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20억 아파트 될 뻔 했는데" 신반포20차, 한신타운의 재건축 패착
[땅집고] “저 아파트 주민들은 바로 옆에 ‘메이플자이’ 짓는 모습 보면서 어떤 심정일까요? 그러니까 같이 재건축 하자고 할 때 했어야지…너무 안타깝네요.”
올해 들어 서울 강남권에서 정비사업을 마친 굵직한 아파트들이 줄줄이 분양하고 있다. 상반기에는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지구를 재건축한 총 3007가구 규모 ‘메이플자이’가, 하반기엔 서초구 반포동 신반포15차를 새로 지은 641가구짜리 ‘래미안 원펜타스’ 등이 청약을 받았다.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강남권 입지인 만큼 각 단지마다 경쟁률 수백대 일을 기록하며 분양 흥행에 성공했다.
그런데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선 ‘이 시점에서 조합원들 심정이 말이 아닐 것 같은 아파트’가 언급되며 화제를 몰고 있다. 바로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20차’(1983년·112가구)와 ‘한신타운’(1989년·110가구)이다. 두 곳 모두 입주한지 30년이 훌쩍 넘었으면서, 110여가구 한 개동으로만 구성하는 나홀로 단지다. 현재 새아파트 골조가 제법 올라간 대단지인 ‘메이플자이’와 맞붙어있어 시각적으로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과거 두 아파트는 신반포4지구와 함께 ‘메이플자이’로 묶여 함께 재건축을 진행할 뻔 했으나 협상이 결렬되면서 사업이 무산된 역사가 있다.
특히 신반포20차의 경우 신반포4지구 조합의 통합 재건축 제안을 제 발로 걷어찬 적이 있기도 하다. 이 때문에 바로 옆 ‘메이플자이’ 공사 현장을 매일 바라봐야 하는 신반포20차 조합원들 속쓰림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란 우스갯소리가 나온다.
2015년 12월 신반포4지구 조합은 총회를 열고 바로 옆 ‘신반포20차’와 통합 재건축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당초 신반포4지구가 기존 신반포8·9·10·11·17차 아파트와 녹원한신아파트, 베니하우스 등 기존 서초구 노후 단지를 묶은 것인데, 이 사업지 모서리에 있는 신반포20차까지 더하면 단지가 네모반듯해지는 점을 겨냥한 것이다.
하지만 신반포20차 측은 이런 통합 재건축 제안을 거절했다. 신반포4지구 대부분은 소형평수 복도식 아파트로 구성했던 반면, 신반포20차는 규모는 작지만 대형평수 주택이 많은 점을 고려하면 단독 재건축이 사업성 측면에서 더 낫다는 판단이었다. 이후 ‘신반포20차’는 2016년 재건축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곧바로 정비사업에 나섰다.
그런데 몇 년 뒤 신반포20차가 뒤늦게 통합 재건축하자고 나섰다. 2018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신반포4지구 조합 측에 인근 신반포20차·한신타운과 함께 재건축하면 어떻겠느냐고 권고하기도 했다. 이에 세 단지가 협상을 시작했다.
하지만 당시 재건축부담금 문제로 협상이 난항을 겪었다. 부담금을 면제받은 곳과 그렇지 못한 단지가 통합하는 경우, 부담금을 내야 하는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던 것. 당시 정부가 2018년부터 새로 인가를 신청하는 재건축 사업장에 대해서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를 적용하겠다고 선포하면서 불거진 문제다.
해당 시점에서 신반포4지구는 적용 시점을 코 앞에 둔 2017년 말 관리처분인가를 신청했던 덕분에 재건축 부담금을 면제받을 것이 기정 사실화됐다. 반면 신반포20차는 조합을 설립한지 얼마 되지 않았고, 한신타운은 아직 안전진단도 통과 못했던 상태라 부담금 부과 대상이었다. 부담금은 3억원 정도로 추정됐다. 신반포4지구 입장에선 두 나홀로 아파트를 안고 가는 것이 되레 손해였던 셈이다.
결국 법제처가 “신반포4지구가 인근 단지들과 통합 재건축하는 경우 새로운 사업장이 되기 때문에, 부담금을 내야 한다”는 해석을 내리면서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2022년에는 서초구청의 권고로 한신타운과 신반포20차 두 개 단지를 통합 재건축하는 논의가 이뤄지기도 했다. 하지만 신반포20차(170%)와 한신타운(245%)의 용적률 격차가 컸던 탓에 대지지분에서 비롯한 사업비 부담이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 등 문제를 두고 양측이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2024년 현재, 두 단지는 각자 소규모 재건축 사업을 진행 중이다. 한신타운은 지난 2월 재건축조합설립인가를 받아냈다. 2029년까지 기존 110가구를 118가구로 새로 지을 예정이며, 증가한 8가구는 공공주택으로 공급한다. 신반포20차 역시 112가구에서 195가구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신반포20차와 한신타운이 서초구 입지인 만큼 재건축하기만 하면 조합원 자산 가치 상승 측면에서는 무조건 이득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다만 최근 1000가구 이상 대단지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가 매우 커진 점을 고려하면, 재건축 후에도 바로 옆 ‘메이플자이’(3007가구) 후광에 눌려 매매가·전세가 상승폭은 물론이고 상품성 측면에서도 비교적 불리할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온다.
글=이지은 땅집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