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지로 읽는 과학] 우리는 쥐에 대해 얼마나 알까

이채린 기자 2024. 9. 2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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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제공

이번 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표지에는 먹이를 열심히 까먹는 새카만 눈동자의 하얀 쥐 모습이 실렸다. 대표적인 애완쥐인 팬시 래트(fancy rat·학명 Rattus norvegicus domestica)다. 팬시 래트는 18세기 서양에서 야생 갈색쥐(학명 Rattus norvegicus)를 사람이 키울 수 있도록 길들인 쥐다. 

사이언스는 19일(현지시간) 특별호를 펴내며 쥐와 인간이 공생한 역사부터 쥐와 관련한 연구, 생물의학적 모델로서의 쥐의 역할 등에 대해 소개했다. 

사이언스의 편집자들은 특별호 서문에 "인간은 쥐가 세계 곳곳에 퍼져 있는 데에 책임이 있으며 쥐는 앞으로도 인간의 동반자로 남아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쥐의 본성을 더 많이 이해하면 쥐가 인간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고 쥐한테도 배울 점이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썼다. 

특별호에는 북미 대륙에 갈색쥐가 정착한 시기는 1760년경이라는 제이슨 문시-사우스 미국 드렉셀대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의 논문이 실렸다. 1926년에 갈색쥐가 북미 대륙에 도착해 대륙 전역으로 퍼져나갔다는 기존 인식과 다른 결과다.

연구팀은 1758년 프랑스와 서아프리카를 거쳐 북미로 항해하다 전투로 인해 파괴된 난파선에서 발견된 쥐의 표본을 분석해 이같은 결과를 도출했다면서 지난 10년간 인구 유전체학, 동물 고고학의 발달로 갈색쥐의 진화에 대한 비밀이 풀리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유럽과 아시아에서도 미국 사례처럼 갈색쥐의 이동에 관한 비밀이 풀릴 수 있다"며 "앞으로 10년간 과학자들은 고대 및 현대 야생쥐의 게놈 서열을 밝혀내 쥐에 관한 이해를 크게 향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펠리시아 키싱 미국 바드칼리지 교수와 리차드 S. 오스트펠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사이언스에 설치류의 12%만 병원균을 인간에게 전파한다는 내용의 논문을 발표했다. 설치류는 전 세계 인간의 서식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집, 농장, 농산물 창고에 기생하며 인간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공간에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을 퍼뜨릴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연구팀은 설치류 종의 12%만이 사람을 감염시키는 병원체의 근원으로 알려져 있다고 했다. 

또 사이언스는 섬에 사는 쥐를 대상으로 펼쳐진 세계적인 전쟁을 살펴봤다. 전 세계의 46만5000개 섬은 지구 육지의 5.3%에 불과하지만 섬에 사는 생물 종은 포유류, 조류, 양서류, 파충류 등 생물의 약 75%를 차지한다. 그만큼 섬은 고립된 환경으로 인해 섬만의 고유한 생태계를 유지해왔기 때문이다. 

섬에 침입한 쥐들은 섬의 생태계를 망가뜨릴 가능성이 높다. 배를 타고 섬에 도착한 쥐는 번식력이 뛰어나서다. 태어난 지 한달 남짓 만에 암컷은 새끼를 낳을 수 있다. 1년 만에 한 마리로 인해 수백 마리 또는 수천 마리의 쥐가 폭발적으로 섬에 살 수 있다. 쥐들은 거북이알, 새알, 파충류 등을 닥치는대로 먹어치운다. 

섬 생태계를 복원하는 미국 비영리 단체인 '섬 보존(Island Conservation)'에 따르면 지난 반세기 동안 사람들은 666개 섬에서 섬을 침입한 쥐를 퇴치하는 시도를 820회 했다. 보존 생물학자인 오클랜드 대학교의 제임스 러셀 연구원은 이 시도의 약 88%가 성공했다고 말했다.

1959년 뉴질랜드 루아푸케섬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섬을 침입한 쥐가 무리로 불어나며 바다제비류인 '흰 얼굴 스트롬 패트롤' 수백 마리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 사람들은 이 새를 보호하기 위해 섬 전체에 쥐약을 뿌렸고 5년 뒤 쥐가 사라졌다. 여전히 섬에 침입한 쥐를 퇴치하는 작업은 이어지고 있다. 뉴질랜드는 2050년까지 섬에 사는 동물에 피해를 끼치는 주머니쥐 등 외래종을 퇴치하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마지막으로 사이언스는 "과학 연구에 자주 사용되는 실험쥐는 지능적이고 공감과 친사회적 행동이 가능하다"면서 "쥐가 신경 과학 및 의학을 포함하여 과학적 발견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만큼 실험실 환경에서 쥐의 생활조건, 정신건강 등을 적절히 조절해야 한다"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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