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패션이 돌아온다고?

이 사진들을 보라. 2000년대 초반 서울의 길거리 패션이다. 오색찬란한 색감의 티셔츠들과, 화려한 패턴, 의도를 알 수 없는 새로운 시도가 넘쳐나던 시기였다.

인터넷에선 당시 패션을 두고 대한민국 패션의 암흑기라 칭했는데, 요즘 이 암흑기 패션이 다시 스멀스멀 돌아오고 있다고 한다. 유튜브 댓글로 “패션 유행은 20년 주기로 반복된다던데 진짜인지 알아봐 달라”는 취재 의뢰가 들어와 취재했다.

온큐레이션 박성조 에디터
“딱 정확히 20년은 아닌 것 같은데요. 꼭 이게 20년이라고 하기보다는 10년이든 5년이든 그 주기는 브랜드나 제품마다 다를 것 같은데, 좀 어느 정도 유행이 반복되긴 해요. 사실 업계에서는 정확하게 20년 주기로 패션이 반복된다 이런 얘길 공공연하게 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근데 대부분의 분들이 트렌드는 돌고 돈다라는 부분에 있어서는 공감을 많이 하실 것 같은... 아시겠지만 요즘 2천년대 초반이죠 Y2K패션이 유행하고 있고. 크롭티나 로우라이즈 팬츠 이런 것들이 보이고 있고, 트랙 팬츠나 셋업 요즘 굉장히 많이 나오고 있고”

보그 코리아에 따르면, 2022년 최신 패션의 키워드는 ‘Y2K’다. 여기서 Y는 연도를 의미하는 Year, K는 1000을 의미하는 Kilo에서 따와 해석하자면 2000년이라는 뜻이다.

Y2K라는 용어가 처음 만들어질 당시엔 밀레니엄 버그라고 해서 새로운 천년이 시작되는 2000년 1월 1일 전세계적인 컴퓨터 오류가 발생할 것이란 괴담이 떠돌았고, 그런 세기말의 불안과 새로운 시대에 대한 기대가 공존하던 때였다.

지금은 사랑의 총알을 탕탕탕 날리는 사랑의 카우보이 고재근 님이 실은 한일합작 록밴드 Y2K 메인보컬이었다.

어쨌든 Y2K 패션이란 말이 회자되는 것도 올해의 트렌드가 2000년대 초반 패션이라는 말이다. 한 해의 유행을 선도한다는 패션쇼들의 올해 컬렉션을 봐도 전체적으로 Y2K의 느낌이 물씬 나는데, 주로 상의는 짧은 크롭티고, 하의는 거의 다 골반에 걸쳐입는 로우라이즈다.

가장 트렌디한 옷을 입는 아이돌 연예인들을 보니, 정말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한 벨벳 트랙 셋업을 입은 제니와 리헤이, Y2K 패션의 대표 아이템인 로우라이즈를 입은 장원영, 선미, 조이를 찾을 수 있다.

 유행은 이젠 일반인들에게까지 빠르게 퍼져 Y2K패션 의류의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카카오의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인 ‘지그재그’에서는 Y2K 관련 상품들의 검색량은 작년 대비 61배 증가했고 판매량은 18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특히 수혜를 받은 제품은 역시 로우라이즈 제품과 크롭티다.

이렇게 국내외적으로 유행인데 그럼 우리나라 패션의 암흑기라 불리게 한 이런 패션들도...돌아오는걸까..?

온큐레이션 박성조 에디터
“옛날에 제가 학창시절이나 입었던 팬츠나 이런 디자인들이 현재 트렌드라고 해서 똑같이 오지 않거든요. 옛날 것들을 그대로 답습해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현대적으로 재해석되고 현 세대들이 원하는 니즈나 스타일, 요즘 세대들에 맞는 효용가치들을 찾아내서 그걸 소비하게끔 하는 게 아닌가...”

이런 걸 ‘뉴트로’라 하는데, 예전 것을 그대로 좇는 게 아니라 현 시대에 맞게 개선하고 재해석하기에, 지금 눈에도 안 예쁜 이런 패션들이 돌아올까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뉴트로 열풍은 비단 패션업계에서만 아니라, 진로이즈백이나 다방커피, 삼양라면(뉴트로 에디션), 치-이킨 등 식음료 업계에서도 자주 보이고, 인테리어 업계도 마찬가지라서 요즘 복고풍의 옛 느낌이 나는 식당과 카페가 많아진다고. 

요즘 젊은 세대에선 각 그랜저 디자인이 예쁘다며 이 디자인으로 재출시해달라는 말도 많은데 현대차가 조만간 내놓을 그랜저 7세대 모델은 이 각 그랜저 디자인을 계승한 직선 형태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왜 촌스러워 보이던 디자인이 시간이 지나면 갑자기 예뻐 보이고 유행이 되는 걸까?

영국의 복식학자인 제임스 레이버는 유행의 주기를 분석해서 30년을 기준으로 반복된다는 ‘레이버의 법칙’을 주장했는데, 요약하자면 이렇다.

유행을 10년 앞설 때 – 추잡하게 느껴짐, 유행을 5년 앞설 때 – 뻔뻔하게 느껴짐, 유행을 1년 앞설 때 – 과감하게 느껴짐, 현재 – 최신 유행으로 느껴짐, 유행이 10년 지났을 때 – 끔찍하게 느껴짐, 유행이 20년 지났을 때 – 우스꽝스럽게 느껴짐, 유행이 30년 지났을 때 – 흥미롭게 느껴짐.

절대 돌아오지 않을 것 같던 샤기컷도 허쉬컷으로 나타나고, 부츠컷도, 카고바지도 요즘 스타일로 다시 돌아오는 걸 보니 정말 패션은 돌고 도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