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충북 IB 교육… “자기주도적 성장” vs “특권교육 변질 가능성”
[현안점검] 국제 바칼로레아 교육 도입 논란
개념 이해·탐구학습 활동 주축 전개
세계 160여개국 5700여곳서 운영
윤건영 교육감 “지속가능교육 완성”
준비학교 9곳 선정… 교사 양성 협약
충북교육연대·전교조 등 반대 목소리
“막대한 사용료·구체적 로드맵 없어”
국제 바칼로레아(IB) 프로그램 도입 여부가 충북 교육계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윤건영 충북도교육감은 IB 프로그램 도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 프로그램을 공교육에 도입해 자기주도적인 학생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게 윤 교육감의 의도다.
반면 충북지역 진보성향의 교육단체는 특권교육으로 변질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막대한 프로그램 사용료를 외국 사기업에 지불해야하는 것도 논란의 대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IB 탄생 배경
IB는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의 약자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교육재단인 IBO(International Baccalaureate Organization)에서 개발·운영하는 국제 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을 말한다.
개념 이해 및 탐구학습 활동을 주축으로 전개하며 학습자의 자기주도적 성장을 추구하는 역량 교육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의 발생은 국제기구 창설과 관련성이 깊다.
1920년 국제연맹본부가 스위스 제네바에 개설되면서 세계 각국에서 발령받은 직원들이 이곳에서 근무하기 시작했다.
대다수의 직원들은 근무지에 자녀를 비롯한 가족들과 함께 이주했다.국제기구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자녀를 교육할 학교가 필요했다.
이에 1924년 제네바 국제학교가 문을 연다.하지만 국제학교의 수업방식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곳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귀국 후 자국에서 치러야 하는 대학입시 시험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이곳의 수업이 다양한 국가에서 요구하는 교육 목적을 모두 충족시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네바 국제학교는 1964년 새로운 방식의 교육 프로그램 개발을 고심하게 된다.
다양한 국가별 시험 제도는 물론 국제질서와 평화를 구축하는 국제기구의 이념을 충족시킬 수 있는 교육과정 개발이 시급했다. 그 결과물이 IB 교육과정이다.
스위스 제네바의 국제학교는 1968년부터 새 교육프로그램을 국제기구 주재원 등의 자녀들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현재 세계 160여개국 학교 5700여곳에서 IB프로그램을 도입, 운영 중이다.
◇전국 시도교육청, IB 잇단 도입
국내 시도 교육청에서도 IB 프로그램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내에서 IB 프로그램을 최초로 도입한 교육청은 대구시교육청이다.
대구교육청은 지난 2019년 미래 교육을 위한 선도적인 학교 교육의 모델로 IB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창의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상황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자기 주도성과 학습력을 증진하는 교수 학습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지난 5월 현재 대구지역 25개 학교가 IB 월드스쿨을 운영하고 있다.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고 있다.IB 월드스쿨 고등학교 과정인 디플로마 프로그램(DP)을 이수한 DP 1기 학생들이 2024년 대입 전형에서 수도권 주요 대학, 지방 거점 국립대학, 해외 명문 대학에 다수 합격했다.
DP를 이수한 학생들의 학업 탐구 역량이 개인별로 크게 신장된 결과로 해석되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전국 시도 교육청이 이 프로그램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부산·충북·경북교육청 등 3개 시도교육청이 IB 프로그램 도입을 희망하는 업무협약(MOU)’을 대구교육청과 체결한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업무협약은 공교육 내 IB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세부적인 내용들이 논의됐다.
구체적으로는 IB 본부와의 협력, IB 도입·운영 우수사례 교류 등이다.이로써 IB 프로그램은 국내 11개 시도 교육청으로 확대 운영될 예정이다.
기존 IB 한국어화 공동 추진을 협약한 교육청은 대구·서울·인천·경기·충남·전북·전남·제주 등 8개 시도교육청이다.
이들 교육청은 지난 2월 대구교육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대구교육청은 올해부터 10개 시도교육청과 IB 프로그램 운영 정책, 교원 연수 등을 공동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충북교육청, IB 도입 준비 박차
충북도교육청도 IB 프로그램 도입, 운영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충북교육청이 IB 도입을 공식 선언한 것은 지난 5월 8일이다.
윤건영 교육감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국제인증 학교 교육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을 도입해 지속가능한 충북교육을 완성하겠다고 도입 의지를 분명히 했다. 이후 충북교육청은 IB 도입을 위한 로드맵에 따라 단계별로 사업 추진에 속도를 냈다.
같은 달 29일 여수에서 IB 프로그램 도입을 위해 대구·부산·경북교육청과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달 들어 지난 12일에는 경북 구미 호텔금오산에서 스위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재단인 IBO와 협력 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협력각서(MOC)를 체결했다.
이 협력각서는 IB 프로그램 도입·운영을 위한 IBO와의 공식적인 첫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게 충북교육청의 설명이다.
대외적인 도입 절차와 함께 충북도내 도입 기반 구축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충북도교육청은 지난 23일 IB 준비학교 9개교(초등학교 3곳, 중학교 2곳, 고등학교 4곳)를 선정했다.
이어 하루 뒤인 24일에는 교사 양성 지원을 위해 한동대학교와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도교육청은 이번 협약을 통해 올해 25명(초 8명, 중 7명, 고 10명)의 전문가를 양성할 계획이다.
충북교육청이 제시한 IB 도입을 위한 로드맵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모양새다. 충북교육청은 2025년 IB 관심학교 선정, 2026년 IB 후보학교 운영, 2028년부터 IB 월드스쿨 인증학교 선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IB 도입 반발, 해결해야 할 과제
충북교육청이 제시한 IB 도입을 위한 로드맵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지만 ‘단재고 정상개교를 위한 도민행동’과 ‘충북교육연대’ 등 도내 일부 교육단체의 반발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들 교육단체는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충북교육청의 IB 도입은 논란의 대상이라고 반대 이유를 조목조목 거론했다.
먼저 IB 프로그램이 특권교육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많다는 것을 문제 삼았다.IB 프로그램을 도입하면 막대한 프로그램 사용료를 외국 사기업에 지불해야하는 것도 논란거리로 꼽았다.
특히 내년에 개교 예정인 단재고등학교의 교육 프로그램에 IB를 도입하려는 충북교육청의 의도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충북교육연대는 "구체적 로드맵도 준비되지 않은 마당에 당장 내년에 단재고의 교육 프로그램으로 도입하겠다는 것은 IB학교도, 단재고의 미래교육도 아닌 기괴한 교육이 탄생할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비판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충북지부도 IB 도입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충북지부는 "IB 프로그램 도입에는 막대한 예산 지출이 수반된다"며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교육 프로그램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자사고, 특목고와 마찬가지로 특권교육 강화와 사교육을 조장한다는 지적을 피하기는 어렵다"고 도입 반대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권영성 청주대학교 교수는 "지역교육청 단위에서의 IB 도입이 현행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과는 다른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지방교육발전의 실질적인 방안이 될 수 있는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권 교수는 이어 "IB 학교의 도입과 확대에는 시작부터 학업수준의 격차나 교육의 형평성 등에 문제가 발생할 소지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며 "정답이 정해져 있지 않은 문제를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를 통해 다양한 해결방법을 찾도록 만들어주는 IB 교육과정의 도입과 확대에 앞서, 지방교육자치가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로 풀어야 할 과제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김진로 기자 kjr6040@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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