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성형 AI를 넘어 물리적 실체와 결합한 '피지컬 AI'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두산그룹도 관련 조직을 신설하는 등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시장에서는 AI 계열사 가운데 단기간 사업화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두산로보틱스를 꼽는다. 이미 로봇팔이라는 하드웨어와 산업 현장 레퍼런스를 갖추고 있어 그룹 내 AI 전략의 실행 플랫폼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엔비디아와 협력 …2028년 휴머노이드 목표
최근 김민표 두산로보틱스 대표는 매디슨 황 엔비디아 수석 이사와 회동했다. 협동로봇 제조사에서 AI 로봇 플랫폼 기업으로 체질 전환을 꾀하는 단계에서 이뤄진 교류라는 점에서 유의미하게 평가됐다.
엔비디아는 이미 국내 여러 기업과 피지컬 AI 관련 협업 사례가 있다. 대표적으로 현대차는 로봇을 실전 배치 전 검증하는 과정에서 엔비디아의 아이작 심을 활용하고 있다. 두산로보틱스도 앞서 AI 디팔레타이징 솔루션을 선보일 당시 해당 기술을 적용한 적이 있다.
기존 두산로보틱스의 로봇에 스스로 보고·판단·움직이게 만드는 지능 시스템을 결합하려면 엔비디아와 같은 AI 파트너가 반드시 필요하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회동은 단순한 파트너사 간 교류를 넘어 두산로보틱스가 피지컬 AI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엔비디아와 협력은 2027년부터 가시화될 전망이다. 두산로보틱스 측이 제시한 로드맵을 보면 2027년 에이전틱 로봇 운영체제(Agentic Robot O/S) 기반 지능형 로봇 솔루션을 출시한 뒤 이듬해 산업용 휴머노이드 제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따라서 노동 시장에 직접 투입 가능한 산업용 휴머노이드가 등장하는 2028년부터 본격적인 AI 프리미엄이 반영될 것으로 관측된다.
그룹 시너지보다 큰 판…조선·물류로 확장
두산로보틱스가 구현하려는 피지컬 AI를 두산그룹의 중후장대 포트폴리오와 연계 강화 차원으로만 해석한다면 본질을 놓칠 수 있다. 시장에서는 계열사 지원보다 제조·물류·건설 등 외부 산업으로 확장 가능한 플랫폼 가치에 더 주목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CES 2026에서 선보인 AI 기반 로봇 솔루션 스캔앤고는 협동로봇에서 산업용 휴머노이드로 이어지는 확장 전략을 가장 잘 나타낸 사례로 평가된다. 스캔앤고는 로봇팔과 자율이동로봇(AMR)이 결합된 플랫폼에 물리정보 기반 AI와 첨단 3D 비전을 적용해 다양한 작업을 스스로 수행한다. 김 대표는 스캔앤고와 관련 "현장에 즉시 투입 가능한 AI 로봇 솔루션 개발의 신호탄이다"고 설명했다.
특히 샌딩, 그라인딩 등의 작업에 특화됐다는 점에서 조선업 적용 시 시너지가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조선업은 넓고, 위험하고, 반복 작업이 많아 피지컬 AI 로봇 도입 가능성이 높은 산업군으로 꼽힌다. 반면 기존 실내 정밀 작업에 특화된 협동로봇은 작업 공간이 수시로 바뀌고 야외 작업이 많은 조선소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시장에서는 향후 산업용 휴머노이드가 상용화 시 조선사를 비롯한 신규 고객사 유입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피지컬 AI 솔루션 상용화는 현재 기업가치와 실적 간 괴리를 좁히는 촉매제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대표 로봇 회사로 평가받고 있지만 아직 '숫자'로 증명하지 못한 상태다. 두산로보틱스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은 2023년 11.36배에서 2025년 14.50배로 확대됐다. 이는 현재 시세가 회사의 장부가치를 14배를 웃도는 수준으로 형성됐다는 의미다. 주가 상승 속도가 실적 개선 흐름을 앞지르면서 밸류에이션 괴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협동로봇은 2023년부터 성장세가 꺾인 상태다. 산업용 로봇과 달리 적용 범위에 한계가 있어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지 못했다는 평가다. 두산로보틱스뿐만 아니라 협동로봇 분야 글로벌 톱티어 회사들도 매출 정체를 겪고 있다.
현재 하드웨어 중심 매출 구조에선 외형 확대가 쉽지 않은 반면 소프트웨어·서비스 기반 고부가 사업으로 새로운 매출 파이프라인이 형성될 경우 수익성 개선 여지는 크다. 원엑시아 인수 이후 기존 협동로봇 단품 판매 외에 솔루션 매출이 확대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원엑시아는 북미지역에서 수요가 높은 EOL(End-of-Line, 공정의 마지막 단계) 관련 공정을 중심으로 팔레타이징, 박스조립 및 포장 등에 특화된 협동로봇 제조 솔루션으로 입지를 확대해왔다. 두산로보틱스는 작년 7월 이 지분 약 90%를 확보했다.
기존에도 로봇팔 외에 기타 사업에서 매출이 발생했으나 그 비중은 20% 수준으로 크지 않았다. 원엑시아 실적이 포함된 올해 1분기 자동화솔루션 부문 매출 비중은 38%로 확대됐다. 아울러 연간 기준으로는 약 46%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원엑시아와 연내 출시를 목표로 AI 기반 팔레타이저 및 디팔레타이저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기존 EOL 솔루션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추가적인 매출 기회로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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