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교석의 남자의 물건] [28] 말 엉덩이 가죽 6개월 무두질해 만든다

2026년 ‘붉은 말의 해’가 밝았다. 거침없이 질주하는 적토마처럼 강렬한 기운이 충만하다는 병오년이다. 이런 새해 기운을 누릴 만한 남자의 물건이 있으니 바로 말 엉덩이 가죽으로 만든 알든(Alden)사의 코도반 구두다. 실제 ‘말’이란 공통점이 있으며, 길들이기 어려운 야성, 갖기 어려운 희소성, 강인한 내구성이 도전과 전진을 상징하는 적토마의 해와 잘 어울린다.
1884년 설립된 알든은 미국 구두의 자존심이다. 발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교정용 구두 사업으로 시작해 아메리칸 캐주얼의 근본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미국 실용주의가 깃든 편안함과 만듦새로 정장부터 청바지까지, 20대부터 70대까지 장르와 세대를 넘나들며 전 세계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모험과 도전의 사나이 ‘인디애나 존스’가 애용한 부츠가 바로 알든의 제품이다.
코도반 가죽 모델은 이런 알든을 한층 더 높은 위치로 끌어올렸다. 코도반은 본디 귀한 가죽이다. 말 한 마리에서 A4 용지 2장 정도만 나오는 데다 다루기도 까다롭다. 표피를 쓰는 일반 가죽과 달리 말 엉덩이 안쪽의 고밀도 섬유층을 긁어내 만든다. 무두질에만 최소 6개월이 소요된다. 고도의 기술과 고된 작업 때문에 코도반을 다루는 테너리는 전 세계 다섯 군데 안팎이다. 알든의 코도반은 그중에서도 특별하다. 자신들만의 비밀 공정으로 코도반 가죽을 만드는데, 코도반 특유의 매력을 가장 잘 즐길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최근에는 검정색 코도반 구두가 인기다. 하지만 붉은 말의 해인 만큼 시그니처 색상인 ‘컬러8’을 추천한다. 처음에는 짙은 검정에 가깝지만 햇빛과 바람을 받고, 주름이 지면서 가죽 깊은 곳에서 영롱한 와인 빛이 배어 나온다. 인위적인 염색이 아닌 밀도 높은 가죽 조직이 스스로 드러내는 색이다. 세월이 더해지면 도드라지는 발색과 광택감은 알든의 코도반만이 가진 매력이다.
물론 모든 대운이 그렇듯 가만히 있으면 가질 수 없다. 코도반은 빽빽한 섬유층과 내부 유분으로 자체 광을 발산하는 특별한 가죽이다. 다른 말로, 크림으로 관리하기 어렵고, 물기에 극도로 취약하다. 착용 전후 말털로 브러시질을 꼼꼼하게 해야 하고, 정기적으로 사슴 뼈 등으로 문질러서 광택 및 유분 관리를 해야 한다. 이러한 불편함을 성실함으로 이겨내야만 나만의 근사한 빛깔을 가진 구두를 얻을 수 있다. 새로운 시작이다. 붉은 말의 기운을 신고 불기둥 속으로 두려움 없이 달려보자. 길들여진 적토마는 결코 주인을 배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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