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장관, 북한군 러시아 파병에 “손 놓고 있을 수 있는 상황 아니다”
파병 과정서 “중국은 배제됐을 것”
“북, 러시아 ‘올인’에 근본적 의문”
“전쟁 끝나면 북한 가치 떨어질 수도”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4일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우리 안보에 위협으로 돌아온다며 “손 놓고 있을 상황 아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의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고려 발언을 옹호한 것이다. 조장관은 북한의 파병 결정 과정에서 중국은 관여하지 않았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북한 파병과 관련해 중국과 대화를 추진하겠다는 뜻도 내비쳤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외교·통일부 종합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은 대통령실의 우크라이나 살상 무기 지원 고려 발언의 위험성을 잇따라 지적했다. 이용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국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은 이에 북한군의 파병이 “결국 우리 안보에 위협 요인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우리가 손 놓고 앉아 있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러시아를 돕는데 어떻게 우리하고 이해관계가 없다고 말할 수 있나, 대가 없이 (파병이) 이뤄지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후덕 민주당 의원도 “(정부가) 살상무기까지 얘기하는 것은 북한이 하는 짓을 흉내 내는 것 같다”라며 “제발 좀 신중하게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제공을 언급하는 것이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조 장관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했다. 조 장관은 “지금 상황에서 강력한 대응 방침과 조치 의지를 표명함으로써 철수를 종용하고 추가 파병을 억제하는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지난 22일 “(북·러 협력의) 단계별로 시나리오를 보면서 방어용 무기 지원을 고려할 수도 있고, 한도가 지나치다 싶으면 마지막에 공격용 무기 지원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김태호 국민의힘이 ‘중국이 용인하지 않았다면 과연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할 수 있을 것으로 보나’라는 질문에는 “중국은 아마 이 과정에서 배제됐을 것”이라며 “중국이 용인하고 협의 대상이 됐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북·중관계 이상설과 관련한 질의에도 “많은 징후와 정황 증거가 있다”라며 “다만 얼마나 깊은 상처인지는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조 장관은 ‘북한의 파병 배경에는 외화벌이와 첨단 군사기술 획득 외에도 미국 대선 이후에 러시아를 배경으로 미국을 상대하는 데 중요한 카드를 확보하는 의미도 있다’라는 김기웅 국민의힘 의원의 말에 “대체로 동의한다”고 했다. 조 장관은 그러면서 “북한이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중국이 필요할 텐데, 왜 중국과 관계를 악화시키면서까지 러시아에 ‘올인’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김기웅 의원이 ‘중국이 북한이 원하는 것을 충분히 들어주지 않고 있기 때문에, 중국의 태도 변화를 이끌려면 강수가 필요한 게 아닌가’라고 묻자 조 장관은 “중국이 100% 도와주지 않으니 러시아에 매달리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 장관은 북한 파병 관련 중국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묻는 임요한 국민의힘 의원에 말해 “내심 어떤 고민을 하는지 깊이 있는 대화를 못 해봤다”라며 “대화를 한번 할까 한다”고 말했다.
중국 측은 “모든 당사국이 정세의 긴장 완화와 정치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길 희망한다”는 원론적 입장만 밝힌 상태다. 다만 북한의 파병으로 인해 동북아시아를 비롯한 국제 정세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한·일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미국 동맹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협력이 강화되는 건 중국의 바라는 그림이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조 장관은 ‘향후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당선이 되면,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축소할 것이고 북·러가 승전고를 울리면서 북·러 군사협력이 더 긴밀해질 것’이라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의 지적에 “꼭 그렇게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 반대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전쟁이 급해서 북한을 끌어들인 것이기 때문에 (전쟁이 끝나면) 북한의 전략적 가치가 떨어질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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