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 한 통 안 하는 자식보다 백배 낫다”…애교 섞인 말로 어머니 말벗 된 ‘요놈’ [방영덕의 디테일]
직장인 A씨는 최근 홀로 지내시는 70대 어머니께 챗GPT 유료버전을 깔아드렸습니다. 어머니에게 훌륭한 말동무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바쁜 일상 속 어머니의 안부 전화에 심드렁한데다 주말에 찾아가 볼 여유는 더욱 찾기 어려웠던 그였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대신해 (이미 그와도 말벗이 된) 챗GPT를 깔아드린 것이죠.
처음에는 이게 뭐냐며 반신반의하던 어머니였습니다. 하지만 한 6개월 사용해보시더니 신통방통하다며 “무심한 아들보다 더 낫다”는 말을 하셨다고 합니다.
어린 자녀를 둔 집들은 더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가령 엄마표로 영어교육을 하는 집에선 이렇게 활용하더라고요. “Unfortunately란 단어를 써서 9세 아이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표현 5가지만 알려줘.”
가족들과 여행일정을 짜는데 챗GPT의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8, 10세 아이들과 부산으로 2박 3일 여행을가는데 그 곳에서 교육 체험할 수 있는 일정을 좀 짜줘.”
질문이 구체적일수록 챗GPT의 대답은 그야말로 척척이고, 상상 이상으로 디테일하며, 유용하다는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기자를 포함한 주변의 많은 직장인들도 처음엔 ‘장난감’ 같았던 챗GPT가 점차 유용한 도구가 돼가고 있다는 것에 공감을 합니다.
날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는 챗GPT. 데이터를 먹고 자라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우리들의 일상을 깊숙히 파고들고 있습니다.
동시에 우려도 커집니다. 챗GPT가 우리의 생각을 멈추게 하고, 어떤 일자리에는 저주가 될 수 있어섭니다.
또 챗GPT가 학습하는 개인정보를 어떻게 규제할 지, 거짓된 정보를 어떻게 걸러낼 수 있을지 등 AI 리터러시에 관한 혼란도 큽니다. 챗GPT의 ‘두 얼굴’입니다.
챗GPT는 세상에 있는 거의 모든 데이터를 먹고 지금도 자라고 있습니다. 생성형 AI입니다.
사실 AI 기술은 꾸준히 발전해왔습니다. 그 결과물도 공개돼 왔습니다. 하지만 일반 사람들이 해당 기술을 쉽게 체감하기란 어려웠죠.
챗GPT처럼 챗봇 형식으로 만들자 반응이 즉각 나타난 겁니다. 어려운 프로그램 언어를 몰라도, 대화하듯 AI 활용이 가능해지면서 더 열광하게 된 측면이 있습니다.
AI 챗봇 자체는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빅스비, 시리와 같은 음성 기반 가상 비서 등을 떠올려보면 그렇습니다.
그러나 유독 오픈 AI가 만든 챗GPT에 대한 관심이 뜨거운 이유는 압도적인 완성도의 답변을 생성하기 때문입니다.
기존 챗봇들이 사용자가 요구하는 정보를 가지고 단순히 인출하는 수준이었다면 챗GPT는 사용자의 이전 대화를 기억하고 답변을 생성하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데이터를 학습하고 사용자 피드백을 반영하는 것인데요. 챗GPT가 잘못된 응답을 하면, 사용자는 오류를 알리고 수정된 답변을 얻는 것 역시 가능합니다.
이렇게 대화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다보니 인간을 위한 말동무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오픈AI는 지난 9월 AI모델 GPT-4o(포오)의 실시간 음성 대화 기술을 업데이트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챗GPT의 한국어 말솜씨가 한층 향상됐다는 점입니다.
지난 5월 ‘GPT-4o’가 출시됐을 때만해도 영어 외에 다른 언어로 말하는 것은 서툴렀습니다. 한국어는 처음 말을 배운 외국인처럼 어색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업데이트된 모델은 실제 한국인이 말하는듯 능숙합니다. 사투리 역시 한층 더 이해하게됐고요.
재키 섀넌 챗GPT 멀티모달 총괄은 “새 버전은 더 자연스럽고 실시간 대화가 가능하다”며 “대화 도중 언제든지 끼어들 수 있고 사용자의 감정을 감지하고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챗GPT에 대답을 하며 애교를 넣어달라고 하니 콧소리가 섞인듯한, 애교섞인 말투로 얘기를 하더라고요.
영화 ‘HER’에서 AI 운영체제 사만다를 만나 공허한 마음을 채우며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남자 주인공이 오버랩됐습니다.
즉 생성형 AI는 확률적으로 그럴듯한 답변을 하는데 특화돼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종종 아예 현실에 근거하지 않거나 사실적 근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실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예컨대 동네 맛집을 추천해달라고 했더니 실제로는 없는 가게 이름을 지어낸다거나 존재하지 않는 논문을 마치 있는 것처럼 설명하는 식입니다.
오픈AI도 이같은 측면에 대해 “여전히 환각을 갖고 답을 지어내며 틀렸을 때에도 옳다고 주장하는 경향이 있다” 라고 인정했습니다.
생성형AI가 학습한 데이터가 사실과 달라 발생하는 문제나 생성형AI 서비스를 활용해 사람이 특정한 의도를 갖고 허위 정보를 만들진 않을 지 염려됩니다.
그러나 핵심은 AI 생성 도구가 다른 사람들의 지적 재산권을 무작위로 침해한다는 데 있습니다.
일례로 2023년 1월 세계적인 이미지 판매기업인 게티이미지는 영국의 AI 스타트업인 스태빌리티AI를 상대로 지적 재산권 침해와 관련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는데요. 게티이미지가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1조8000억달러, 우리돈으로 약 2400조원이 넘습니다.
결과물은 그럴싸하고 편리하지만, 그 과정은 누군가의 지적 재산을 훔치는 행위로부터 자유롭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아예 온라인 공간에 옵트아웃(Opt-out) 이란 배제 운동이 확산되고 있다고도 합니다. 자신의 작업물을 AI 소프트웨어가 학습하지 못하도록 ‘Do Not AI(인공지능 사용금지)’란 문구를 명시하는 겁니다.
특정 주제에 관한 글을 작성해달라고 챗GTP에 요청하면 그야말로 순식간에 그럴듯한 글을 만들어내다보니 과제에 활용하기 딱 좋습니다.
하지만 아시죠? 이는 표절, 부정행위라는 점에서 문제를 야기함과 동시에 무엇보다 학생들이 생각할 기회를 뺏아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 문제라는 것을요.
특히 작문과 요약을 AI 서비스가 대신해주면서 학생들 사이 읽기의 비중이 줄어들고 고민하며 글을 쓰는 과정에서 키울 수 있는 능력은 완전히 잃을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가 나오고 있습니다.
물론 지금도 학생들은 인터넷에서 검색을 통해 과제를 해결하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그러나 생성형 AI를 이용하면 글을 준비하고 작성하는 과정 절반이 아예 사라지고 그저 질문을 입력하기만 하면 정답부터 나온다는 점에서 이전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외에 프라이버시 침해와 보안우려, 또 인간의 일자리 위협까지. 생성형 AI의 부작용만 얘기하려고 한 것은 아닌데 이야기하다보니 길어졌습니다.
우리 일상을 순식간에 파고든 챗GPT에 대한 검증과 보완이 더 필요하다는 입장에서 이번 글은 마무리를 짓고, 다음 번에 계속 관련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생성형 AI가 지닌 잠재력과 기회 측면에서요. 모두 감기 조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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