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지옥의 맛은, EVEN하다"…'흑백요리사', 열풍의 비결
[Dispatch=김다은기자] "인기 비결은 심사위원과 100인의 셰프들입니다." (제작진)
공개 직후 넷플릭스 글로벌 톱10(TV 부문, 비영어) 1위를 찍는다. 서바이벌 장면들과 출연진의 대사들은 각종 밈으로 재탄생해 SNS를 장악한다. 전 세계에 쿡방 열풍을 일으킨다.
이 모두 제작 당시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제작진은 "이렇게 큰 사랑을 받을 줄 몰랐다"며 소회를 털어놨다.
제작진이 꼽은 성공 비결은, 흑백셰프들이었다.
흑백 셰프들은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와 취재 열기에 낯설어했다. 그러면서도 요리를 설명할 땐 누구보다 프로다웠다. 요리하는 돌아이(흑수저)는 "뜨겁게,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요리했다"고 설명했다.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 측이 7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톱8 기자와의 '맛'남을 열었다. 김학민 PD와 김은지 PD, 톱8 요리사들이 자리했다. 식맛의 비결과 과정을 털어놨다.
◆ 나야, '흑백요리사' 제작진
'흑백요리사'는 100인의 요리 계급 전쟁이다. 재야의 고수 ‘흑수저’ 셰프들이 대한민국 최고의 스타 셰프 ‘백수저’들에게 도전장을 내미는 서바이벌 프로그램. 두 계급의 치열한 대결이 쉴 틈 없이 펼쳐진다.
뜨거운 신드롬을 일으켰다. 지난달 17일 첫 공개 이후 2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톱10 TV(비영어) 부문 1위를 찍었다.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등 4개국 정상과 총 28개국 톱 10에 올랐다.
화제성 역시 폭발적이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지난달 4주 차 TV-OTT 통합 조사에서 2주 연속 드라마와 비드라마 통틀어 1위를 차지했다. 식을 줄 모르는 인기다.
기자들과의 맛남(맛+만남)은 프로그램 공개 전 기획됐다. 김학민 PD는 "사실 당시 관계자분께 '만약 망하면 어떡하냐'고 묻기도 했다"면서 "지금 너무 감사하고 얼떨떨하다"고 감격했다.
김은지 PD 또한 "모든 제작진이 이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을지 몰랐다"며 "100인 요리사들의 식당 예약률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 요식업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보탬이 된 것 같아서 감사하다"고 했다.
◆ 정면 승부 맛집
'흑백요리사'의 주재료는 무명 셰프들과 유명 셰프들의 '맛'남이었다. 최현석부터 여경래, 정지선, 최강록 등 스타 요리사들과 동네 재야의 고수들이 펼친 정면 승부가 박진감 넘치게 펼쳐졌다.
무명 셰프들은 주목받았고, 이미 알려진 셰프들은 새로운 면모를 드러냈다. 김은지 PD는 "출연진의 완벽한 신구조화가 비결이었다. 심사위원 안성재 셰프도 저희 프로를 통해 알게 된 분들이 많더라"고 말했다.
엔딩 맛집이라는 점도 인기를 견인했다. 김학민 PD는 "제일 기분 좋은 평가는 '끊을 수 없다'는 표현이었다"고 했고, 김은지 PD 또한 "시청자 입장에서 어느 부분에서 끊으면 안달 날지 고려해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촬영부터 편집 과정은 모두 긴박하게 이뤄졌다. 김학민 PD는 "3월에 촬영 종료해서 6월까지 편집했다. 넷플릭스가 사전제작 시스템이라 타이트하게 진행했다"고 토로했다.
공개 이후 출연진들의 식당에도 예약이 쏟아지고 있다. 트리플스타(흑수저)는 "레스토랑 예약이 많아졌다"며 인기를 실감했다. 김은지 PD는 "프로그램 이후 요식업에 활기가 생긴 것 같다"고 덧붙였다.
◆ even하게 익은, 계급전쟁
'흑백요리사'의 또 다른 맛은 스포츠를 보는 듯한 긴장감과 전개였다. 매 라운드마다 드라마틱한 미션과 요리사들의 맛투가 이어졌다. 김은지 PD는 "오직 미션의 목적은 맛의 승부였다"고 강조했다.
끝없는 회의를 통해 미션을 구상해 갔다. 2라운드는 주재료의 맛, 3라운드는 대량과 대중성의 맛, 4라운드는 가격에 가장 합당한 맛 등을 기획했고, 맛에 나눠 미션을 설계했다.
김은지 PD는 "맛은 다양한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 미션 안에 그 과정을 녹이고 싶었다"며 "모든 라운드를 통과한다면, 육각형에 가까운 대한민국 최고의 셰프가 탄생하지 않을까 했다"고 말했다.
심사위원 역시 계급 컨셉에 맞춰 섭외했다. 백수저와 흑수저 끝판왕을 출연시킨 것. 요식업의 대가 백종원과 파인 다이닝의 끝 안성재를 모았다. 안성재는 미쉐린 3스타 오너 셰프다.
대한민국 최고 셰프들도 고개를 끄덕인 심사위원이었다. 최현석은 "미슐랭 3스타는 그 요리를 먹기 위해 그 나라를 방문해야 하는 요리다"며 "두 심사위원 모두 소신 있게 평가하겠구나 믿었다"고 인정했다.
◆ 방출, 그리고 단체전
'흑백요리사'의 인기가 뜨거워진 만큼, 시청자의 반응 또한 각양각색이었다. 특히, 몇몇 라운드 설정이 아쉽다는 지적이다.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것. 단체전 역시 호불호가 갈렸다.
김학민 PD는 "기획 단계부터 다양한 경쟁을 담으려고 했다"며 "어떤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지 겸허하게 듣고 경청하고 있다. 개인전을 바라시는 목소리 많은 것 알고 있다. 내일은 개인전의 끝을 볼 수 있다"고 했다.
한식 전공 셰프들이 단체전에서 (양식 일식 셰프들보다) 다소 심플한 업무를 받았다는 점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김은지 PD는 "특정 장르 셰프들을 돋보이게 하거나 배제할 의도로 미션을 설계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짚었다.
흑수저와 백수저 비율, 심사 개입 등에 대한 의심도 있었다. 일례로 심사위원 슈퍼패스로 흑수저와 백수저 비율이 11:11이 맞춰졌다. 현재 톱 8 비율도 4:4다.
김학민 PD는 "3라운드에 22명이 통과하는 건 이미 정해진 룰이었다. 내심 (비율이) 엇갈리길 원했고, 그것이 훨씬 리얼한 결과라고 생각했다"며 "의도와 무관하게 나온 결과다"고 일축했다.
◆ 톱 8, 우승을 향한 디쉬
현재 남은 출연자는 톱8뿐이다. 최현석(백수저), 트리플 스타(흑수저), 정지선(백수저), 요리하는 돌아이(흑수저), 이모카세 1호(흑수저), 장호준(백수저), 나폴리 맛피아(흑수저), 에드워드 리(백수저)가 남아있다.
셰프들은 허심탄회하게 출연 전후를 언급했다. 정지선은 "매장에서 하는 요리 말고 새로운 주제를 가지고 요리하는 것 자체가 새로운 공부였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최현석 셰프는 사실 출연 제의를 받았을 당시, 심사위원을 예상했다. 그의 마음을 이끈 건 김학민 PD의 한 마디였다. PD가 '셰프님은 챌린저가 더 멋있다'고 이야기했다는 것.
사실 그 당시 최현석은 요리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당시 30년 만에 처음으로 45일 동안 식당 문을 닫고 있었다.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고 출연을 결정했다. 방송하며 떨지 않는데 매회 다리가 흔들렸다"고 했다.
흑수저 셰프들의 삶도 프로그램 이후 완전히 달라졌다. 이모카세 1호는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큰 변화다. 젊은 분들이 식당을 찾아주신다"며 "재래시장에 도움이 돼서 뿌듯하다"고 표현했다.
◆ 무한 요리지옥
톱8의 요리지옥이 단 2회만을 남겨 두고 있다. 세미 파이널 2차전과 파이널만이 기다리고 있는 상황. 나폴리 마피아는 파이널 라운드에 이미 진출한 유일한 셰프다.
파이널 진출자답게 당당한 면모가 돋보였다. 그는 "솔직하게 당연한 결과였다"면서도 "워낙 쟁쟁한 분들만 남아서 경쟁했기 때문에 확신은 없었다"고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했다.
11회와 12회 타이틀은 '무한 요리 지옥'이다. 김은지 PD는 "창의성의 한계를 시험하는 미션이다. 다들 지옥의 맛을 맛봤다고 해주셨다"며 "가장 치열한 개인전, 프로그램 하이라이트가 될 것 같다"고 귀띔했다.
나폴리 파스타 또한 "파이널에 이미 진출해 위에서 지켜보는 데, 진짜 지옥이었다"고 했다. 이모카세 1호 또한 "진정한 지옥의 맛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김학민 PD는 "명장면이 내일 나온다"고 더했다. 김은지 PD또한 "가장 소름 돋은 요리가 내일 탄생한다"고 기대감을 높였다.
<사진=송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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