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 시설투자 감소세...연구개발은 '확대 모드'
삼성전기가 올해 시설투자를 큰 폭으로 축소했다. 이는 국내외에서 추진해온 패키지기판 분야의 대규모 증설 투자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적층세라믹커패시터(MLCC) 전방 수요가 둔화하며 보수적인 투자 기조로 돌아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회사가 신성장동력 육성에 나서면서 연구개발(R&D) 관련 시설투자는 크게 증가했다.
삼성전기는 올해 3분기까지 시설투자에 4272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7258억원과 비교해 41.1% 줄어든 액수다. 컴포넌트사업부는 1055억원, 광학통신솔루션사업부는 177억원으로 각각 전년동기보다 8.1%, 34.9% 감소했다. 특히 패키지솔루션사업부는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투자를 60.4% 줄이며 전체 내림세에 영향을 미쳤다. 올 분기별 시설투자는 1500억원을 넘기지 못했다. 4분기에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질 경우 삼성전기의 연간 총투자 규모는 1조원을 밑돌 것으로 전망된다.
패키지 기판의 베트남 증설 투자가 상당 부분 종료되면서 올해 투자 규모가 눈에 띄게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지난 2021년 말 베트남 생산법인을 시작으로 국내외 패키지기판 생산능력 확대에 총 1조900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2022년에는 연간 기준 8935억원, 지난해에는 7468억원을 투입했다. 이를 기반으로 올 2분기에는 차세대 패키지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의 경쟁력을 확보하고 본격 가동을 시작했다.
MLCC는 전장용 중심의 증설 투자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개인용컴퓨터(PC) 등 주요 전방산업의 수요 감소가 장기화하면서 전체 투자 금액이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 삼성전기는 산업용과 전장용 등 비교적 안정적인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공급을 늘리고 시장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하지만 R&D 관련 시설투자는 크게 늘었다. 유리기판 시험생산과 핵심 기술 확보, 사업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가 확대된 결과로 분석된다. 올 3분기까지 R&D용 시설에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6.7% 증가한 누적 940억원을 투자했다. 삼성전기는 올해 유리기판 시제품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고객사와 협력해 오는 2026년 이후 양산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회사는 내년에도 보수적인 투자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MLCC는 매출 비중이 높은 정보기술(IT) 제품 관련 시장에서 여전히 수요가 부진하다. 많은 주문이 이어지는 인공지능(AI) 관련 서버와 전장용 등 고부가가치 제품을 중심으로 제한적인 보완 투자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기는 올해 서버용 MLCC 매출이 전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며 내년에도 큰 폭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패키지기판의 경우 신규 증설이 완료됨에 따라 추가 생산능력 확충보다는 베트남 생산설비를 중심으로 수율 향상과 운영 효율화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기는 지난달 열린 3분기 실적설명회에서 "서버와 AI용 FCBGA의 올해 매출은 중앙처리장치(CPU) 중심으로 전년 대비 2배 정도 성장할 것"이라며 "내년에 AI 가속기용 제품 양산까지 더해지면서 AI와 서버용 FCBGA 매출은 올해 대비 큰 폭의 고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진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