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미래 사업 전환 본격화…기업가치 상승 기대

곽호준 기자 2026. 4. 11.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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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CEO 인베스터 데이 개최…미래 모빌리티 기업으 전환 가속
자율주행·로보틱스 로드맵 구체화…기술 경쟁력·기업가치 상승 기대
송호성 기아 사장이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기아의 중장기 사업 전략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기아

| 서울=한스경제 곽호준 기자 | "기아는 지난 5년간 전 부문에서 쌓아온 혁신 성과를 바탕으로 전기차, 하이브리드, 자율주행, 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과 함께 빠른 속도로 성장할 것입니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 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이같이 말했다. 기아는 기존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지속가능 모빌리티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하겠다는 중장기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2021년 브랜드 리론칭 이후 기아는 추진해온 전환 전략을 기반으로 오는 2030년까지 EV 브랜드→개인화 모빌리티→솔루션 브랜드로 단계적 도약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는 완성차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플랫폼과 서비스까지 확장하는 '총체적 전환'을 본격화하겠다는 구상이다.

▲ 전동화부터 자율주행·로보틱스까지…그룹 미래 사업 청사진 제시

이날 기아는 친환경차 중심의 제품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EV) 100만대, 하이브리드(HEV) 115만대 판매를 목표로 제시하며 친환경차 풀라인업 강화에 나섰다. 전기차는 승용 2종, 스포츠유틸리티차(SUV) 9종, 목적기반차(PBV) 3종 등 총 14개 모델로 확대한다. 하이브리드는 수요 증가에 맞춰 40만대의 생산 능력을 추가 확보하고 13개 라인업으로 늘려 시장 대응력을 높인다.

내연기관차를 병행하는 전략도 함께 제시했다. 오는 2030년까지 내연기관차 198만대 판매 목표를 유지하고 같은 기간 내연기관 신차 9종을 출시할 예정이다. 친환경차 확대와 별도로 기존 내연기관차 수요가 유지되는 시장에서는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판매 기반을 이어간다.
기아의 목적기반차(PBV) PV5의 모습./기아

이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보조금 축소, 통상 환경 변화 등을 반영한 조정으로 풀이된다. 기아는 전기차 중심 전환 기조는 유지하되 시장별 수요와 정책 변화에 맞춰 판매 기반과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가져가겠다는 구상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전동화 전환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요 공백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적인 대응으로 보고 있다.

PBV 사업은 수익 구조 전환을 위한 사업이다. 기아는 PBV를 단순 상용차가 아닌 고객 맞춤형 공간과 솔루션을 제공하는 새로운 모빌리티 영역으로 정의한다. 이를 통해 기존 경상용차(LCV) 시장의 높은 개조 비용과 비효율을 개선하고 고객들의 다양한 서비스 수요를 충족하는 사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PV5에 이어 내년에 PV7, 오는 2029년 PV9 등으로 이어지는 풀라인업을 구축해 오는 2030년까지 23만대 판매를 목표로 설정했다. 향후 글로벌 전기 경상용차(eLCV) 수요가 100만대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기아는 물류·배송 등 기업 수요를 중심으로 시장 확대에 나선다. 차량 공급을 넘어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맞춤형 모빌리티 사업 모델 구축이 목표다.

기아가 제시한 미래 전략의 핵심은 자율주행과 로보틱스다. 기아는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위해 외부 협력과 자체 개발을 병행하는 두 가지 전략을 제시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자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역량과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기술력을 결합한 차세대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 해당 기술은 현대차·기아 일부 양산 차종에 순차 적용될 예정이다. 

동시에 자체 엔드투엔드(E2E) 자율주행 모델 고도화를 지속하며 기술 내재화를 통해 자율주행의 안정성과 신뢰성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박민우 현대차·기아 AVP본부장 사장이 '2026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자율주행 전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기아

두 전략은 단순히 병렬적으로 추진되는 방식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으로 연계된다. 외부 협력을 통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고 양산 차량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내재화 기술을 강화하는 구조다. 이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을 단계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기아는 내년 말까지 고속도로에서 운전자가 손을 떼고 주행 가능한 '레벨2+'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 첫 SDV 모델을 선보인다. 오는 2029년 초에는 도심에서도 자율주행이 가능한 '레벨2++' 수준의 기술이 적용된다. 해당 차량에는 SDV 아키텍처 'CODA',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플랫폼 '플레오스 커넥트', 차량용 에이전틱 AI, 글레오 AI 등 현대차그룹의 핵심 기술이 담긴다.

로보틱스는 물류와 생산 영역에서 활용 범위를 넓힌다. 기아는 PV7과 PV9에 현대차그룹 로보틱스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을 결합해 '라스트마일 배송' 시장 진출을 추진한다. 여기에 4족 보행 로봇 '스팟'과 지능형 물류 로봇 '스트레치'를 투입해 배송 솔루션 고도화에 나선다.

생산 현장에는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투입한다. 오는 2028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시작으로 2029년 하반기에는 기아 조지아 공장(KaGA) 등으로 확대 투입해 제조 공정의 안전성, 생산성, 품질 향상을 동시에 노린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 스팟(오른쪽)의 모습./기아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기아는 그동안 자율주행, SDV, 로보틱스 등 그룹 차원의 미래 사업과 관련해 현대차와는 별도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번 인베스터 데이는 중장기 목표 달성을 위한 기아의 실행 의지를 시장에 분명히 드러낸 자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 증권가, 기업가치 상승 전망…중장기 성장성 '긍정적' 평가

증권가는 이번 인베스터 데이를 기아의 '기업 가치 재평가' 계기로 해석하고 있다. 기아가 이번 행사를 통해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등 미래 사업을 구체화한 자리로 자동차 업종 전반의 '피지컬 AI 모멘텀'을 부각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한다.

특히 그룹 차원의 SDV·자율주행 등 로드맵이 구체적으로 공개되면서 기술 전환 속도가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올해 이후 SDV 적용 차량 확대와 자율주행 양산이 본격화될 경우 기아의 기술 경쟁력과 기업가치가 동시에 상승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가 측면에서도 긍정적 해석이 이어진다. 증권가는 최근 지정학적 리스크로 위축된 자동차 업종 투자심리가 이번 행사를 계기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전동화 중심 전략에서 한 단계 나아가 AI·자율주행·로보틱스까지 확장된 사업 구조가 투자 매력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2026 CEO 인베스터 데이' 질의응답 세션 전경./기아

다만 수익성 측면에서는 점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전동화 확대와 미래 기술 투자로 비용 부담이 증가하는 가운데 단기적으로는 이익률 개선 속도가 제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신증권도 추정치를 통해 향후 영업이익률이 완만한 개선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업계 관계자는 "기아가 미래 사업 청사진을 수치와 일정으로 구체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비용 부담 증가로 단기 수익성 부담은 있겠지만 중장기 성장 동력은 한층 뚜렷해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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