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겨진 연봉 깬다…정부, '임금 투명화' 착수

손유지 2026. 3. 20.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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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내규 따름” 채용공고, 청년 저임금 고착의 함정
김영훈 장관 “산업별 표준임금 정보 전면 공개”
투명한 임금 공시로 동일가치노동 실현 기대
기업 반발·데이터 정확성, 제도 정착의 관건

[지데일리] 채용 공고에서 '회사 내규 따름'이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연봉을 숨기는 관행이 청년들의 저임금 함정을 키우고 있다. 20대 평균 연봉이 3,500만원대에 머무르는 현실 속,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산업별 임금 정보 공개' 추진 발언은 노동 시장의 투명성을 뒤흔들 강력한 신호탄이다.

김영훈 장관이 채용공고 임금 비공개를 막기 위해 산업별 표준임금 공개를 추진한다. 청년 저임금 고착화 원인인 ‘내규 따름’ 관행 개선, 유럽식 직종 임금 공시 도입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 실현 목표다. AI생성


이 발언은 지난 19일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1기 출범식 및 노동정책 토론회에서 나왔다. 

한다스리 국제의료재단노조 위원장이 "임금 비공개가 청년 저임금 고착화를 초래한다"며 법 개정과 임금 명시 의무화를 촉구하자, 김 장관은 "산업별 표준 임금 정보를 정부가 취합·제공하겠다"고 응수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평균 수준이라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즉석에서 호응하며 정책 동력을 더했다.

배경은 한국 노동 시장의 구조적 불투명성에 뿌리를 둔다. 현재 근로기준법상 채용 공고의 임금 기재는 필수 항목이 아니어서 기업들은 '면접 후 협의'나 '내규 따름'으로 정보를 숨긴다. 이는 기업의 영업 비밀 보호와 기업별 노사 교섭 관행 때문이지만, 구직자 입장에서는 합리적 선택을 가로막는 벽이다. 

특히 청년층은 취업 초기 정보 부족으로 낮은 연봉에 갇히기 쉽다. 작년 기준 20~29세 직장인 평균 연봉은 세전 약 3,500~3,800만원 수준으로, 30~34세는 4,400~4,500만원에 달한다. 이는 경력 쌓임에 따라 상승하지만, 초기 저임금이 장기 소득 불평등을 고착화시킨다는 지적이 지속돼 왔다.

김 장관의 정책은 유럽 모델을 벤치마킹한다. 유럽 국가들은 자동차 정비사나 IT 개발자 같은 직종별로 산업 표준 임금을 공시해 구직자들이 '이 일자리는 이 정도 가치'라는 기준을 세울 수 있게 한다. 

한국도 이를 도입하면 기업별 차별 없이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헌법 원칙이 실현될 전망이다. 정부가 임금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채용 공고에 산업 평균(예: 세전/세후 연봉 범위)을 자동 연동 제공하면 노사 협상도 공정해진다.

이 정책의 의미는 청년 노동 시장의 패러다임 전환에 있다. 2025년 이후 고용노동부 자료와 민간 분석에 따르면, 20대 평균 연봉은 3,046만원(20~24세)에서 3,773만원(25~29세)으로 점진 상승하나, 전체 평균(4,500만원대 30대)에 비해 격차가 크다. 

임금 정보 공개가 의무화되면 청년들은 '내 가치'를 미리 가늠하고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이는 저출산·고령화 사회에서 청년 유입을 촉진하고, 기업의 인재 확보 경쟁을 촉발할 것이다.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노사 균형과 임금 평등의 기반이 된다.

또한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불투명한 임금 구조는 이직률을 높이고 생산성을 떨어뜨린다. 산업별 공개가 정착되면 중소기업도 대기업 수준의 기준을 적용받아 임금 인상 압력이 생기고, 이는 소비 확대와 내수 활성화로 이어진다. 

청년층은 '최소 이 정도 받을 수 있다'는 기준점으로 자신감을 얻어 결혼·출산 등 삶의 결정을 앞당길 수 있다. 정부의 데이터 취합 역할은 공공재로서의 노동 정보를 강화하며, 민간 플랫폼(잡코리아 등)과 연계 시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해진다.

그러나 도전 과제도 있다. 기업들은 영업 비밀 유출을 우려할 것이고, 데이터 정확성을 위한 수집 체계 구축이 관건이다. 고용노동부는 2026년 내 시범 사업을 통해 제도화를 서두를 계획이다. 이 변화는 한국 사회의 노동 공정성을 재정의하는 첫걸음으로, 청년 세대의 미래를 바꿀 잠재력을 지녔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