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과 일산 아파트 값을 가른 30년 전 서울시의 결정
분당·일산 집값 2배 차이
운명 가른 것은
도시문헌학자 김시덕 박사가 경제 유튜브 '부스타'에 출연해 1기 신도시 분당, 일산이 생겨난 역사적 배경에 관해 설명했다. 고려대에서 일어일문학을 전공한 김 박사는 고려대 일본연구센터 HK연구교수,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 교수 등을 지냈다. 그가 지적한 분당과 일산 아파트 값을 가른 결정적인 요소는 무엇일까.
◇삼성전자 반도체 벨트 따라 커지는 경기 남부 신도시
양재에서 분당, 판교, 광교, 동탄, 평택지제, 아산으로 이어지는 경기 동남부 반도체 벨트. 김시덕 박사는 이들 신도시의 핵심에 삼성전자가 있다고 봤다.
그는 “원래 서울 타워팰리스 자리가 삼성시너지타워 예정지였는데 IMF 외환 위기가 터지고 서울시에서 허가도 안 내주면서 수원으로 방향을 틀었다”라며 “삼성전자가 수원으로 오지 않았다면 경기 동남부 신도시들은 없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한국의 운명을 결정지은 사건”이라는 것이다.
◇일산 재건축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
경기 북부의 일산 신도시는 어떨까. 김 박사는 “일산 신도시는 분당으로의 지역적 쏠림을 의식해 형성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 두 신도시의 집값은 크게 벌어졌다. 이 차이는 어디서 나는 것일까.
김 박사는 북한과 인접한 일산의 지리적 특성 때문에 인프라 확충이 더뎌진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산에는 여전히 군 부대, 군용 방벽이 있다. 그래서 ‘일산 그라드’, ‘파주 그라드’라는 별칭으로도 불린다. 김 박사는 “일산을 비롯해 과거 좋았던 땅인 파주나 철원 같은 곳이 지금 이렇게 힘없이 텅 비어있는 상태가 된 것은 그 지역이 나빠서가 아니라 북한이라는 특수집단 때문에 버려진 영향”이라고 주장했다.
이 지역엔 서울의 기피 시설도 여럿 있다. 대표적으로 서울 북부 저유소와 서울 시립 승화원(벽제)이 고양시에 있다. 김 박사는 “서울 사람들은 싫어하니깐 서울에 있으면 안 되고, 고양시엔 있어도 상관없는 것이냐”며 “이게 경기도민들이 서울시에 대해 느끼는 분노”라고 했다.
일산에는 여전히 미개발된 토지가 많다는 점도 그가 일산 재건축 가능성을 낮게 보는 이유 중 하나다. 김 박사는 “곳곳의 빈땅을 놔두고 건설사들이 골치 아픈 재건축을 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김은정 객원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