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 상황, 그리고 덴마크의 선택
2023년 초, 덴마크는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해 보유 중이던 프랑스산 CAESAR 자주포 19문을 모두 공여했습니다. 순식간에 포병 전력이 텅 비어버린 겁니다. 이에 따라 정상적인 장기 사업이 아닌 '초단기 긴급 조달'이 시작됐고, 속도와 가격이 최우선 기준이 됐습니다.
경쟁 입찰에는 한국 K9, 프랑스 CAESAR, 스웨덴 Archer, 그리고 이스라엘 Elbit Systems의 ATMOS가 올랐습니다. 덴마크 정부는 "가장 빠르게 받을 수 있다"는 이유로 ATMOS를 선택했다고 공식 발표했죠. 총 약 2억 5천만 유로 규모로 ATMOS 19문과 PULS 로켓 발사대 8기를 계약했습니다.

약속된 속도는 어디로 갔나
문제는 선택 이후에 터졌습니다. 당초 2024년 초 전력화를 약속했던 ATMOS는 IT 통합 문제, 훈련 일정 지연, 운용 체계 미정 등으로 도입 시점이 2026년까지 밀렸습니다. 게다가 초기 예산은 1억 유로 이상 증가했고, 덴마크 내부에서는 "긴급성을 이유로 절차를 너무 단순화했다"는 비판이 뒤늦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입찰 과정에서도 논란이 있었습니다. 경쟁 입찰 없는 직접 계약, 의회에 전달된 정보의 오류, Elbit과의 과거 소송 관련 의혹까지 불거졌죠. K9를 협상 들러리로 이용했다는 주장까지 등장했습니다. 무기 거래 특성상 확실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절차상 문제가 있었던 건 분명해 보입니다.

이웃 국가들은 이미 준비 완료
같은 시기, 주변 국가들은 다른 선택을 했습니다. 폴란드는 수백 문의 K9을 계약·전력화했고, 노르웨이 역시 K9를 추가 도입하며 무장을 끝냈습니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선택 이유는 명확했습니다. 이미 실전 배치된 체계, 대량 생산 능력, 안정적인 후속 군수 지원. 전쟁 시대에 '지금 당장 꺼내 쓸 수 있는 무기'가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덴마크 관계자들도 "속도가 더 중요해졌다", "도입 지연은 아쉽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폴란드와 노르웨이가 K9로 두 다리 뻗고 잘 때 덴마크만 허둥대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죠.

결국 전쟁은 납기와 생산력이다
덴마크 사례는 단적으로 말하면 K9를 선택하지 않은 국가의 실패담입니다. 전쟁 시대에 '속도'와 '현실성'을 어떻게 평가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교훈으로 해석됩니다. K9이 계속 선택받는 이유는 최고의 성능 때문만이 아닙니다. 생산 라인이 확보돼 있고, 이미 검증된 플랫폼이며, 무엇보다 '지금 당장' 전장에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이 결정적입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은 포병 전력 보강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그 속에서 한국의 '로켓 배송'이라는 별명은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K-방산의 핵심 경쟁력을 정확히 보여주는 표현입니다. 전쟁은 말이 아니라 납기와 생산력으로 결정된다는 사실을 덴마크는 뼈아프게 배우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