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형돈을 견디지 못하게 만든 것, 대중의 ‘다 안다는 착각’ [윤지혜의 대중탐구영역]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 대중이 스타에 관해, 으레 가지는 착각은 카메라를 통해 비춰 지는 이미지와 동일할 것이란 생각이다. 특히 예능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스타들, 주로 리얼버라이어티 형식이겠다. 이들을 보는 대중의 시선은 내적 친밀감이 가득 들어찬 상태로, 마치 오래 알고 지낸 지인을 대하는 표정과 유사하기까지 하다.
실제로 깊은 대화 한 번 나눈 적 없지만, 그들이 출연한 방송프로그램을 바탕으로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단정 지어 버리는 것이다. 문제는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구체화된 이미지가 실재하는 모습과 어느 정도 겹치고 또 맞아떨어지겠지만, 그 또한 해당 스타를 이루는 일부일 뿐이란 데 있다. 이는 보통의 우리도 마찬가지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 마이어스-브릭스 유형 지표)로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 대번에 파악 가능하다고들 하지만, MBTI는 저마다 고유의 특성을 지닌 가지각색의 성격을 16가지로 패턴화한 것에 불과하다. 그리하여 내면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아도, 주어진 유형에 벗어나는 구석이 적지 않게 존재함을 금방 깨닫는데, 하물며 특정 편집자, 카메라의 시선을 통과하여 대중에게 도달하는 스타들의 이미지란, 실재적인 모양새와 얼마나 큰 오차범위를 지니고 있을까.
2006년에 시작하여 2018년에 막을 내린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은 ‘무한도전 세대’라 불리는 이들을 양산할 정도로 전국민적인 사랑을 받았다. SNS상에서 여전히 당시에 방영했던 장면들이 회자되고 있으니 말 다한 셈이다. 그러다 보니 ‘무한도전’ 애청자들이 출연자에게, 특히 초창기의 ‘무한도전’ 멤버에게 갖는 내적 친밀감은 아주 상당했는데, 길 가다 우연히 마주쳤을 때 격의 없이 대하는 게 가능했다고 할까.
이들이 ‘대한민국 평균 이하임을 자처하는 남자들’이라서일까. 물론 멤버들에겐 일면식도 없는 이들에게 무작정 당하는, 좀 많이 무례할 수 있는 ‘격의 없음’에 지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혹여 놀라거나 당황할 만한, 심지어 화가 날 만한 상황이었다고 해도 별다른 반응을 보일 순 없었다. 그랬다가는 자신들에게 씌워질 여러 억측과 오해들이 너무도 끔찍했고 괜스레 다른 멤버들에게, 프로그램에게 피해를 끼칠 수도 있지 않을까, 그저 묵묵히 참고 넘길 수밖에 없었을 터.
‘무한도전’ 초창기 멤버인 정형돈은 별일 없던, 심지어 큰 인기를 누리고 있던 어느 날 불안장애를 호소하며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에 관해, 한 방송프로그램에서 나누어준 바로, 자신의 실력보다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많이 느끼고 있었고, 그러던 중 길 가던 사람이 자신의 후드티를 잡아당겨 넘어지게 만든다거나 팬이라며 자신의 딸을 아무 말 없이 안고 가버린다거나 하는 등의 사건을 겪으며 증세가 더욱 악화되었다는 것이다.
사실 친한 지인에게도 해서는 안 될, 몰상식한 행동인데 왜 정형돈에게는 해도 된다고 여겼을까. 은연중에 마치 자신이 정형돈을 다 안다는 듯, 예능프로그램에서 비추어진 ‘대한민국 평균 이하임을 자처하는 남자들’의 이미지가 정형돈 그 자체인 듯 착각을 일으켰고, 그래도 된다고 나름의 결론을 내린 것이다. 다 안다는 착각이 무지와 무례의 극치를 탄생시킨 셈인데, 정작 그로 인한 고통은 오롯이 정형돈에게 부여되었다는 비극이 그저 안타까울 따름이다.
게다가 ‘대한민국 평균 이하임을 자처하는’ 사람들에겐 그래도 된다는 생각부터 천박하기 이를 데 없지 않나. ‘무한도전’의 또 다른 멤버인 노홍철 또한 얼마 전 비행기에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다가와 ‘연예인 아니세요?’라고 묻더니, 자신이 배우자와 떨어졌다며 자리를 바꿔 달라고 하더란 거다. 이에 노홍철은 흔쾌히 응했고, 그 결과 본래 좌석보다 좀 더 좁은 곳에 앉게 되었다.
첫 질문이 다름 아닌, ‘연예인 아니세요?’라니. 누가 봐도 의도가 명백하지 않나. 좀 더 극적으로 풀어내 본다면, 당신이 어떤 이미지를 가진 스타인지 알고 있으니 그 이미지 그대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곤란한 상황에 처하지 않겠냐는. 루머보단 미담을 남기는 게 좋지 않겠냐는 거다. 지금까지 나열한 모든 사안을 작살처럼 꿰뚫고 있는 본질로, 정형돈이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무한도전’, 아니 대중에게서 뒷걸음치게 만든 결정적 요인이 아닐까.
[티브이데일리 윤지혜 칼럼니스트 etvidet@naver.com, 사진 = 채널A ‘오은영의 금쪽상담소‘]
노홍철 | 정형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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