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선에서 풀죽으로 연명하는 병사들
러시아군의 전장 실태는 충격을 넘어 절망적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공개된 영상과 병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일부 부대는 식량이 부족해 풀을 끓여 만든 ‘풀죽’으로 연명하고 있다. 전통적인 군사 강국의 위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상황은, 단순한 보급 실패가 아니라 체계의 근간이 무너졌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군의 기본적 생존조차 외면받고 있는 형국이다. 병사들이 스스로 먹을 것을 해결해야 하고, 지휘부는 이런 현실을 통제하지 못하는 모습은 군 조직 전체의 기능 마비를 상징한다. 이런 극단적인 사례가 반복되는 건 단발성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접근해야 할 신호다. 전장의 기본조차 지켜지지 않는 상태에서 전투력 유지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무너진 보급망과 민간에 의존하는 비정상 구조
러시아군의 정규 보급망은 이미 완전히 무너진 상태다. 우크라이나에 투입된 부대들은 식량, 탄약, 의료품은 물론이고 차량까지 민간 기부에 의존하고 있다. 병사들이 개인 돈으로 전투화를 사야 하고, 장갑차 대신 오토바이나 킥보드로 이동하는 모습까지 포착되고 있다.

각 부대는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가족과 민간 후원자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그 물자로 위장망, 통신 장비, 드론, 심지어 탄약까지 조달한다. 이런 구조는 더 이상 군대라고 부를 수 없을 만큼 비정상적이다. 국가의 군이 아니라, 사실상 군복을 입은 민간인 자율조직에 가까운 모습이다. 자원봉사와 기부가 없으면 존재조차 불가능한 전선은 붕괴를 향해 가는 징후라 할 수 있다.

부패와 횡령, 지원조차 도달하지 못하는 현실
설상가상으로 그나마 모인 기부금과 물자조차 병사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장교들이 지원품을 빼돌리거나, 지휘관들이 내부 거래로 물자를 전용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일부 밀리터리 블로거들은 전황 영상이나 정보를 거래 조건으로 내세워 현금과 군수물자를 받아내는 비정상적인 거래까지 벌이고 있다. 이는 러시아군 보급 시스템이 단순히 무너진 것이 아니라, 내부적으로 썩어 문드러졌다는 증거다. 생존조차 위협받는 병사들이 존재하는 한, 어떤 전략도 전투도 의미를 가질 수 없다. 병사들이 무기를 쥐기 전에 생존부터 걱정해야 하는 상황은, 군 조직의 신뢰를 근본부터 흔들고 있다. 그 결과, 지휘체계 자체가 기능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사기 저하와 반란의 배경이 된 내부 붕괴
이런 환경 속에서 러시아군 병사들의 사기가 바닥을 치는 건 당연한 결과다. 심지어 “1천만 루블을 줘도 전장엔 가지 않겠다”는 냉소가 병사들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 이는 병력 충원 자체가 어려운 구조적 위기로 이어지고 있으며, 복무 기피와 탈영 사례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6월 발생한 바그너 그룹의 반란은 이러한 구조적 문제의 정점이었다. 용병과 정규군 간의 보급 경쟁, 불공정한 지원, 상명하복의 붕괴가 반란의 뿌리였다. 반란은 단지 프리고진 개인의 야욕이 아니라, 러시아군 전체의 시스템 붕괴가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였다. 이는 전쟁 수행의 위기가 아니라, 군 조직 자체가 해체 수순으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부 균열이 표면화된 이상, 회복은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

국제사회가 지켜보는 붕괴의 끝자락
이제 국제사회는 러시아군의 이 붕괴 양상을 단순한 군사 실패가 아닌 국가 체제 전반의 위기로 인식하고 있다. 막대한 전쟁 자금을 투입하고도 기본적인 병참조차 유지하지 못하는 구조는 그 자체로 심각한 비효율을 드러낸다. 러시아군이 민간 기부에 의존하는 기형적 보급 체계를 유지하는 동안, 병사들의 사기와 생존 가능성은 갈수록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 상황이 장기화되면 군사적 대응 능력뿐 아니라 정치적 내부 통제력까지 약화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러시아 국민들 사이에서도 체제에 대한 신뢰가 붕괴되면서 전면적인 동요가 일어날 수 있다. 결국, 전장의 문제는 국가 전체의 위기로 비화될 수 있다. 국제사회는 그 끝이 어디일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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