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조용히 죽을게?···사실은 “살고 싶다”는 간절한 외침[오마주]

최민지 기자 2024. 10. 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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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플러스 ‘혼자 조용히 죽을게’
디즈니플러스 제공

‘오마주’는 주말에 볼 만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콘텐츠를 추천하는 코너입니다. 매주 토요일 오전 찾아옵니다.

35살 흑인 여성 멜(나타샤 로스웰)은 미국 뉴욕 JFK 공항에서 일합니다. 카트를 운전하며 몸이 불편하거나 지각 위기인 승객들을 공항 이곳저곳에 실어나르죠.

밝고 유쾌한 듯 보이는 멜은 사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거든요. 30대 중반인데 모은 돈은 하나도 없고, 통통하게 오른 살은 몇 년째 안 빠집니다. 가족과 관계도 엉망진창이고요. 설상가상 아직 미련이 남은 전 연인은 하와이에서 결혼식을 올린다며 청첩장을 보내옵니다. 멜은 비행 공포증이 있습니다. 인생이 이렇게도 안 풀릴 수 있을까요?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혼자 조용히 죽을게>는 멜이 우연히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인생을 새롭게 시작하는 과정을 담은 코미디 드라마입니다.

첫 에피소드에서 멜은 35번째 생일을 맞습니다. 그런데 유일한 친구이자 직장 동료인 친구 로리(콘래드 리카모라)가 데이트에 나서면서 혼자가 됩니다. 사고는 그날 밤 집에서 일어납니다. 거대한 가구가 멜을 덮쳐버린 것이죠. 멜은 3분 간 숨이 멎었다가 구사일생 합니다. 그 순간부터 멜의 머릿 속에는 ‘어떤 죽음을 맞을 것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릅니다.

멜(나타샤 로스웰)과 로리(콘래드 리카모라)는 가까운 친구로 공항에서 일한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죽다 살아난 멜은 자신의 삶을, 자기 자신을 바꿔보기로 결심한다. 디즈니플러스 제공

‘어떤 죽음을 맞을까’ 하는 생각은 역설적이게도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물음으로 이어집니다. 죽음은 삶과 이어져 있기 때문이죠.

원하는 죽음의 형태가 있다면, 그에 맞춰 살아내는 것이 우선 이뤄져야 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둘러싸여 생을 마감하고 싶다면 사랑하는 연인, 가족, 친구를 만들어야 합니다. 충만한 삶을 살다 가고 싶다면 보다 넓은 세상과 마주해야 하고요. 멜은 쓸쓸하고 보람 없이 삶을 끝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 해야 할 일은? 이미 정해져 있습니다. 드라마 제목인 <혼자 조용히 죽을게>(원제: How to die alone)은 사실 “살고 싶다”는 외침인 것이죠.

8부작인 드라마는 멜이 용기를 내어 조금씩 다른 선택을 하는 과정을 시종 유머러스하게 그려나갑니다. 사이가 나쁜 가족에게 한 걸음 다가가고, 일에서도 욕심을 내봅니다. 마침내 비행기를 탈 마음을 먹어보기도 합니다.

대단히 새로운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클리셰 투성이라 할 수 있습니다. 통통하고 수다스러운 성격의 흑인 여성, 동성애자인 베스트 프렌드 등 주요 캐릭터 역시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인물들입니다. 하지만 클리셰라서 좋은 때도 있는 법이죠. 이들이 고백하는 고독, 책임감, 나아지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니까요. 멜을 비롯한 인물들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나가는 과정은 뻔하지만 유쾌하고 또 잔잔한 감동을 선사합니다.

‘혼밥’하면서 볼 수 있는 밥 친구 같은 작품입니다. 한 편당 30분 안팎으로 러닝타임도 길지 않습니다. 지난달 디즈니플러스에서 공개됐고 시즌 2 제작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는 맛’ 지수 ★★★★ 뻔해도, 재밌다

‘나도 한 번? 지수 ★★★ 나도 멜처럼 용기를 내볼까?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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