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일 업계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올 하반기 경영 구상을 공개했다. 미국 관세 리스크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도 현지화 전략과 미래차 혁신으로 위기를 돌파구로 만들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관세 부담 10조원 위기를 기회로 뒤바꾸다
현대차그룹이 직면한 관세 부담은 상상을 초월한다.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관세로 인한 영업이익 감소액이 1조6000억원으로 집계된 가운데, 3분기에는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연간 부담액이 10조원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의선 회장은 이를 단순한 위기로 보지 않았다. 오히려 미국 현지 생산을 대폭 확대하고,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와 기아 조지아 공장(KMMG)에 하이브리드 생산 라인을 추가해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특히 지난 8월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며 점유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 부담을 현지화로 해결하면서 동시에 시장 지배력까지 확대하겠다는 야심찬 구상을 내놨다.

“마력에서 프로세싱 파워로”…SDV 혁명 선언
정의선 회장이 하반기 경영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전환이다. 그는 지난 8월 미국 자동차 전문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마력(horsepower)에서 프로세싱 파워(processing power)로 전환이 이뤄지는 시대”라며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예고했다.
현대차그룹이 야심차게 내세우는 모빌리티 소프트웨어 브랜드 ‘플레오스(Pleos)’를 중심으로 SDV 아키텍처 개발, 차량용 OS,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서비스 개발을 가속화한다는 계획이다. 향후 출시되는 신차 대부분을 SDV로 전환해 자동차를 ‘움직이는 플랫폼’으로 진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자동차 산업 전체의 정의를 바꾸는 혁명적 변화로 평가된다. 소프트웨어를 통해 차량 기능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확장할 수 있어, 구매 후에도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모빌리티 경험을 제공하게 된다.

수소 생태계로 지속가능 미래 완성
정의선 회장의 하반기 구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수소 생태계 구축이다. 현대차그룹을 단순 완성차 제조사를 넘어 ‘수소 사회’를 선도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키우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2025년 넥쏘 후속 모델 출시를 앞두고, 향후 10년간 5조7000억원을 투자해 수소 생태계 전반을 혁신한다는 계획이다. 수소전기차를 넘어 발전용 연료전지, 물류·항만 등 산업 전반에 수소 기술을 접목하는 전방위 전략을 추진 중이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글로벌 각지에서 수소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를 실증하며 관련 인프라 확대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탄소중립 시대에 대비한 지속가능 경영의 핵심 축으로,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의 선도권 확보를 위한 장기 투자로 해석된다.
위기를 기회로, 글로벌 위상 확대 기대
업계에서는 정의선 회장의 하반기 행보가 단순히 관세 리스크에 대응하는 수준을 넘어, 미래차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관세 부담을 현지 생산 확대와 혁신적 기술력으로 극복하는 동시에, SDV와 수소 생태계라는 장기 전략을 병행하며 글로벌 위상을 한층 더 확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기록하며 상승세를 타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위기를 오히려 도약의 발판으로 삼겠다는 정의선 회장의 전략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