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생을 믿어온 친구라 할지라도 나이가 들고 처지가 달라지면 한순간에 시기와 질투의 화신으로 돌변하여 등에 칼을 꽂는 일이 허다하다.
많은 이들이 외로움을 달래려 속마음을 털어놓지만 돌아오는 것은 교묘한 소문과 은근한 무시뿐이라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는다.
내 입으로 내뱉은 한마디가 결국 독이 되어 내 발등을 찍게 만드는, 늙어서 절대 친구에게조차 말하고 다니면 안 되는 내용을 소개한다.

아무리 가깝고 오래된 친구 사이일지라도 내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다는 사실을 아는 순간 은근한 박탈감과 시기심을 느끼며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돈이 많다고 유세를 떨다가는 모임에서 밥값을 독차지해 계산해야 하는 호구가 되거나 끈질긴 금전 거래 요구나 사기 유혹에 전 재산을 탕진할 위험에 노출된다.
반대로 돈이 없다고 징징거리며 가난을 한탄하면 나를 만만하게 보고 무시하는 인간들의 먹잇감이 될 뿐이므로 내 재산은 철저히 비밀로 부쳐야 한다.

자식이 나에게 용돈을 얼마를 주는지 혹은 명절에 찾아오지도 않아 서운하다는 속사정을 동창회나 모임에 나가 안줏거리로 털어놓는 행동은 금물이다.
내 자식 험담은 결국 내 얼굴에 침 뱉기나 다름없으며, 주변 가짜 인연들에게 내가 자식에게도 대접받지 못하는 비참한 부모라는 약점을 스스로 잡히는 지름길이다.
자식 농사 다 부질없다는 서러움이 밀려오더라도 내 가정의 불화는 단칼에 숨겨야만 노년의 평판과 최소한의 체면을 지킬 수 있다.

은퇴 전 내 직함이나 화려했던 성공 기억에 매몰되어 만나는 사람마다 내가 옛날에는 말이야를 입에 달고 사는 행동은 주변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현재의 초라한 처지를 감추기 위해 과거를 붙잡고 상전 노릇을 하려 들면 돌아오는 것은 꼰대라는 조롱과 철저한 따돌림뿐이다.
껍데기뿐인 과거의 영광을 과감히 도려내고 지금 내 삶의 내실을 다져야만 늙어서 추해지지 않고 존경받는 고품격 어른이 된다.

인생의 모진 풍파를 겪으며 쌓인 한을 친구에게 위로받고 싶어 무심코 꺼냈다가 나중에 관계가 틀어지면 가장 무서운 무기가 되어 돌아온다.
가짜 친구들은 내 아픔을 진심으로 걱정해주기는커녕 뒤에서 수군거리며 다른 이들의 대화 소재로 삼아 내 영혼을 두 번 짓밟는다.
내 슬픔을 아무도 책임져주지 않는 잔혹한 현실을 직시하고 내 마음 근육을 단단하게 키우는 침묵의 지혜가 필요하다.

앞에서는 반가운 척 위선을 떨면서 뒤에서는 다른 동창의 흉을 보거나 험담을 옮기는 입방정은 인간관계를 파탄 내는 가장 무서운 주범이다.
너만 알고 있어라라며 건넨 말은 귀신같이 당사자의 귀에 들어가 평생의 친구를 하루아침에 철천지원수로 만든다.
소통이 통하지 않는 무례한 인간들과 엮여 내 에너지를 약탈당하지 않으려면 남의 말은 차단하고 내 입은 무섭게 닫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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