게 되면서 2023년 사실상 도입을 취소했습니다.
이후 태국은 추가적인 중국산 무기 구매를 중단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태국은 직접적인 중국과의 영토 분쟁은 없으나, 남중국해 분쟁이 고조될 경우 태국만과 안다만해의 안보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균형 외교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제3의 옵션으로서 한국 무기체계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K방산 중심의 새로운 안보 네트워크
최근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K방산 도입 확대는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대응하기 위한 공동의 안보 인식을 반영합니다.
직접적인 군사동맹은 아니지만, 한국의 방산 기술을 매개로 한 느슨한 형태의 안보 네트워크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안보 협력은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과 연계되면서도, 각국의 독립적인 외교 노선과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고려한 보다 유연한 대응이라는 특징이 있는 것이죠.
특히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이면서도 중국과 지나친 대립을 원치 않는 동남아 국가들에게 전략적 완충 역할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러시아 의존도 감소와 무기체계 다변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 무기 공급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기존에 러시아제 무기에 의존해온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들은 대안을 모색하게 되었습니다.
한국 무기체계는 NATO 표준과의 호환성과 함께 러시아제에 비해 정비와 유지보수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있어 이러한 무기체계 다변화 과정에서 중요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무기 개발은 러시아 무기체계에도 일부 영향을 받아 러시아제 무기체계에 익숙한 동남아 국가들이 서방 무기체계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술적·운용적 간극을 줄여주는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동아시아 안보 질서의 재편
K9 자주포의 베트남 수출로 상징되는 한국 방산의 동남아시아 진출은 단순한 무기 거래를 넘어 동아시아 지역의 지정학적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군사적 팽창에 직면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한국 무기 도입을 통해 방위력을 증강하면서도, 미-중 갈등 구도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변화 속에서 역내 중요한 안보 행위자로 부상하고 있으며, K방산은 단순한 산업 영역을 넘어 한국의 외교안보 전략의 핵심 자산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향후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K방산 도입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는 동아시아 안보 지형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