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한창 PC온라인 게임을 즐겼을 무렵 CCR이라는 게임사는 엔씨, 넥슨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기업이었다. CCR의 포트리스는 그야말로 국민게임에 등극하며 메가 히트를 기록했고 중세 판타지가 점령한 PC MMORPG에서 SF라는 우리나라에서는 그다지 선호 받지 못했던 장르로 과감하게 도전한 RF온라인 역시 흥행에 크게 성공했다.
하지만 CCR은 이후 포트리스, RF온라인 후속작의 부재로 인해 점차 그 명성을 잃어가기 시작했고 결국 RF온라인은 2023년 서비스를 종료하며 20여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게 된다.
그렇게 사라질 줄 알았던 RF온라인이 모바일 플랫폼으로 옷을 갈아입고 다시 등장했다. 이번에는 CCR이 아닌 넷마블이 RF온라인의 주인이 되어 나타났다.
RF온라인 변화의 모든 것, 사이언
넷마블 엔투가 개발한 RF온라인 넥스트는 타이틀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RF온라인 후속작이다.
RF온라인 넥스트는 벨라토 연방, 아크레시아 제국, 신성 코라 동맹 세 국가가 광산 협정을 체결한 뒤 약 반세기가 지난 시점에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RF온라인은 벨라토, 아크레시아, 코라 3종족 중 하나를 선택해 플레이 했던 것에 비해 RF온라인 넥스트는 새로운 종족 사이언만을 플레이 할 수 있다.

사이언의 등장은 RF온라인과 RF온라인 넥스트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또한 사이언의 존재는 RF온라인 넥스트가 지향하는 방향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드러내는 상징이기도 하다.
사이언은 일종의 용병이다. 어느 국가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으며 그래서 어느 국가와도 손을 잡고 일을 할 수 있다.
사이언은 바이오슈트에 따라 6종으로 클래스가 나뉘는데, 강력한 원거리 클래스인 퍼니셔, 근거리이자 암살자 역할의 팬텀, 강력한 방어력으로 탱커의 역할을 하는 드레드노트, 일종의 마법사 클래스인 사이퍼, 기술적 지식을 활용해 팀을 지원하는 서포터 역할의 테크니션, 검과 방패 등을 활용해 적을 섬멸하는 인포서가 있다.
사이언의 등장과 함께 종족 선택이 사라진 점은 분명 명과 암이 극명해 보인다. 종족별 개성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기 때문에 유저간 경쟁에 있어 크게 매력이 줄게 되는 것은 사실이고 RF온라인을 즐겼던 팬들에게는 종족선택이 없다는 것 자체가 실망스럽게 느낄 가능성이 매우 크다.
다만 6개의 클래스를 자유롭게 경험할 수 있다는 점과 3개의 국가를 모두 섭렵하면서 대폭 늘어나게 되는 콘텐츠 양은 긍정적인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신기 역시 마찬가지다. 신기는 일종의 메카닉 유닛으로 유저가 직접 탑승할 수 있는 MAU와 유저를 돕는 개별 개체인 런처 2종으로 나뉜다.
10분동안 사용가능한 신기는 레벨업에 따라 더 좋은 신기로 업그레이드된다. 물론 설계도를 얻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캐릭터 외에 또 다른 성장 콘텐츠가 존재한다는 점은 게임을 이어 나가는데 좋은 소스가 된다.
분명 신기의 존재는 RF온라인 넥스트가 가진 조금은 특별한 점이다. 메카닉을 탈 수 있다는 사실은 그 자체로 상당히 끌리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다만 그 사용이 상당히 제한적이고 (10분 사용에 홀리가스 충전이 필요하다) 자동 전투가 주를 이루는 게임에서 외형만 메카닉으로 변했을 뿐 딱히 임팩트를 느낄 수 없다는 점은 아쉽다. 그저 사냥만 좀더 수월해질 뿐 메카닉이 가진 개성이 드러나질 않는 다는 점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이다.
편의성, 성장은 합격점, 식상함 극복 가능할까?
SF를 선택했지만 실상 RF온라인 넥스트는 우리가 익히 경험했던 이른바 전형적인 한국형 MMORPG다. 자동전투, 외형이 변경되는 아바타 뽑기, 자유로운 클래스 변경 등 최근 출시되는 거의 모든 모바일 플랫폼 MMORPG의 특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정형화된 시스템은 익숙함이 주는 편안함과 식상함에서 오는 지루함 모두를 가지고 있다. 익숙함은 게임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춰 빠르게 유저가 유입되는 장점이 있다. MMORPG를 플레이 해본 유저라면 어떻게 성장해야 하는지 따로 숙지하지 않아도 되기에 플레이에 부담이 없다.




하지만 초반 성장이 빠르게 진행되는 구간을 지나 이른바 첫번째 허들구간에 진입하게 되면 익숙한 시스템은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온다. 그 구간에서 유저가 할 수 있는 것은 필드 혹은 던전에 캐릭터를 넣어두고 자동사냥을 돌리거나 결제를 하는 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전자를 선택한다면 그때부터는 지루함과의 싸움이 시작된다. 사냥만으로는 성장이 상당히 더디게 진행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RF온라인 넥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장점으로 꼽히는 훌륭한 편의성은 초반 폭풍 성장에 상당한 도움을 준다. 수많은 퀘스트와 미션이 잘 연결되어 있어 매끄러운 진행이 가능 했고 캐릭터, 신기, 장비 등 다양한 성장 요소 역시 크게 복잡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편리하고 직관적인 게임 시스템은 근래 출시된 MMORPG 중 단연 돋보였다 평가할 정도로 짜임새 있었다.

하지만 허들구간에 진입하자 결국 다른 MMORPG에서 똑같이 느꼈던 그 지루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일일 미션, 국가 미션, 서브 퀘스트 등 부가 콘텐츠도 모조리 소진되고 필드 사냥 밖에는 할 것이 없는 상황이 되면 성장은 매우 더디게 되고 아무런 목적 없이 이어지는 반복 플레이로 플레이에 대한 몰입도가 확 떨어졌다.
물론 이는 이 장르의 특징이다. 결국 모든 MMORPG를 플레이함에 있어 허들은 필연적으로 찾아오고 그에 따른 지루함은 이 장르를 선택한 유저들에게는 필연적으로 만나게 되는 시련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그 시련에 있어 좀더 덜 지루하게 하려는 노력은 필요해 보인다. RF온라인 넥스트는 사냥만 남게 되는 시간이 빠르다. 일일 미션의 소진도 급격하게 이루어지고 국가별 퀘스트, 서브 퀘스트 역시 상당히 빠르게 소진된다.
반복사냥이 필수인 MMORPG라지만 카운팅이 계속 이루어지는 것과 그저 주변의 몬스터만 계속 잡는 것은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100마리 200마리를 잡는 미션이라 할지라도 미션 클리어라는 목적이 있을 때가 덜 지루하다.
따라서 일일 미션의 가짓수를 더 늘리거나 미션의 종류나 양을 더 많게 설정하는 등 반복 사냥의 지루함을 덜어주는 방법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RF온라인 넥스트는 분명 정성을 많이 들인 게임이다. 상당히 많은 양의 컷씬과 이벤트 씬이 등장해 스토리 이해도를 높여주고 성장 요소도 매우 다양해 재미를 더한다.
더불어 외형 전체를 교체하는 방식의 게임은 주로 캐릭터 커스터마이징이 빠진 반면 RF온라인 넥스트는 캐릭터 커스터마이징도 수준급으로 제공되어 캐릭터에 대한 애정도를 높여준다.
대중적인 방식을 선택한 만큼 흥행 롱런을 위해서라도 MMORPG가 가진 지루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 20여년전 RF온라인이 CCR을 대표하는 IP가 되었듯 RF온라인 넥스트도 넷마블의 대표 IP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다.
추천
- 반복 사냥도 즐길 줄 아는 유저라면
- K-MMORPG를 즐기는 유저라면
비추천
- RF온라인 종족에 대한 찐한 추억이 있다면
- K-MMORPG에 거부감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