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그림자’ 안고 떠나는 이원석…“검찰, 그른 것은 그르다해야” 

이혜영 기자 2024. 9. 13. 13: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尹정부 초대 검찰총장 2년 임기 채우고 퇴임
“유리하면 환호, 불리하면 침 뱉어 검찰 악마화”

(시사저널=이혜영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이 9월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 초대 검찰 수장에 올랐던 이원석 총장이 2년의 임기를 마무리하고 물러난다. 김건희 여사가 연루된 사건을 결국 매듭짓지 못하고 떠나게 된 이 총장은 검사 탄핵과 검찰 힘빼기에 나선 야권을 향해 날 선 발언을 쏟아냈다.  

이 총장은 13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검찰 조직을 향한 마지막 당부를 전하며 정치권을 향한 뼈 있는 말도 남겼다. 

이 총장은 "극단적 양극화에 빠진 우리 사회를 깊이 들여다보면 고함과 비난, 조롱과 저주, 혐오와 멸시가 판을 친다"며 "이해관계에 유리하면 환호해 갈채를 보내고, 불리하면 비난하고 침을 뱉어 검찰을 악마화하는 현상이 심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한쪽에서는 검찰 독재라 저주하고 한쪽에서는 아무 일도 해낸 것이 없다고 비난한다. 한쪽에서는 과잉수사라 욕을 퍼붓고, 한쪽에서는 부실 수사라 손가락질한다"며 "소용돌이의 사법 시대"라고 현 상황을 규정했다.

이 총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수사를 놓고 연일 검찰을 직격하는 정치권의 공세가 부당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총장은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야권의 최근 행보를 겨누며 "정당한 수사와 재판에 대한 근거 없는 허위 주장과 공격, 헌법재판소에서 인용되지 못할 검사탄핵의 남발, 검찰을 아예 폐지한다는 마구잡이 입법 시도까지 계속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못해 안타깝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법령과 제도 탓만 할 수 없는 것이 공직자의 처지"라고 토로했다.

이 총장은 검찰 구성원들에게 "부정부패와 비리에 대해 하나하나의 사건마다 '지구가 멸망해도 정의를 세운다'는 기준과 가치로 오로지 증거와 법리만을 살펴 접근해야 하고 개인이나 조직의 유불리를 따지지 않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또 "검찰의 주된 존재 이유는 옳은 것을 옳다, 그른 것을 그르다고 선언하는 것"이라며 "상대 진영을 공격하고 자기 진영을 방어하는 데에만 매달리는 양극단 사이에서 중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장은 임기 중 주요 성과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극복, 민생침해범죄 대응, 각종 합동수사단 출범 등을 꼽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른 실무 기준을 확립하고 선거 범죄에 엄정 대응한 것, 제주 4·3 사건과 5·18 민주화 운동 등 과거사 관련자에 대한 재심 청구 등도 주요 성과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같은 자평과 달리 이 총장은 임기 끝까지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의 그림자를 끝내 걷어내지 못했다는 한계를 안고 떠나게 됐다. 임기 내 처리를 약속한 김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사건은 최재영 목사의 요구로 추가 수사심의위원회(9월24일 유력)가 열리게 되면서 최종 처분이 추석 연휴로 밀리게 됐다.

서울중앙지검은 김 여사에 대해 불기소 방침을 세워둔 상태로, 추석 이후 추가 수심위 결과를 지켜본 뒤 무혐의 처분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검찰총장의 수사지휘권이 박탈된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도 총장의 지휘권 복원이 불발되는 등 이 총장 임기 내 의미 있는 진척을 보지 못했다. 이 총장은 지난 7월 검찰이 김 여사를 대통령실 경호처 부속시설에서 대면조사 한 사실을 사후에 보고 받았다. 명품가방 사건에 앞서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먼저 조사했던 검찰은 당시 김 여사로부터 '주가조작범들의 시세조종 행위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날 전주 손아무개씨가 항소심에서 방조 혐의 유죄를 선고 받으면서 외관상 동일한 역할을 한 김 여사에 대한 사법처리 여부에 이목이 쏠렸지만 결국 차기 심우정 검찰총장 취임 후 이에 대한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한편, 이 총장은 2022년 5월 총장 공석 상황에서 대검찰청 차장으로 임명돼 직무대행을 맡았고 같은 해 9월16일 제45대 총장으로 취임했다. 공식 임기는 오는 15일까지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