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펜디 인테리어 참여
200억대 분양가
결국 공매로 전환
한때 입주자의 직업과 자산을 직접 확인해 선별하겠다는 방식으로 '귀족 아파트'라 불렸던 초고가 주거시설이 결국 공매 절차에 들어갔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펜디의 인테리어 브랜드가 참여해 주목을 받은 강남권 개발사업이 부동산 시장 침체와 자금 조달 실패로 좌초된 것이다.
5일 공매 포털 온비드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논현동 114번지 일대 토지 및 건물의 1차 공매가 응찰자 없이 유찰됐다. 해당 부지는 총 3,253㎡(약 980평) 규모로, 최저 입찰가는 약 3,712억 8,800만 원이었다. 16일 예정된 2차 입찰은 5% 낮은 3,572억 3,000만 원부터 시작된다.
공매는 올해 10월까지 총 10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며 마지막 회차의 최저 입찰가는 감정가 3,099억 원의 75% 수준인 2,340억 원이다. 이마저도 낙찰되지 않으면 감정가의 절반 이하 가격으로 수의계약으로 전환될 수 있다.

해당 부지는 부동산 개발업체 골든트리개발이 추진한 '포도 프라이빗 레지던스 서울 – 인테리어 바이 펜디 까사'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이 프로젝트는 지하 7층에서 지상 20층 규모로, 전용면적 248㎡(약 75평) 아파트 29 가구와 전용 281㎡(약 85평) 오피스텔 6실, 근린생활시설 등으로 구성됐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 펜디의 인테리어·가구 브랜드인 ‘펜디 까사’가 참여해 아시아 최초로 진행되는 프로젝트로 주목을 받았다.
프로젝트의 설계는 이화여대 ECC 건물 등을 설계한 프랑스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맡았다. 친환경 건축가로 알려진 그는 당시 “입주자 중심의 공간이자 주변 도시 환경과 연대하는 건축을 만들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펜디 까사는 마이애미, 마벨라, 파나마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 고급 주거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으며, 논현동 프로젝트는 전 세계 일곱 번째 사례였다. 안드레아 마시에로 펜디 까사 최고 브랜드 담당자(CBO)는 "펜디의 독보적인 우아함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파트와 오피스텔에는 펜출처: 분양하이디 까사의 가구와 식기류, 카펫 등이 완비될 예정이었으며, 입주자 요구에 맞춘 맞춤형 인테리어도 가능했다. 특히 이 프로젝트는 단순 분양이 아닌, 펜디 까사 본사가 입주 예정자의 직업군과 자산 규모 등을 직접 확인해 입주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화제를 모았다. 이로 인해 일명 ‘귀족 아파트’라는 별칭이 붙었고, 분양가도 가구당 200억 원대에 형성되며 초고가 시장을 겨냥했다.
하지만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금융 여건 악화가 영향을 미치며 상황은 급변했다. 대지 매입을 위해 금융권에서 빌린 자금의 이자를 갚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 상태에 들어갔고, 브리지론에서 본 PF(프로젝트파이낸싱)로의 전환에도 실패했다. 이에 따라 올해 3월 해당 부지는 공매에 넘겨졌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침체 여파는 이 프로젝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에 들어설 예정이었던 고급 도시형 생활주택 ‘오데뜨오드 도곡’ 역시 84 가구 및 상업시설이 지난해 공매에 넘어갔으며, 당시 최저 입찰가는 1,829억 원에서 유찰을 거듭하며 올해 5월 1,000억 원까지 하락했다. 강남구 청담동 고급 오피스텔 ‘청담 501’ 부지도 총 9번의 유찰 끝에 수의계약으로 지난해 말 새로운 주인을 찾았다.
골든트리개발은 분양 이후에도 고급 호텔 수준의 사후 관리와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으로 차별화를 내세웠지만, 악화한 자금 조달 여건과 시장 수요 둔화라는 현실적 장벽을 넘지 못했다.

박병철 골든트리개발 대표는 당시 “펜디로부터 '명품이란 완벽한 상품을 구현하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완벽한 상품은 어려운 시장에서도 선택받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결과적으로 브랜드 파워와 프리미엄 전략만으로는 사업의 연착륙을 보장할 수 없었던 셈이다.
펜디라는 세계적 명품 브랜드의 참여와 고급화를 전면에 내세운 프로젝트였지만, 금융 구조와 수요 기반이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된 개발은 결국 공매라는 현실을 피하지 못하게 됐다. 남은 공매 절차에서 새로운 인수자가 등장할지에 따라 이 상징적 프로젝트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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