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제 많은 방송·통신 기금 이원 운영… AI시대, 통합 서둘러야

방송통신발전기금과 정보통신진흥기금 통합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기금운용평가단은 최근 두 기금의 통합을 정부에 권고했다. 기획예산처는 26일 국무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2026년 기금평가 결과'를 보고했다고 밝혔다. 인공지능(AI)과 정보통신기술(ICT) 융복합 시대에 정책 대상과 지원 영역이 상당 부분 겹치고 재원 구조(주파수 할당 대가) 역시 동일하다는 이유에서다. 늦었지만 당연한 방향이다. 과거처럼 방송은 방송, 통신은 통신으로 명확히 나뉘던 시대가 아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시대에 여전히 칸막이식 기금 운영을 유지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이다. 이제 통합 논의를 서둘러야 한다.
두 기금 체계는 디지털 융합 시대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AI·플랫폼·미디어 산업이 빠르게 결합하는 상황에서도 정책과 재정 지원은 여전히 방송과 통신으로 나뉘어 운영되면서 현장 혼선과 정책 비효율을 키워왔다. 심사 기준과 지원 절차가 이원화돼 사업 추진 속도가 떨어지고, 부처 간 주도권 다툼까지 얽히면서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다. 특히 AI 산업 육성처럼 대규모 장기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선 이런 구조가 큰 약점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세계 주요국들은 AI·네트워크·콘텐츠를 국가 전략산업으로 묶어 통합 지원 체계를 강화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방송과 통신의 과거 경계에 갇혀 있는 셈이다.
AI 시대에는 데이터와 네트워크, 콘텐츠와 플랫폼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생성형 AI 하나만 보더라도 반도체·클라우드·통신망·콘텐츠·저작권·플랫폼 생태계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그런데 기금 체계가 이원화돼 있다면 정책 조정과 육성 전략은 엇박자를 낼 가능성이 크다. 이는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과거의 행정 구분에 매달린 낡은 기금 체계를 유지하는 것은 국가 역량을 스스로 갉아먹는 일과 다름없다. 두 기금의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다. 정부는 부처 이해 관계와 조직 논리를 넘어 AI 시대에 걸맞은 통합 디지털 전략 체계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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