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외교 장관 해임' vs 與 '상정 저지' 격돌
민주당,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만장일치' 발의…與 대응책 없어
[더팩트ㅣ국회=송다영·김정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7일 본회의에서 169명 소속 의원 전원 만장일치로 박진 외교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을 발의했다. '거대야당'인 만큼, 단독 표결이 예상돼 민주당은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킬 전망이다. 여당은 현실적으로 민주당을 막을 방도가 없어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날 오후 1시 15분 의원총회를 열어 박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를 논의했다. 진성준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자리에서 해임건의안을 설명하며 여러 매체에서 보도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소음제거 영상'을 의원들 앞에서 틀어 보이기도 했다. 영상을 시청하는 동안 의원들 사이에서는 "('날리면'이 아니라)'바이든'이네"등의 반응이 나왔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외교 참사'로 규정했다. 또 대통령실의 '외교·안보 라인'에도 '구멍'이 난 것이라고 본다. 박 장관 해임 사유로는 △당초 순방 이유였던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장례식에서 참배를 취소한 것 △미국 방문 중 한미·한일 정상회담이 무산된 것 △지난 6월 나토정상회의에 대통령실 비서관의 배우자가 민간인 신분으로 동행한 것 △해외순방의 외교적 참사와 별개로 박 장관의 자질과 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는 것 등을 꼽았다. 또 민주당은 박 장관 해임 건의와 함께 '외교 논란'에 책임이 있는 김성한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등 '외교·안보 라인' 주요 인선에도 전면 쇄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진 수석부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외교 대참사, 그리고 문제의 발언(비속어)에 대한 대응은 참으로 목불인견(目不忍見) 수준"이라며 "우선적으로 외교 사무를 총괄하는 박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을 당론으로 발의하고 오는 29일 본회의에서 가결함으로써 대통령과 정부에 대해 엄중한 경고를 울리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헌법 제63조 2항에 따르면 장관 등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은 국회 재적의원 3분의 1 이상이 발의하고 과반수가 찬성하면 가결된다. 국회의장은 해임건의안이 발의되면 본회의에 그 사실을 보고하고 24시간 경과 후 표결할 수 있다.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져야 하고, 이 기간 내에 표결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헌법에 따르면 169석인 민주당 단독으로도 처리할 수 있다. 민주당은 오는 29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해임 건의안을 표결 처리한다는 계획이다. 해임건의안이 '법안'이 아니기 때문에 법적 구속력은 없다.
다만 민주당은 박 장관 해임안 발의와 국회 통과만으로도 정부에 이번 외교적 물의에 대한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본다. 해외 순방 때마다 윤 대통령을 향한 여론이 차가워지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도 민주당의 판단 요인에 포함됐다. 의원총회 이후 해임건의안에 대한 법적 강제 장치는 없어 윤 대통령이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에 관해 묻자 위성곤 원내수석부대표는 "그건 대통령의 몫일 것"이라고 답했다.
당 지도부는 여당과 정부를 향해 강공 드라이브를 지속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재명 대표는 "오늘 의총의 핵심 의제는 '국격·국익 훼손' '국민에 대한 위협'이다"라고 강조했다. 또 박홍근 원내대표는 "대통령과 여당은 뻔뻔한 '조작 반박'과 '치졸한 조작'으로 국민을 기만하지 말고 사죄해야 한다"며 해임안 표결 의지를 다졌다. 특히 박 원내대표는 여권 일각에서 제기한 자신과 MBC의 '권언유착' 의혹에 대해서도 "터무니없는 황당무계한 주장(권언유착 의혹)을 여과 없이 보도한 기사를 보면서 고급스럽게 표현하면 '후안무치', 날 것 그대로 표현하면 '역겨웠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최고위원인 정청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축구 선수가 자책골을 넣으면 자신을 자책한다. 관중과 방송 카메라를 욕하지 않는다"며 "(윤 대통령은) 뉴욕에서 욕하고 MBC에 눈 흘기지 마시라. 그 입이 죄다"라며 대통령실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윤 대통령에게 진상 규명을 요구한다며 '인증샷 챌린지'를 조직적으로 진행할 모양새다. 한준호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석열 대통령님 자신 있으면 자기가 한 말 스스로 밝히십시오'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는 사진을 올린 후 "말을 한 사람은 말이 없으니 논란만 커지고 있다. 윤 대통령이 △이 XX는 도대체 누구인지 △'바이든'과 '날리면' 중 뭐가 맞는지 직접 해명해달라"는 내용의 글을 남겼다. 한 의원은 글 말미에 '#더불어민주당 #윤석열 #대통령 #진상규명 #인증샷 #릴레이 #챌린지' 등의 '해시태그'를 달아 동료 의원들의 동참을 요청했다. 뒤이어 앞서 대통령실을 비판한 정 의원도 사진 올리기에 동참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서는 박 장관 해임안 통과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민주당이 이를 만장일치 당론으로 추인한 데다, 안건을 단독 처리할 수 있는 169석을 막을 방도가 없어서다.
한 국민의힘 의원은 27일 <더팩트>와 통화에서 "당의 역할로 보자면 표결에서 가결되지 않도록 하는 건데 의석수 때문에 한계가 있다"며 "주호영 원내대표의 말대로 해임 안건이 상정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민의힘 의원총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로서는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면 방법이 없지만 의사일정 협의가 안 되면 의안을 상정할 수 없게 돼 있기 때문에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그런 점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항의 차원의 본회의 불참 가능성 등도 언급되지만 국민의힘 내에서는 국회의장 설득 외에 따로 논의되고 있는 대응책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의원은 이어 "해임안이 의결되고 가결되면 이후의 문제는 대통령실에서 판단해야 할 문제"라며 "그 이후의 문제에 대해서는 당이 언급하는 건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
manyzero@tf.co.kr, js8814@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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