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답다’ ‘제니답다’는 말이 절로…블핑은 흩어져도 잘 산다

사지원 기자 2026. 9. 23.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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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K팝 아이돌 그룹은 멤버 개개인이 팀 전체의 위상과 맞먹는 지명도와 브랜드를 구축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걸그룹 '블랙핑크'는 이 통설에 벗어난 예외적인 존재라는 평가가 나온다.

블랙핑크 음악 역시 모든 곡이 강한 카리스마만으로 이뤄진 건 아니었던 만큼, '마지막처럼'이나 '러브식 걸스(Lovesick Girls)'처럼 직관적인 K팝 메시지를 살리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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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블랙핑크(BLACK PINK)의 리사(왼쪽부터)와 지수, 제니, 로제 2024.8.10 ⓒ 뉴스1
일반적으로 K팝 아이돌 그룹은 멤버 개개인이 팀 전체의 위상과 맞먹는 지명도와 브랜드를 구축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걸그룹 ‘블랙핑크’는 이 통설에 벗어난 예외적인 존재라는 평가가 나온다.

네 멤버인 로제와 리사, 제니, 지수는 2023년 말 YG엔터테인먼트와 그룹 활동 계약만 갱신한 뒤 본격적으로 개인 활동에 나섰다. 지난해 월드투어를 시작하고 올 2월 미니 3집 ‘데드라인(DEADLINE)’을 발매한 뒤에도 각자 솔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놓은 네 명의 신곡들을 통해 이들의 방향성을 짚어봤다.

● 각자의 색깔을 찾아가는 블핑

블랙핑크 로제
솔로 활동이 길어지며 멤버들의 음악적 차이도 확실히 선명해졌다. 리사는 최근 캐나다 롤링스톤과 가진 인터뷰에서 다른 멤버들의 앨범에 대해 “로제답다, 제니답다, 지수답다고 생각했다”며 “우리 모두 자기 자신을 더 많이 찾았다”고 했다.

먼저 로제는 네 명 가운데 서구 팝 시장의 싱어송라이터 문법을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테일러 스위프트, 올리비아 로드리고처럼 개인적인 경험과 감정을 직접 가사로 풀어내며 자신만의 음악적 색깔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18일 애플 ‘샷 온 아이폰(Shot on iPhone)’ 캠페인과 함께 공개한 신곡 ‘뉴 트릭(new trick)’은 거친 개러지 펑크 사운드와 경쾌한 보컬을 앞세웠다. 글로벌 히트곡 ‘아파트(APT.)’를 함께 만든 송라이터 에이미 앨런이 이번 작업에도 참여했다. 로제는 미 보그 인터뷰에서 “정규 1집 ‘로지(rosie)’ 당시 슬픈 노래를 계속 쓰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전혀 슬프지 않은 곡을 만들었다”며 “그런 소녀가 돼 에너지를 끌어내는 게 좋았다”고 했다.

블랙핑크 리사
리사는 블랙핑크 때부터 강점이던 힙합 무드와 강렬한 퍼포먼스에 모국인 태국의 정체성을 결합시켰다. 4일 공개한 싱글 ‘사와디카(SaWaDiKa)’는 태국어 인사말을 제목으로 삼고 방콕을 뮤직비디오 무대로 내세웠다. 팝적인 전자음과 강한 댄스 비트 등 기존의 음악 스타일을 유지하면서도, 태국 출신 글로벌 팝스타라는 정체성을 전면에 드러냈다.
블랙핑크 제니
제니는 상대적으로 음악적 스펙트럼이 가장 넓은 편이다. 지난해 첫 솔로 정규 ‘루비(Ruby)’에선 힙합과 R&B, 팝 등 강렬한 음악을 내세웠다. 반면 지난달 28일 선보인 EP ‘폴른 엔젤(Fallen Angel)’은 로파이와 어쿠스틱 사운드, 몽환적인 질감을 끌어들인 한층 편안한 곡. 테임 임팔라와 협업한 ‘드라큘라(Dracula)’처럼 기성 팝의 문법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노래도 자연스레 소화했다.
블랙핑크 지수
지수는 보다 대중적이고 직관적인 팝을 택했다. 4일 발표한 ‘클릭(CLICK)’도 신스와 베이스를 앞세운 댄스팝. 블랙핑크 음악 역시 모든 곡이 강한 카리스마만으로 이뤄진 건 아니었던 만큼, ‘마지막처럼’이나 ‘러브식 걸스(Lovesick Girls)’처럼 직관적인 K팝 메시지를 살리려는 의도로도 볼 수 있다.

● “멤버 고유의 브랜드로 전환”

고무적인 건, 멤버 4명이 블랙핑크의 기존 이미지를 그대로 복제하기보다는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장점을 살리며 음악적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블랙핑크 솔로 활동은 멤버들이 각자 자기 회사를 두고 유연한 콘텐츠 제작과 의사결정을 하고 있단 게 인상적”이라며 “그룹의 막강한 영향력을 각자의 브랜드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후배 걸그룹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각자의 색깔이 뚜렷해지긴 했지만, 아직 독창적인 아티스트의 정체성을 구축했다고 보기엔 이르다는 시각도 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솔로 활동을 거듭하면서 각자의 색은 분명해진 건 맞다”면서도 “기존 팝 가수들과 차별화되는 인상적인 작품을 완성했다고 보긴 어렵다. 내년에 나올 앨범 등을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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