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민주당 후보, "무투표 당선되게 상대후보 사퇴시켜 줘"... 현금 천 만원 건넸다 덜미
선관위, 1천만원 제공 혐의 고발
민주, 열흘 넘도록 입장·조치 없어
광양 전화방·전북 대리비와 대조
시민단체 "자기부정이자 공범 자인"
도당 "후보 사퇴시 대표자 사라져"

더불어민주당이 전남광주특별시의원 무투표 당선을 노리고 경쟁 후보 측에 1천만 원을 건넨 혐의로 고발된 현직 전남도의원의 공천 자격을 유지해 파문이 일고 있다. '돈 선거'에 무관용을 공언한 민주당 스스로 내세운 원칙을 짓밟은 오만이자 노골적인 이중잣대라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27일 지역 정가에 따르면 전라남도선거관리위원회는 최근 전남광주특별시의원 장흥 제2선거구 윤명희(민주당)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같은 선거구 무소속 입후보 예정자의 출마를 막기 위해 그 지인인 지역 언론인에게 현금 1천만 원과 백자를 건넨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현 전남도의원 신분인 윤 후보는 해당 선거구에 단독 입후보한 무투표 당선 예정자다.
선관위는 제보를 토대로 확인한 1천만 원의 현금과 윤 후보가 돈 가방을 들고 경쟁 후보자 지인 자택을 방문하는 사진 등을 언론에 공개했다. 선관위가 선거법 위반 행위를 물증까지 공개한 것은 이례적이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선 금액과 정황을 볼 때 공직선거법상 당선무효형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처럼 '경쟁 후보 금품 매수'라는 중대한 선거범죄 의혹에도 민주당은 윤 후보 공천을 철회하거나 징계를 않고 장흥 제2선거구 후보 자격을 그대로 유지시키고 있다. 선관위 공식 발표가 후보 등록 마지막 날로 시간상 공천 취소를 할 수 있었음에도 유야무야 넘어간데다, 이후 열흘이 넘도록 공식적인 입장 표명이 단 한 차례도 없는 상황이다.
윤 후보 사건이 불거지자 민주당 전남도당 안팎에서는 "선거가 너무 임박해서 대체 후보를 구하기 어렵다", "어차피 당선 시 재보궐 하면 된다"는 식의 계산이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대법 유죄 확정까지 최소 2년 정도는 특별시의원 직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이는 유권자의 선택권과 대표권을 '공천 실험용'쯤으로 취급하는 노골적인 정치 이기주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유권자로선 '어차피 날아갈 의석'을 뻔히 알면서 선택을 강요받고, 제대로 된 대표를 뽑을 기회조차 박탈당한 채 2년을 저당 잡히기 때문이다.
특히 윤 후보가 당선 후 법원에 의해 당선 무효가 확정될 경우 또다시 선거를 치러야 한다. 이에 따른 선거비용은 모두 해당 주민들이 떠안아야 할 부담이다. 행정력 낭비도 불가피하다. 민주당이 공당으로서 책임져야 할 '후보 검증·자정 기능' 마비에 따른 막대한 악영향이 우려되고 있다.
광주시민단체협의회 기우식 정책위원장은 "무투표 당선을 위해 1천만 원을 건넨 의혹을 알면서도 후보 등록을 허용한 순간, 민주당은 더 이상 '피해자'가 아니라 그 범죄 구도의 공동 책임자, 즉 공범으로 비판받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공직선거 후보자에 대한 민주당의 자기부정은 전남 광양 전화방 사건·김관영 전북지사의 대리비 지급 논란과 나란히 놓고 보면 더 선명해진다.
광양시장 경선에서 박성현 예비후보 측의 불법 전화방 운영 및 경선운동원에게 지급할 현금 봉투 준비 건이 선관위 단속으로 드러나자, 민주당 최고위원회는 "후보 자격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했다"며 곧바로 자격 박탈을 전남도당에 지시했다. 도당은 즉시 박 예비후보의 경선 참여권을 빼앗는 조치를 단행했다.
김관영 전북지사가 식사 자리에서 선거구민과 식당 관계자 등에게 이른바 '대리비' 명목으로 현금을 건넨 사실이 CCTV 등으로 드러났을 땐 민주당 지도부는 윤리감찰 지시 하루 만에 최고위에서 만장일치로 제명의결했다. 그런데 정작 무투표 당선을 노리고 1천만 원을 건넨 장흥 사건 앞에서는 이런 '무관용 원칙'이 감쪽같이 사라진 셈이다.
이에 대해 김원이 민주당 전남도당 위원장은 "도당에서는 상황을 체크해 중앙당에 보고했고, 결론이 나면 도당에 통보가 올 것이다. 다만, 무투표 당선자이기 때문에 후보 사퇴 등을 하면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이 없어지진다. 또한 아직 법적으로도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중앙당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장흥을 지역구로 둔 문금주 의원(장흥·강진·고흥·보성)은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주민들께 송구그럽다"면서 "무투표 당선은 됐지만 사법부의 판단을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남도일보 취재진은 의혹 당사자인 윤명희 후보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락이 닿지 않았다. 추후 입장이 파악되면 반영할 예정이다.
/박형주 기자 hispen@namdonews.com·
/박정석 기자 pjs@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