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은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항소심 재판이 다음 달에 본격 시작된다. 재판부는 재판을 빨리 진행해 이르면 10월에 선고가 가능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서울고법 형사4-1부(김인겸 부장판사)는 8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를 받는 김 센터장과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기소된 카카오법인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에 대한 항소심 2차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고 입증계획을 논의하는 절차다.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어 이날 김 센터장과 배 전 대표 등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재판부는 빠른 재판 진행을 예고했다. 김 부장판사는 "재판부 3명 다 참석한 가운데 정식 공판을 한 번 진행하고 이후 증인심문 기일을 1~2회로 예상한다"며 "지금 계획대로라면 10월경에는 선고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다.
재판부는 검찰과 카카오 측 변호인들과의 의견조율을 거쳐 6월24일 오후3시30분에 첫 공판기일을 열기로 정했다. 이후 7월22일, 8월26일, 9월23일, 10월21일에도 같은 시간대에 재판을 이어가기로 했다.
첫 기일에서는 프레젠테이션(PPT) 중심의 쟁점 설명이 진행될 예정이다. 검찰 측이 먼저 약 1시간 동안 발표한 뒤 카카오 측은 변호인 3명이 각각 20~30분씩 순차적으로 의견을 밝히게 된다.
3월에 열린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쟁점을 △피고인들에게 시세조종·안정의 목적이 있었는지 △시세조종·안정을 위한 매매라면 인위적인 조정을 가하는 시세조종이 아니라도 일련의 매매가 법 위반을 구성하는지 △피고인들의 매수행위가 객관적인 매매양태 측면에서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하는지로 정리했다.
김 센터장은 2023년 2월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자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가(12만원)보다 높게 설정·고정해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김 센터장이 같은 해 2월16∼17일, 27일 등 사흘간 배 전 대표, 원아시아파트너스 등과 공모해 약 1100억원의 SM엔터 주식을 고가매수·물량소진 등의 수법으로 300회 이상 시세조종한 것으로 보고 있다.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는 카카오 측과 검찰 측의 신경전도 이어졌다. 검찰은 "카카오 경영진은 물론이고 카카오 투자 관련 담당 관계자 등의 대화 내역에서 '공개매수 저지'라는 표현이 사용됐다"며 "핵심은 2023년 2월28일자 카카오 측의 장내매수 목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카카오 측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실패가 전제돼야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며 "그 당시 카카오 측은 하이브의 공개매수 실패를 단언하며 확신하고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덧붙였다.
반면 카카오 측은 "시세조종 목적도 없었고 인위적인 가격 조정 행위도 없었다"며 "공개매수 저지를 목적으로 주식을 매수한 사실도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적대적 인수합병(M&A) 상황에서 공개매수를 저지하려는 시도는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이 곧 시세조종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김 센터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카카오의 SM엔터 인수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하지만 카카오에서 고려는 했지만 인수가 반드시 필요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은밀한 경영권 인수가 진행됐다고 하지만 객관적 사실관계에 비춰 이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함께 기소된 배 전 대표와 카카오법인, 카카오엔터테인먼트법인 역시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다. 다만 지창배 원아시아파트너스 대표에 대해서는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권용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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