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펜 투수는 FA로 사는 게 아니네" 90억 듀오 장현식·함덕주 포기해야 하나?

8회까지 1-1. 경기를 뒤집을 기회가 LG 앞에 남아 있었다. 그런데 불펜이 단 두 이닝 만에 8점을 내줬다. 최종 스코어 1-9. 선발 임찬규가 6회 2사까지 삼성을 1점으로 틀어막으며 만든 승부를 불펜이 산산조각 냈다.

핵심은 장현식과 함덕주, LG가 각각 52억, 38억을 쓴 두 FA 투수였다. 90억짜리 듀오가 동시에 무너진 날, LG 팬들의 한숨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8회가 다 무너졌다

7회 말 박해민의 동점 적시타로 분위기를 잡은 직후였다. 8회 마운드에 오른 장현식은 선두 타자 김성윤을 볼넷으로 내보내며 스스로 위기를 만들었다.

구자욱과 최형우를 연달아 잡으며 한숨 돌리나 했는데, 디아즈에게 고의사구를 주고 박승규에게 내야 안타까지 맞으며 만루를 자초했다.

그리고 전병우에게 던진 슬라이더 하나가 살짝 밋밋하게 몸쪽으로 흘러 들어갔고, 타자는 이를 정확히 받아쳐 좌측 담장 너머로 넘겼다. 순식간에 1-5.

9회에 올라온 함덕주는 더 처참했다. 이재현에게 솔로 홈런을 맞은 뒤 박세혁과 김성윤을 연속으로 내보냈고, 구자욱·최형우에게 잇따라 적시타를 허용했다.

디아즈까지 안타로 다시 만루가 만들어진 뒤에야 LG는 함덕주를 내렸지만, 교체로 나온 김진수도 1점을 더 내줬다. 두 이닝 합쳐 8실점. 경기 내용은 말 그대로 붕괴였다.

90억을 썼는데 왜 이러나

장현식은 지난 스토브리그에서 LG가 4년 52억을 들여 데려온 FA다. 함덕주도 4년 38억에 계약한 선수다. 두 투수 합산 계약금만 90억인데, 올 시즌 성적은 기대와 너무 다르다. 장현식은 18경기에 나와 평균자책점 4.67, 수비와 무관하게 계산한 FIP는 5.38이다. 함덕주는 1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7.43을 기록 중이다.

사실 LG가 이 두 선수에게 거액을 투자한 건 마무리 유영찬이 건재할 때 짜여진 그림이었다. 유영찬은 올 시즌 초반 13경기에서 11세이브, 평균자책점 0.75라는 압도적인 성적을 찍으며 팀을 이끌었다.

그런데 팔꿈치 주두골 피로골절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으면서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유영찬이 뒤를 막아주는 구조라면 장현식·함덕주가 중간 부담을 나눠가지는 형태가 될 수 있었지만, 마무리 공백까지 생기자 두 선수에 대한 부담과 기대치가 동시에 올라간 셈이다.

불펜 FA, 갈수록 회의론이 커진다

KBO에서 불펜 투수에게 대형 FA 계약을 주는 게 맞느냐는 논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LG의 장현식·함덕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KIA가 트레이드 대가로 1라운드 지명권까지 내주며 데려온 조상우도 2025시즌 평균자책점 3.90을 기록하며 기대에 못 미쳤고, KIA와 2년 15억에 재계약하고도 올 시즌 여전히 흔들리고 있다. 불펜 투수는 시즌에 따른 기복이 워낙 크고, 부상 리스크도 높아 다년 대형 계약의 특성상 원금 회수 자체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계속 나온다.

당장 LG는 마무리 공백을 메울 답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정용, 김윤식, 김영우 등 여러 선수를 돌려가며 시험하는 중인데, 시즌 초반 유영찬이 만들어놓은 승리 공식이 무너진 지금 팀의 뒷문이 얼마나 더 버텨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90억짜리 두 선수가 동시에 무너진 12일 밤, LG 팬들이 가장 답답한 건 반등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