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는 24시간 내내 쉴 새 없이 작동하는 장기다. 그만큼 외부 유해물질과 접촉할 기회도 많고, 손상되었을 때 회복력이 떨어지는 기관이기도 하다. 특히 흡연, 미세먼지, 바이러스 감염, 그리고 유전적 요인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해 폐세포에 만성 염증이나 변형이 반복될 경우, 결국 폐암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초기 증상이 거의 없다는 것, 그리고 폐암 진단 이후에는 치료 경과와 예후가 다른 암보다 훨씬 보수적이라는 데 있다.
하지만 폐는 장기 자체의 재생은 어렵더라도, 세포 환경이나 염증 반응, 면역 반응 등을 조절하는 방식으로 건강한 기능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는 장기다. 특히 식이 조절은 폐 내부의 염증 수준과 항산화 대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일상 속 음식 선택은 매우 중요한 전략이 된다. 아래 소개할 다섯 가지 음식은 단순히 폐에 ‘좋다’는 수준을 넘어서, 실제로 폐세포 보호, 면역 활성화, 종양 억제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들이 축적되어 있는 식품들이다.
첫 번째 – 검은 들깨: 강력한 항산화 작용과 폐점막 보호 효과
들깨는 흔히 혈관 건강이나 두뇌 건강에 좋다고 알려져 있지만, 특히 검은 들깨는 폐 건강 측면에서도 주목해야 할 식품이다. 들깨에 들어 있는 ‘로즈마린산’과 ‘세사민’은 체내 항산화 효소인 SOD(초산화물 디스뮤타아제)를 활성화시켜 활성산소로 인한 폐세포 손상을 막는 데 탁월한 작용을 한다. 특히 흡연자나 미세먼지에 자주 노출되는 사람들의 폐 상피세포는 산화 스트레스에 매우 취약한데, 들깨의 지방산과 항산화 성분이 이를 억제해준다.
또한 들깨의 불포화지방산은 폐포 점막을 부드럽게 유지해 만성기침, 건조감, 염증을 완화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특히 들깻가루를 물이나 우유에 타서 아침 공복에 꾸준히 섭취할 경우 폐 내벽이 부드럽게 유지되고, 점막 면역 반응이 안정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두 번째 – 은행 열매: 세포 내 종양 유전자 발현 억제
은행은 폐에 좋은 음식 중에서도 폐암 관련 연구에서 자주 등장하는 식품이다. 특히 은행 속에 들어 있는 ‘플라보놀 배당체’와 ‘테르페노이드’는 폐세포 내 종양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하고, 이미 암세포가 형성된 경우 증식 속도를 늦추는 데 도움을 준다고 보고되어 있다. 중국 전통의학에서는 폐의 열을 내려주고, 기침을 멈추며, 객담 배출을 원활하게 하는 약재로 은행을 활용해왔다.
다만 은행은 생으로 먹을 경우 독성이 있어 반드시 익혀서 섭취해야 하며, 하루 5~7알 이하의 소량 섭취가 적절하다. 폐암 환자 중 일부는 은행을 끓여 죽으로 만들어 식사 대용으로 활용하거나, 갈아서 꿀과 함께 소량씩 복용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과 적정량 유지다. 과다 복용은 오히려 간 기능에 부담이 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세 번째 – 숙주나물: 글루타티온 촉진과 점막 방어 강화
숙주는 그저 흔한 나물이 아니다. 숙주에는 ‘글루타티온’이라는 항산화물질의 전구체가 풍부하게 들어 있으며, 이 성분은 폐포세포 내에서 독성 물질의 해독을 도와준다. 글루타티온은 폐 안에 들어온 미세먼지나 세균 잔여물, 담배 타르 성분을 중화시키고 점액을 적절히 유지해 폐포 내부가 건조하거나 염증에 취약해지는 것을 막는다.
또한 숙주는 비타민C와 B군, 아연이 풍부하여 면역세포가 활성화되는 데도 기여한다. 특히 폐암 환자의 경우 백혈구 수가 비정상적으로 감소하거나, 세포면역 반응이 약해져 감염에 취약한 상태가 많은데, 숙주의 이런 미량영양소들은 전신 면역 회복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숙주는 너무 익히면 영양소가 손실되므로, 살짝 데쳐 무침 형태로 먹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다.
네 번째 – 더덕: 폐조직의 섬유화 방지와 기관지 회복 지원
더덕은 예로부터 ‘산에서 나는 고기’라는 별명을 갖고 있을 만큼 영양이 풍부한 뿌리 채소다. 특히 더덕에 들어 있는 사포닌 성분은 폐조직의 섬유화(딱딱하게 굳는 현상)를 방지하고, 손상된 폐 상피세포의 회복을 유도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는 단순한 염증 억제 수준을 넘어, 폐 구조 자체의 유연성과 기능성을 유지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또한 더덕 특유의 쌉쌀한 맛을 내는 배당체 성분은 기관지 내 점액 분비를 안정화시키고, 마른기침이나 가래가 잦은 경우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특히 폐암 환자가 항암치료 이후 호흡기 이상 증상이나 만성적인 건조함을 느낄 때 더덕 달인 물을 꾸준히 마시면 기침 빈도와 강도가 완화되는 사례가 있다.
다섯 번째 – 노란 파프리카: 세포 회복에 필요한 비타민 A와 카로티노이드의 보고
노란 파프리카는 비타민 A와 베타카로틴 함량이 매우 높은 채소로, 폐 점막 보호에 핵심적인 식품이다. 베타카로틴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전환되어 폐세포의 회복과 재생을 도우며, 손상된 점막 조직의 복구에 관여한다. 특히 흡연으로 인한 점막 세포의 변형을 억제하는 항돌연변이 효과도 보고되고 있다.
또한 노란 파프리카에 들어 있는 루테인과 제아잔틴은 눈 건강에 좋기로 알려졌지만, 폐세포의 항산화 보호막을 형성하는 데도 기여한다. 폐암 환자 중 일부는 치료 중 구강건조증이나 후각 이상, 식욕저하 등의 부작용을 겪는데, 파프리카는 비타민 B6, 엽산 등의 성분이 풍부해 전신 대사를 회복시키는 데도 도움이 된다. 생으로 먹을 수 있고, 흡수율도 높기 때문에 식사에 꾸준히 활용할 수 있는 실용적 채소다.
폐암 관리의 핵심은 ‘세포 환경 조절’이다
폐암은 단순히 종양을 없애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암세포의 증식 속도를 늦추고, 주변 세포의 건강한 환경을 유지하며, 염증과 산화 스트레스를 조절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의학적 치료와 더불어 일상 속 식단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