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인사이더의 향수 활용법
오늘 뭐 뿌렸어? 취향 좋은 패션 인사이더 4인의 향수 이야기.
근사한 옷차림보다 향긋한 아우라를 발산하는 이에게 더욱 시선이 가기 마련. 아무리 감각적인 스타일링이라 할지라도 패션 센스의 마지막을 완성하는 것이 바로 향수다. 마릴린 먼로가 1960년 인터뷰에서 언급한 “샤넬 N°5만 입고 잔다”라는 말에서 유행한 ‘입는 향수’. 그 당시 이 말은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으나 이젠 대부분의 사람들이 향수를 입는다. 완벽한 스타일링에 한 스푼 가미하는 장치적 요소가 아닌 부족한 패션 센스를 채우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 즉 향수를 패션의 일부로 여기는 거다. 향수는 나 자신을 온전히 드러내는 수단에서 한발 더 나아가 나를 대변하는 아이템이라 칭하기도 한다. 이에 문득 옷 좀 입는다는 패션 인사이더가 애정하는 향수가 궁금해졌다. 화려한 패션계에서 저마다 독특하고 세련된 취향과 감각을 갖고 디테일 하나까지 신경 쓰는 이들은 어떤 향수를 사용하는지, 또 향이란 어떤 의미인지. 각자의 향수 입는 법에 대해 물었다.
“나의 감정과 기분을 함께해요”
오눅(인플루언서&유튜버)
에르메스 오우드 알레잔 EDP 100ml 44만3000원.
데일리 룩은?
심플한 옷에 레이어드 스타일링을 즐기는 편. 다소 심심할 수 있어 안경, 스카프 등 빈티지 액세서리로 포인트를 준다.
룩과 향수를 어떻게 매치하는가?
평소보다 좀 더 차려입은 날, 룩과 어울리는 향수 디테일을 신경 쓴다. 에르메스 ‘오우드 알레잔’을 뿌리는데, 2% 부족하다 싶은 스타일을 완성한 기분이랄까? 스타일링에 따라 향수를 매치하지만, 그날의 분위기와 감정에 따라 다른 향수를 쓰기도 한다.
최애 향수는?
디에스앤더가 ‘디베이저’. 존재감이 확실한 매캐하고 톡 쏘는 통카빈 향과 달콤하고 상쾌한 무화과 향이 조화를 이뤄 오묘하고 매력적이다.
나에게 향수란?
또 다른 옷.
“향기 자체로 나를 증명하길 바라요”
정백석(렉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티에르 프리미어 팔콘 레더 EDP 100ml 35만원대.
데일리 룩은?
빈티지 리바이스 517 플레어 데님에 앵클부츠, 화이트 티셔츠로 룩을 완성한다. 세련된 테일러링이 가미된 재킷도 즐겨 입는다.
룩과 향수를 어떻게 매치하는가?
스타일링 콘셉트마다 다른 향수를 사용하진 않는다. 하나의 향이 나를 증명하는 시그너처가 되길 바란다.
최애 향수는?
마티에르 프리미어 ‘팔콘 레더’와 ‘크리스탈 사프란’. 레더와 스모키, 파촐리, 우디 계열의 향을 좋아한다.
나를 닮은 향수는?
르 리옹 드 샤넬. 잘 어울린다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샤넬의 여성성을 드러내는 매혹적인 향이지만, 레더와 스모키, 우드 향이 섞여 있어 남자가 뿌렸을 때는 또 다른 느낌이다. 젠더리스함과 동시에 섹슈얼한 분위기가 공존한다.
나에게 향수란?
내 스타일의 마지막 액세서리.
“어쩌면 태도를 대변하죠”
김누리(프랙티컬 앤 리얼리스틱 대표)
프레데릭 말 뮤스크 라바줴 EDP 100ml 50만2000원대.
데일리 룩은?
전형적이지 않다. 스포티한 룩에 스틸레토 힐을 신거나 포멀한 슈트에 플랫폼 슈즈로 포인트를 주는 등 완벽하게 대비되는 요소를 살려 드레스업한다.
룩과 향수를 어떻게 매치하는가?
장소와 공간이 주는 분위기를 더 중요시하며 향수를 뿌린다.
최애 향수는?
이미 유명한 향수는 많이들 쓰고 있지 않나. 프레데릭 말 ‘포트레이트 오브 어레이디’와 ‘뮤스크 라바줴’를 레이어링해 뿌리거나 국내 향수도 자주 뿌린다. 센녹 ‘애프터배스’와 ‘슬로우 셉템버’를 종종 사용한다.
나에게 향수란?
배려다. 깨끗하고 반듯한 옷차림이 타인에 대한 배려라 할 수 있듯 향수도 그렇다. 내가 뿌린 향수가 다른 이의 그날의 감정을 좌우할 수 있지 않은가?
“향기와 함께 기억에 남고 싶어요”
엘리스(패션모델)
메종 프란시스 커정 아쿠아 미디어 코롱 포르테 EDP 70ml 32만원.
데일리 룩은?
캐주얼한 데님 팬츠와 티셔츠를 입는다.
룩과 향수를 어떻게 매치하는가?
계절이 주는 분위기와 무드에 맞춰 향수를 쓴다. 가볍고 캐주얼한 룩을 많이 입는 여름에는 프레시하고 산뜻한 메종 프란시스 커정 ‘아쿠아 미디어 코롱 포르테’나 바이레도 ‘블랑쉬’를, 클래식한 코트를 즐겨 입는 겨울에는 묵직하고 진한 메종 프란시스 커정 ‘캐시미어 우드’ 또는 톰 포드 ‘토바코 바닐라’로 힘을 준다.
나에게 향수란?
아이덴티티. 무엇보다 향수만큼은 다른 사람과 겹치는 게 싫다. 나만이 지닌 좋은 향기로 나를 떠올리고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