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줄면 집값 떨어질 것" 맹신에…월세-매매 폭등에 후회막심
[땅집고] “인구 계속 감소하고 빈집이 늘어나는데 왜 집을 사요”
저출산 고령화 대표국가인 일본에서는 인구감소로 인한 집값 폭락론이 대세이다. 2008년 1억 2800만 명을 정점으로, 감소세로 전환되어 13년 연속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인구 감소로 빈집이 900만채로, 전체 주택의 13.8%가 빈집이다.
인구감소로 빈집이 널려 있는 현실이다 보니 집을 가능하면 사지 않는 것이 재테크라고 믿는 사람이 많다. 일본은 초저금리로 인해 대출을 받아 집을 사면 월세와 이자가 거의 비슷하지만, “집을 왜 사느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일본에서 적어도 도쿄권 등 대도시에서는 꾸준하게 집값이 오르고 있다. 특히 도쿄권은 아파트 분양가가 가파르고 치솟고 있다.
일본 조사회사인 ‘부동산 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수도권 신축 아파트 평균 분양가는 2014년 4620만엔에서 2023년 6098만엔, 2024년 11월 7988만엔으로 치솟았다. 도쿄(23구)는 2014년 5498만엔, 2023년 8200만엔, 2024년 11월 기준으로 1억889만엔으로 급등했다. 도쿄 도심 아자부 주방의 미타가든힐즈는 평균 89.39m2 평균가격이 3억6517만엔(34억원)이었다. 하마마츠역의 '월드타워 레지던스’의 경우, 68.18m2 평균가격이 2억3810만엔(22억원)이었다. 신축 아파트 가격이 오르면서 중고아파트(70㎡)의 평균가격은 2014년 4203만엔에서 2023년 7055만엔으로 급등하고 있다.
■ 코로나,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건축비 폭등
특히 지난 2~3년간 신축 아파트의 분양가가 급등하고 있다. 코로나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철근 등 자재비와 인건비를 폭등시켰다. 2년 사이에 건축비가 지역에 따라 30~40% 급등하면서 아파트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토지난으로 인한 공급부족도 문제이다. 수도권 분양아파트는 2000년에 9만6000가구까지 분양됐지만, 2020년대 들어 3만가구 수준으로 급감했다. 여기다 엔저도 한몫하고 있다. 엔저로 인해 일본의 주택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느낀 중국 등 외국에서 일본 주택을 사들이는 수요가 늘고 있다. 엔저로 인해 철강 등 원자재 수입가격도 급등하면서, 건축비를 밀어올리고있다.
■ 오르지 않던 월세도 폭등
공급이 적다보니 임대료도 급등하고 있다. 일본의 전국임대관리비즈니스협회에 따르면 11월 임대료는 전국 평균 3.2%가 올랐다. 특히 도쿄 9.3%, 오사카 2.7%, 효고현 7.8% 야마가타현 12.1% 나라현 8.6% 올랐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 도쿄 아파트(2인 가구 이상) 평균 임대료는 전년 대비 월 1만엔(약 9만원)가량 올랐다. 연간으로는 12만엔(약 109만원) 추가 부담이 발생했다”고 전했다.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월세가 오르지 않는 것이 상식으로 통했던 일본이지만, 대도시를 중심으로 임대료도 큰 폭으로 오르면서 내집을 마련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일본의 언론들은 “내집마련 기다릴 것인가, 서두를 것인가”, “인플레이션 시대 내집마련 해야 하나”같은 특집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글=차학봉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