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고객의 고령화일 것이다. 새로 유입되는 젊은 층의 숫자는 줄어들고, 기존 라이더들이 나이를 먹어가며 고객들의 평균 연령이 점차 높아지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려면 젊은 층들의 유입을 늘려야 하지만 단기적으로 풀어내기엔 쉽지 않은 일이고 중장기적 관점에서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일단 단기적으로는 시장에 대응할 수 있는 제품을 공급해야 하는데, 브랜드마다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전략이 ‘라이더의 편리함’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물론 모터사이클을 취미로 즐기는 건 이동하는 과정에서의 즐거움까지를 함께 추구하는 것인데, 오래 타면 탈수록 사람인지라 조금씩 귀찮아지는 것들이 존재하기 마련. 특히 시내에 사는 사람이라면 가장 크게 귀찮아지는 것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시내의 정체구간이다. 막히는 것도 답답하고 짜증나는데 여기에 잦은 변속도 번거로운 데다 이를 위해 클러치 레버를 수시로 잡다 보면 손이 저리거나 심하면 아프기도 하다. 브랜드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 변속 시스템을 고안해 제품에 도입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 가장 발 빠르게 도입한 곳이 바로 혼다다.

혼다는 원심 클러치로 클러치 조작의 불편함을 줄인 바 있고, 모터사이클 최초의 자동변속기인 DN-01을 통해 일찌감치 이 시장을 준비해왔다. 그리고 지난 2012년에는 모터사이클 최초의 듀얼 클러치 트랜스미션, DCT를 탑재한 VFR1200F를 출시하며 수동 변속과 자동 변속의 장점을 모두 취할 수 있도록 했다. 도입 초기에는 소비자들의 선택 빈도가 그리 높지 않았지만, 서서히 경험자들을 통해 편리함이 입소문으로 퍼지기 시작하며 지금은 수동변속 모델보다 DCT 탑재 모델의 선택 비율이 더 높아졌을 정도로, 대표 투어러인 골드윙의 경우엔 90%가 DCT 모델을 선택하고 있다고 하니 이젠 편리함과 효율성에 대해선 긴 말이 필요 없다. 이 DCT는 점차 다양한 장르의 모델로 확대되고 있는데, 어드벤처인 CRF1100L 아프리카 트윈, 스쿠터인 포르자 750, 투어러인 NT1100 등과 함께 최근에는 크루저인 레블 1100에도 이 DCT가 적용됐다. 이 레블 1100 DCT 모델을 타고 강릉에서 서울까지 달리며 잘 어울리는지, 여전히 편리함을 제공하는지를 직접 확인해봤다.

워낙 크루저 시장에서 미국 브랜드 제품이 강세다 보니 그동안 미국 시장 전용 모델을 출시하던 일본 브랜드들도 크루저 라인업을 서서히 줄이거나 단종시키는 추세를 보였다. 그렇게 일본 브랜드의 크루저 명맥이 끊기는가 했는데, 혼다가 2016년 레블 500이란 이름의 크루저를 처음 선보였다. CB500 시리즈에 탑재되는 병렬 2기통 엔진을 탑재한 이 레블 500은 국내에서 지난 2021년 첫 등장 이후 국내 시장에서 딱히 이렇다할 입문용 크루저가 없던 상황을 해결해주는 제품으로 각광받으며 높은 인기를 끌었다. 높은 성공을 거뒀으니 후속 모델인 레블 1100 역시 출시가 예상됐고, 지난 2023년 드디어 국내에 상륙하기에 이른다. 시승한 모델은 새로운 환경규제에 대응하는 2025년형 레블 1100 SE DCT로, DCT, 비키니 카울, 바엔드 미러, 포크 부츠, 라디에이터 가드 등 기본형과 차이가 있다. 그래도 일부 파츠의 차이일 뿐 레블 특유의 스타일은 동일하게 이어진다. 헤드라이트는 원형이지만 안에 네 개의 벌브로 구성되어 독특한 인상을 연출하며, 주변 페어링의 경우 레블 1100 투어 DCT에 탑재된 대형 페어링이 아닌, 작은 비키니 카울이 장착되어 훨씬 슬림하면서 스포티한 느낌을 더한다.


크루저답게 시트고는 710mm로 매우 낮아 키가 작아도 발이 땅에 잘 닿기 때문에 부담 없이 탈 수 있다. 동승자석 시트는 운전자석과 분리되어 있는데, 여기에 사람을 지속적으로 태워야 한다면 백레스트는 필수겠다. 연료탱크는 보기에는 꽤나 슬림해 용량이 적을 것 같지만, 그래도 13.6L나 되기 때문에 장거리 주행도 거뜬하다. 계기판은 첫 출시 당시엔 원형 LCD 방식이었는데, 차량 설정이나 스마트폰 연결 기능 등을 고려해 이번 신형에서 5인치 TFT 풀컬러 디스플레이로 변경됐다. 등화류는 모두 LED가 적용된 타입.

본격적으로 시승을 위해 시동을 건다. 출발 전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바로 주차 브레이크를 해제하는 것. 시승차를 처음 받으면서 중립상태에서도 차가 움직이지 않아 당황했는데, 바로 이 주차 브레이크 때문이었다. 왼쪽 핸들바 옆에 배치되어 있으며, 당기면 주차 브레이크가 작동하고, 내리면 해제되는 방식은 자동차와 동일하다. 작동은 레버를 끝까지 당기면 되고, 해제하는 방법은 레버를 살짝 당기면서 우측 하단에 빨간 선이 그어진 버튼을 눌러 레버를 끝까지 내려주면 된다. 처음엔 두 손을 써야 하지만, 익숙해진다면 한 손으로 충분히 작동 가능하다. 덩치를 생각하면 있는 것이 사고를 방지할 수 있는 좋은 기능인데, 그동안의 크루저들에는 왜 잘 적용되지 않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다음으로 매뉴얼 차량이라면 클러치 레버를 잡은 뒤 기어를 넣고 천천히 클러치 레버를 풀면서 출발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시승차량은 DCT 모델이니 그런 번거로운 과정 없이 우측 핸들바의 D 버튼을 눌러 주행 기어로 바꿔주면 모든 출발 준비는 끝이다. 이제 스로틀 레버만 감아주면 차가 알아서 출발한다. 스쿠터의 그것과 같지만, CVT 방식과 달리 DCT는 각 변속단이 실제로 존재하기 때문에 변속 때마다 기어가 바뀌는 느낌이 몸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은 ECU가 속도나 스로틀 개도량, 주행 모드 등에 따라 알아서 결정하므로 운전자는 그저 운전에만 신경쓰면 된다. 잘 달리다 갑자기 신호에 걸려 멈춰 설 때도, 시내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정체 구간에서도 변속은 차량에 맡기고 스로틀 조작만 하면 되니 이보다 더 편할 수 없다.

느긋하게 달리다가도 스로틀 레버를 강하게 감아주면 최적의 단수로 다운 시프트한 후 엔진 회전수를 높이며 빠르게 가속해나가는 재미는 스쿠터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것이다. 기어 단수를 착착 올려가며 변속하는데, 빠른 가속이 필요할 땐 알아서 엔진 회전수를 높게 가져가며 변속하고, 연비 운전이 필요할 땐 이보다 빠른 변속으로 엔진 회전수를 낮게 가져가며 변속한다. 여기에 주행 모드로 이를 바꿔줄 수도 있는데, 와인딩처럼 스포티한 주행을 좋아한다면 스포츠 모드로 변속을 최대한 늦춰 가속감을 즐길 수 있고, 쭉 뻗은 도로에서 느긋한 주행이 취향이라면 레인 모드로 변속을 빠르게 가져가 고동감을 즐기며 달리는 것도 묘한 재미가 있다. 자신만의 취향이 있다면 그에 맞춰 별도로 설정할 수 있는 유저 모드도 있으니 원하는대로 세팅하면 된다. 이런 양면적인 특성은 시시때때로 달라지는 도로 환경에 바로바로 대응이 가능하다.

이런 레블 1100의 특성은 아프리카 트윈이나 NT1100에도 탑재되는 1,084cc 직렬 2기통 수랭 엔진에서 비롯된다. 다만 두 모델과는 성능 수치가 조금씩 다른데, 이는 차량별로 추구하는 특성에 맞춰 차이를 둔 것으로 보인다. 성능은 최고출력 88.0마력/7,250rpm, 최대토크 10.0kg·m/4,750rpm으로 크루저라기엔 높은, 스포츠 모터사이클이라기엔 낮은 엔진 회전수를 보여주지만, 반대로 중간 정도에 위치해 양쪽의 특성을 고루 맛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조금 서둘러 복귀하기 위해 7번 국도를 달려 미시령 앞에 도착했건만, 터널을 달려 금방 통과하는 대신 터널 위로 지나는 옛날 길로 자꾸 마음이 쏠린다. 라이더라면 누구나 같은 마음이 아닐까. 살짝 방향을 틀어 미시령 길로 들어섰는데, 강릉에서 미시령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생각보다 깔끔하게 정비된 모습이어서 조금 놀랐다(정상부터 인제까지는 포장공사가 진행중이다). 예전에 같은 코스를 달렸을 때는 아스팔트가 갈라지거나 노면에 돌이 떨어져있는 등 별로 깨끗하지 않았던 기억이 있는데, 오래간만에 다시 올라오니 확 달라진 모습에 마음이 편해진다. 깨끗한 도로라면 더 적극적으로 달려야 하지만 미시령도 깊은 코너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기 때문에 마음을 완전히 놓아선 안 된다. 더군다나 함께 달린 ST125나 CB650R 등의 모델과 비교하면 같은 감각으로 달리다간 여지없이 스텝을 긁어버리게 된다. 스텝을 긁는 걸 잘 타는 상징처럼 여기는 사람도 있지만, 오히려 맞지 않는 속도로 무리하게 코너를 돌아나가려다보니 스텝이 긁히는 것이다. 스텝만 긁혀서 끝이면 다행이지만, 그렇게 스텝을 배치했다는 건 그 정도가 그 차량의 코너링 한계라고 생각해야지, 조금만 더 무리하다간 여지없이 넘어지게 된다.

그렇다고 레블 1100이 뻣뻣한 나무토막 같은 차라는 것은 아니다. 다른 스포츠 모델과 비교하면 조금 떨어지는 것이지, 오히려 다른 크루저들과 비교하면 상급에 속한다. 일부 크루저들은 몸을 코너 안쪽으로 빼 무게를 싣는 행 오프 정도는 해야 코너에서 차체가 기울어지는 모델도 있는데, 레블 1100은 그렇게까지 무리하지 않고 린 위드 정도로만 자세를 취해도 충분히 코너를 돌아나간다. 물론 ‘추구하는 방향성의 차이’ 정도로 이해하고 싶지만, 레블 1100처럼 밸런스 좋은 차들을 만나게 되면 이해하기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와인딩 코스에선 DCT의 매력이 더욱 두드러진다. 차량에 모든 걸 맡기고 달려도 충분하지만, 조금 더 스포티하게 달려보고 싶다면 왼쪽 핸들바의 변속 스위치를 조작해 적극적으로 달릴수도 있기 때문. 슬리퍼 클러치가 더해져 다운 시프트에서도 백토크가 발생하지 않아니 한결 안정적으로 감속하고 탈출 후 재가속도 한층 빠르다.


승차감은 크루저에 기대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다. 좌우 폭이 넉넉해 엉덩이 전체를 받쳐주는 시트도 적당히 푹신하고, 여기에 쇼와에서 만든 피기백 타입의 리어 쇼크 업소버도 상당한 역할을 한다. 보통 크루저 라이더들이 승차감이 불편해 쇼크 업소버를 사외품으로 교체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되는데, 레블은 그럴 필요가 없지 않을까 싶을만큼 승차감에 있어서 불편함은 없었다. 브레이크는 앞뒤 모두 싱글디스크 구성이긴 하지만 충분한 제동력을 보여주며, 여기에 2채널 ABS를 더해 젖은 노면에서 안정적으로 속도를 줄일 수 있다. 그리고 혼다 셀렉터블 토크 컨트롤(HSTC)도 더해 안전성을 높였다.

편의 장비와 기능으로는 크루즈 컨트롤 기능이 있어 장거리 투어를 더욱 편하게 만든다. 사용방법은 우측 핸들바의 크루즈 버튼으로 활성화 후 좌측 핸들바의 레버를 내려 속도를 설정해주면 그 속도로 꾸준히 달려준다. 스마트폰 이용자들을 고려해 USB-C타입 충전포트가 계기판 왼쪽편에 장착되어 있으니 방전의 염려가 없는 것도 좋다. 스마트키가 없는 건 의외인데, 있고 없고가 꽤나 큰 차이를 보이는 장비인 만큼 다음 업데이트 때는 꼭 반영되길 바란다.

점점 더 편한 것을 찾으려는 인간의 본능은 어쩔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그러한 편함이 법규를 위반하는 것이라거나, 안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이라면 당연히 선택해선 안 되지만, 그런 것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본인을 위해 선택하면 된다. 한때 자동차 시장에서 수동 변속기가 월등히 많았지만, 어느새 수동 변속기로 구입할 수 있는 모델은 한 손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고 전부 자동변속기로 나오는 것도 같은 이치다. 혼다가 개발한 DCT는 수동변속의 장점과 자동변속의 장점을 두루 합친 덕분에 처음 도입한 이후 벌써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을 만큼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여기에 크루저인 레블 1100도 편한 포지션으로 세팅된 데다 다양한 도로 상황에 두루 대응할 수 있는 넉넉한 파워의 엔진과 각종 안전·편의 기능까지 갖추고 있어 2종 소형 면허를 취득해 레블 500으로 입문한 라이더들이 리터급으로 넘어오며 선택하기에 가장 최선의 모델이라는 생각이다. 여기서 수동이나 DCT냐를 두고 고민할 텐데, 개인적으로 150만 원 정도의 가격차라면 DCT를 선택하는 것이 정답이다. 편리하게, 때로는 스포티하게 모두 즐길 수 있는 확실한 답이 있는데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