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와 술, 그리고 오타니 쇼헤이
회식 때 건배만...잔에 맥주는 그대로
이미 고교 때부터 스타였다. 세상의 주목은 말도 못 한다. 프로 입단 후에는 점점 심해졌다. (파이터즈) 구단의 집중 관리 대상임은 물론이다. 숙소에서 지내도록 했다. 본인도 그게 편하다고 좋아했다. 먹여주고, 재워주니 왜 아니겠나.
다만, 제약은 있다. 외출 때는 보고하도록 했다. 차는커녕 운전면허도 없었다. 움직이려면 대중교통뿐이다. 일본은 이럴 경우 (주요 선수에게) 택시 티켓을 제공한다. 계약한 회사 차를 이용하면, 나중에 구단이 결제해 주는 방식이다. 선수 입장에서는 돈도 안 들고, 편리하다. 그러나 안 좋은 점도 있다. 행선지가 나오니, 사생활이 드러나는 셈이다.
물론 그에게는 괜한 일이다. 도대체 (택시 티켓을) 쓰지 않으니, 노출될 걱정도 없다. 외출이라고 해야 숙소 근처 편의점이다. 좋아하는 간식(크레페)을 사러 다니는 게 전부다. 시내 나들이는 1년에 몇 번 정도다. 당시 구리야마 히데키 감독(2023 WBC 대표팀 감독)의 기억이다.
“입단 초기에야 그러려니 했지요. 그런데 몇 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아요. 안 그래도 되는데 꼬박꼬박 외출 보고를 하더라구요. ‘어디 다녀온다’, ‘누구랑 간다’, ‘몇 시까지 오겠다’. 세세하게 얘기하는 거예요. 어차피 홋카이도는 좁아요. 어디 덩치나 작은가요? 무슨 일을 하면 금세 눈에 띄죠. 다음 날이면 구단으로 다 얘기가 들어와요. 그래서 괜찮다고 하는데도…. 허허허.”
가끔 팀에서 하는 회식 자리도 있다. 처음에는 이것도 빠지기 일쑤였다. 방에서 책 읽고, CD나 듣겠다며 열외했다. 나중에는 어쩔 수 없이 참가했다. 건배도 함께 한다. 그러나 잔에 있는 맥주는 입에 대지 않는다. 모임이 파할 때까지 그대로다.
WBC 회식이 몇 달 만의 외식
지난 3월 WBC를 앞두고다. 오사카에서 공식 훈련이 진행됐다. 일본 대표팀도 처음 모였다. 자연스레 회식 자리가 마련됐다. 화합과 결기를 다지는 의미다. 주최자는 두 명이다. 그와 최고참 선배 다르빗슈 유였다.
함께 했던 한 멤버의 얘기다. “오타니 선배는 외식이 무척 오랜만이라고 하더라구요. 몇 달만이라고 했어요. 거의 나가서 먹는 일이 없대요. 모두가 신기하게 쳐다봤죠.” 오타니의 건배사로 시작하고, 다르빗슈의 격려사로 끝을 맺었다. 회식비는 둘이 공동 부담했다.
그리고 4강전을 위해 마이애미로 이동한 뒤다. 몇몇 후배들을 데리고 또 한 번 밖으로 나갔다. 그에게는 이례적으로 잦은 외식이다. 물론 술잔이 오갔을 리는 없다. 식사하면서 미국-베네수엘라의 준결승전을 관전했다.
결승전 전날에도 팀 회식이 있었다. 역시 결의를 다지는 모임이다. 그런데 이 자리는 불참했다. 자신의 루틴대로 웨이트와 배팅 훈련을 해야 한다는 이유였다. 통역(미즈하라 잇페이)도 참석한 모임인데 말이다.
만장일치 MVP에도 “내일 훈련, 일찍 잘래요”
2년 전이다. 아메리칸 리그 MVP로 선정됐다. 별난 투표인단(기자단) 30명의 만장일치였다. 수상자는 일본에 체류 중이었다. 미국 기자들과 회견은 온라인으로 이뤄졌다. 아무리 그래도 공식적인 자리다. 복장이 좀 그랬다. 트레이닝복 차림이었다.
후에 이유가 밝혀졌다. 미즈하라 통역을 통해서다. “그날 일정이 오전 6시부터 시작됐어요. 대외적인 행사도 있었고, 훈련도 예정대로 소화했죠. 상반신을 키우는 프로그램을 하는 날로 기억해요. 벤치 프레스를 열심히 했죠. (미국 기자들과) 회견이 오후였는데, 운동 중간이어서 복장이 그랬죠.”
당사자의 수상 소감도 화제였다. “축하 파티요? 글쎄요. 아직 계획이 없습니다. 아마 외로운 밤이 될 것 같네요. 가족과 함께 지내겠지요. 일찍 자야 해요. 내일 또 훈련이 있으니까요.” 기자회견을 마친 시간이 오후 5시쯤이다. 그러고는 다시 쇳덩어리 앞에 앉았다. 체육관을 나온 시간은 저녁 9시 무렵이다. 미즈하라 통역은 “무척 긴 하루였다”고 회상했다.
술이 낄 데가 없는 일상 생활
그의 식습관은 유명하다. 몸 관리를 위해 신경을 엄청 쓴다. 직접 해먹는 밥은 현미 90%라고 한다. 그렇다고 유별난 건 없다. 지극히 소박하다. 통역의 집에 자주 놀러간다. 거기서 저녁을 해결하고, 다음 날 아침까지 싸간다.
민폐를 모를 리 없다. 시즌 중에는 대안이 있다. 구내식당(클럽 하우스)의 VIP 고객이다. 저녁을 양껏 때우고, 다음 날 아침까지 ‘테이크아웃’ 한다. 맛과 영양, 수고까지 한 번에 해결이다.
물론 외식도 즐긴다. 아주 가끔. 한국식 고깃집을 애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너하임 구장에서 가까운 코스타메사라는 곳에 있는 업소다. 반면 오프 시즌에는 (일본에서) 어머니가 차려주는 집밥을 고집한다. 밖에서 먹는 일은 손에 꼽을 정도다. 자연히 술이 낄 여지는 원천 봉쇄된다.
어린 시절부터의 생활이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어긋나는 일은 없다. 고교 시절 은사 사사키 히로시 감독의 회상이다.
“그 친구는 야구만 잘했던 게 아닙니다. 교과목 평균이 85점을 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과제물을 빼먹었다는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어요. 기숙사 청소도 가장 열심히 하죠. 감히 내가 지도했다고 말할 수 없어요. 식사, 체중, 트레이닝에 임하는 모습…. 나도 그를 보면서 공부하게 됐어요. 배울 점이 더 많았죠.”
동창생들의 얘기다. “평소 장난도 치고 친구들과 잘 어울려요. 그런데 조금 야한 얘기나, 이를테면 야동 같은…. 그런 화제가 나오면 안색이 달라져요. 그때부터 한마디도 안 해요. 굉장히 어색해지죠.” 어느 여성 팬의 관찰기도 비슷하다. “선수들이랑 있을 때는 항상 웃는 얼굴이에요. 그런데 여자 아나운서가 옆에 있으면 딱딱한 표정이 되더라구요.”
오타니를 곤란하게 만드는 질문
그를 곤란하게 만드는 질문이 있다. 휴일에 대한 물음이다. 지난 2017년 WBC 때였다. 투수 코치였던 곤도 히로시와의 대화다.
코치 “휴일에는 주로 뭘 하지?”
집돌이 “예? 음… 휴일 말입니까?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네, 별로 하는 게 없습니다. 그냥 훈련 말고는….”
코치 “쉬는 날에도 하루 종일 훈련만 한다고?”
집돌이 “(화들짝) 아니요. TV도 보구요, 책도 좀 읽습니다. 그러다가 틈이 나면 웨이트 룸이나 타격 연습장으로 갑니다(긁적긁적).”
비슷한 일이 또 있다. 몇 년 전, NPB 시절이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몸풀기 토크 중이다.
MC “휴일에는 뭘 하죠? 취미 같은 건….”
범생이 “취미요? 예, 그러니까….” 역시 대답은 쉽지 않다. 한동안 우물쭈물한다. “본래 트레이닝을 좋아해서요. 예….” 본인이 생각해도 어이없고, 어색하다. 멋쩍게 웃는다.
MC “여전히 트레이닝인가요?”
범생이 “예, 그렇습니다. 이동일이냐, 그냥 쉬는 날이냐, 다르기는 하지만….”
MC “한잔하러 나가기도 하는지요?”
범생이 “술만 마시러 나가는 일은 없습니다.”
MC “(깜짝 놀라며) 예? 안 간다구요? (팀 동료) 나카타 같은 선수와도 어울리지 않나요?”
범생이 “밥 먹는 자리에서 한 두 잔 마시는 일은 있습니다. 하지만 술만 마시는 자리에는 가지 않습니다.”
참담한 일이다. 3명이 또 고개를 숙였다. 태극기를 가슴에 달았던 그들이다. 술 때문이다.
오타니가 들려준 에피소드다. “후쿠오카 원정 때였어요. 끝내기 패배를 당한 적이 있습니다. 택시 운전하시는 분이 ‘(이럴 때는) 가끔 나가서 노는 것도 필요하죠’라는 말씀을 하시더라구요.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술을 마신다고 (패배가 없어지지도 않고) 내일이 바뀌지는 않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