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자주포의 강력한 경쟁자 "독일 RCH-155"

자주포 시장에서 한국의 K9 자주포와 독일의 RCH-155는 현대 포병 전력의 양대 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두 무기 체계는 각자의 특성과 장점을 바탕으로 국제 방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이 두 자주포의 기술적 특성과 성능, 그리고 시장에서의 입지를 살펴보겠습니다.

파워팩까지 국산화 한 K9 자주포

k9 자주포

K9 자주포는 대한민국이 자체 개발한 최신형 궤도형 자주포입니다.

155mm/52구경 주포를 탑재하고 있으며, V-LAP 탄약 사용 시 최대 54km의 우수한 사거리를 자랑합니다.

발사 속도는 최대 분당 9발이며, 초기 3발은 15초 내에 발사할 수 있는 신속한 화력 투사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K9 최신 버전에는 자동장전 시스템이 탑재되어 있어 승무원이 기존 5명에서 3명으로 감소했으며, 이는 인력 운용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시켰습니다.

약 47톤의 중량을 가진 K9은 도로 주행 시 최대 시속 67km의 속도를 낼 수 있어 궤도형 자주포 중에서는 높은 기동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K9 자주포의 동력 시스템에 있어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독자적인 엔진 개발에 성공했다는 것입니다.

초기 K9 자주포는 독일 MTU사의 엔진에 의존했으나, 수출 제약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STX엔진,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자동차연구원 등 산학연과 함께 750억원을 투입해 2022년 K9 엔진 국산화에 성공했습니다.

STX엔진이 개발을 주관한 이 국산 엔진은 MTU사의 엔진과 동일한 1000마력의 출력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연료소비율도 5% 가량 개선된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K9 자주포 엔진

변속기 또한 국산화가 진행 중으로, SNT중공업이 개발한 국산 변속기가 탑재될 예정입니다.

이러한 핵심 부품의 국산화는 수출 경쟁력을 크게 강화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실제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3년 2월 사우디 방산전시회에 독일 정부의 승인 없이 K9 자주포의 실물을 전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가격 측면에서 K9은 약 800만~1,000만 달러(약 110억~140억 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이는 동급 최신형 자주포 중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K9 계열 자주포는 한국, 튀르키예,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등 다양한 국가에 수출되어 국제 시장에서 '베스트셀링' 무기로 자리매김했습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2년 이집트로부터 2조원 규모로 수주한 K9 자주포 216문에 국산 엔진을 탑재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작년 상반기부터 이집트 현지에서 엔진 내구도 시험 평가를 진행하고 있고 올해 안으로 시험 평가를 마칠 계획입니다.

독일 RCH-155의 성능과 특징

독일의 RCH-155는 차륜형 자주포로, K9와 마찬가지로 155mm/52구경 주포를 탑재하고 있습니다.

사거리와 발사 속도 역시 K9와 유사하게 V-LAP 탄약 사용 시 최대 54km, 분당 최대 9발의 성능을 보여줍니다.

RCH-155의 가장 주목할 만한 특징은 이동간 사격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2021년에 공개된 이동간 사격 영상은 155mm 자주포 중에서는 세계 최초의 이동간 사격 능력을 보여주어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이 능력은 발사 후 적의 대포병 사격을 피해 신속하게 위치를 변경할 수 있는 '슛 앤 스쿠트(shoot and scoot)' 전술에 획기적인 이점을 제공합니다.

또한 헌터킬러 사격 같은 고급 기능도 갖추고 있어 전술적 유연성이 뛰어납니다.

RCH-155의 동력 시스템은 MTU사의 휠드 차량용 엔진을 사용하고 있으며, 약 800마력의 출력을 제공합니다.

변속기는 ZF사의 자동변속기를 채택하여 차륜형 플랫폼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독일 본토 업체의 부품 사용은 기술적 안정성을 제공하는 반면, 수출 시 독일 정부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제약도 있습니다.

차륜형 플랫폼을 사용하는 RCH-155는 약 38톤의 중량으로 K9보다 가벼우며, 도로 주행 시 최대 시속 100km 이상의 속도를 낼 수 있어 전략적 기동성이 매우 우수합니다.

이는 장거리 기동이 필요한 상황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성능에는 비용이 따릅니다.

RCH-155의 단가는 초기 양산분 기준 1문당 약 1,200만 유로(약 170억 원)로, K9(800만~1000만 유로)보다 상당히 비싼 편입니다.

양산 초기의 저율생산과 고성능을 감안하더라도 다른 155mm 차륜형 자주포에 비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RCH-155는 '박서 계열'의 일부로서 공통 박서 구동 모듈을 사용하고 있어, 이미 박서 계열 차량을 운용하는 군대에서는 부품 공유와 유지보수 측면에서 이점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국제 시장에서의 RCH-155 현황

RCH-155 차륜형 자주포

RCH-155는 비교적 신형 장비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제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습니다.

2023년 10월, 독일 연방군은 차기 차륜형 자주곡사포로 RCH-155를 선택했습니다.

경쟁 후보였던 라인메탈의 RMMV HX3 트럭 기반 155mm 차륜형 자주포는 당시 기준 첫 시험발사도 진행되지 않아 기술적 성숙도가 부족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2024년 7월 블룸버그의 보도에 따르면, 독일 연방군은 100문 도입을 계획하고 2025년도 예산에 관련 비용을 투입할 예정이며, 최종적으로는 약 160문까지 도입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도 RCH-155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독일은 우크라이나에 36문의 RCH-155를 지원하기로 결정했으며, 2025년 1월 람슈타인 정상회의에서 18문을 추가로 지원하기로 발표하여 총 54문으로 지원 규모를 확대했습니다.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는 RCH-155를 실전 배치한 최초의 국가가 될 예정입니다.

이 외에도 스위스군은 노후화된 M109 대체 사업에서 경쟁 후보인 아처 자주곡사포를 누르고 RCH-155를 선정했습니다.

스위스 버전은 차대를 피라냐 IV 10×10으로 변경할 예정입니다.

또한 카타르 육군은 보유하던 PzH2000 12문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대가로 독일로부터 RCH-155 24문의 수출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9과 RCH-155의 기술적 비교

K9과 RCH-155는 모두 최신 기술을 적용한 고성능 자주포이지만, 근본적인 설계 철학과 운용 개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모두 최신 기술을 적용한 고성능 자주포이지만, 근본적인 설계 철학과 운용 개념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K9은 궤도형 플랫폼의 장점인 전장 기동성과 험지 극복 능력이 뛰어나며, 최근의 엔진 국산화 성공으로 수출 제약을 극복하는 큰 진전을 이루었습니다.

검증된 성능과 상대적으로 경쟁력 있는 가격, 그리고 핵심 부품의 국산화는 K9의 큰 강점입니다.

반면 RCH-155는 차륜형 플랫폼의 장점인 전략적 기동성과 유지보수 용이성이 뛰어나며, 이동간 사격 능력은 현대 전장에서 생존성과 화력 투사 측면에서 혁신적인 이점을 제공합니다.

다만 높은 가격과 독일 정부의 수출 승인 필요성은 일부 시장에서 제약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엔진과 변속기 측면에서 K9은 국산화를 통해 수출 자율성을 확보했으며, RCH-155는 전통적인 엔진 강국인 독일 업체의 부품을 탑재해 신뢰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독일은 "분쟁국가에 무기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제약이 있어, 장기적으로 K9이 정치적 제약 없이 더 다양한 국가로 수출할 수 있습니다.

두 자주포는 사거리, 화력, 정확도 측면에서는 비슷한 수준의 성능을 보이지만, 플랫폼 특성과 특수 능력에서 차별점을 갖습니다.

K9은 중장비 기동에 유리한 지형이나 비포장 도로가 많은 지역에서 이점이 있으며, RCH-155는 광범위한 도로망이 발달한 지역이나 신속한 전략적 기동이 필요한 환경에서 이점을 갖습니다.

두 자주포의 향후 전망


자주포 시장은 현대전의 요구에 맞춰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K9은 엔진과 변속기의 국산화라는 중요한 기술적 성과를 바탕으로, 독일의 수출 제한 없이 중동을 포함한 더 넓은 시장으로 진출할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집트 수출 계약(216문, 2조원 규모)에 국산 엔진을 탑재하는 것은 이러한 새로운 가능성의 시작점이 될 것입니다.

반면 RCH-155는 이미 획득한 시장 성과를 바탕으로, 양산이 본격화됨에 따라 단가를 낮추고 더 많은 국가로 수출을 확대하는 것이 과제가 될 것입니다.

또한 높은 단가에 걸맞은 성능 입증이 실전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두 자주포 모두 자국의 방산 산업 발전과 국제 협력 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며, 각자의 강점을 살려 다양한 국가의 군사적 요구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 나갈 것으로 전망됩니다.

궁극적으로 궤도형은 K9이, 차륜형은 RCH-155이 시장을 양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쨌든 자주포 경쟁은 자주포 기술의 발전을 촉진하고, 전 세계 군대의 화력 투사 능력을 향상시키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