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지 금연구역 지정 조례 ‘있으나 마나’

동성로 공무원학원 샛길 꽁초 가득
주변 의식않고 담배 연기 뿜어대
구역 10m 내 흡연 과태료 2만원
상인 “홍보 외 실질적 변화 없어”
중구 “24시간 상시 단속 어려워”
지난 1일 대구 중구 공무원학원 샛길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지 8개월여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곳곳에서 담배꽁초가 눈에 띄었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

대구 중구가 사유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는 근거를 마련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지정 건수가 2건에 불과해 관련 조례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1일 오후 5시께 동성로 (구)유니클로 골목과 공무원학원 샛길은 담배를 피우는 흡연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예전 유니클로 건물 옆 20여m 짧은 골목에는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벽화와 현수막, 안내문이 여기저기 걸려 있었지만 젊은 남녀와 인근 상인, 외국인들마저도 주변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듯 연신 담배 연기를 뿜어냈다. 공무원학원 샛길도 바닥에 버려진 담배꽁초와 가래침이 밟히고 곳곳에는 재떨이로 사용하는 플라스틱통도 눈에 띄었다.

이 곳은 대구광역시 중구 금연환경조성 및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에 따라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지역이다. 중구는 지난해 7월 사유지도 금연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관련 조례를 개정했다.

이 구간도 9월부터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계도기간 3개월이 지난 올해 1월부터는 구간 10m 내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과태료 2만원이 부과되지만 여전히 시민들에게는 흡연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구청에 따르면 지난해 조례 개정 이후 사유지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한 건수는 2건에 불과하다. 흡연 관련 민원이 가장 빗발쳤던 (구)유니클로 골목과 공무원학원 샛길을 제외하고는 금연구역 지정 신청이 단 한 건도 없었다.

인근 상인들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도 금연 홍보 외에는 실질적인 변화가 없으니 신청에 의미가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상인 A씨는 “골목이 금연구역으로 신청됐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담배연기는 그대로다. 공무원들이 나와서 현수막으로 홍보도 하고 단속하면 잠시 담배를 껐다가도 다시 피우는 사람들이 많다”고 토로했다.

흡연자들은 대책 없이 무작정 금연구역만 확대하는 것이 오히려 불법 흡연을 조장한다고 주장했다.

한 흡연자는 “우리도 남들에게 피해를 주면서까지 담배를 피우고 싶은 마음은 없다. 그런데 흡연구역도 없이 건물 안팎을 다 금연구역으로 만들어버리면 흡연자들은 정말 갈 곳이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중구는 금연구역을 지정하는 것은 간접흡연을 예방하기 위한 취지며 흡연을 마냥 금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설명했다. 흡연구역 설치 필요성도 느끼고 있지만 구비로 집행할 수 있는 근거가 없는 실정이다.

중구청 관계자는 “중구는 관내가 면적은 넓지 않지만 유동인구와 상가시설이 많아 흡연민원이 많은 실정”이라며 “오후 2~6시까지 금연구역 단속을 실시하고 단속 인원도 대구에서 가장 많은 4명으로 늘렸지만 24시간 상시단속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흡연구역 설치에 대해서는 “장소를 찾는 것도 문제고 국비 예산 기금으로 흡연실 설치는 못 하게 돼 있어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채현기자 ych@idaeg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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