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도 아닌데” 숨진 흑인女, 돼지우리에 던졌다…남아공 ‘분노’

흑인 여성들을 살해해 돼지 우리에 유기한 혐의로 기소된 농장주 자카리아 요하네스 올리비에(오른쪽)와 농장 관리인 안드리안 루돌프 드 웨트(가운데), 윌리엄 무소라가 지난달 10일 법정에 나와 재판을 받는 모습. [AP=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 농부가 자신이 운영하는 농장에 몰래 들어온 흑인 여성들을 살해해 돼지우리에 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뉴욕타임스(NYT)가 2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지난 8월 중순 마리아 마카토(44)와 로카디아 느들로부(35)는 림포포주의 한 농장에 몰래 들어갔다가 변을 당했다.

남아공에서는 시골 주민들이 버려진 음식을 구하기 위해 백인이 운영하는 농장에 침입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난다. 이날 두 사람 역시 유제품 회사 트럭이 다녀간 후 버려진 음식을 찾으러 농장에 들어갔다가농장주인 자카리아 요하네스 올리비에르와 관리인이 쏜 총을 맞고 숨졌다.

남아공 사회를 더욱 분노하게 한 것은 농장주가 침입자인 두 사람을 살해한 뒤 벌인 행각 때문이다. 백인인 농장주와 관리인은 숨진 이들의 사체를 잡식성인 돼지 우리에 버렸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돼지들은 실제로 시신 일부를 뜯어 먹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함께 담을 넘었던 마카토 씨의 남편은 총에 맞고 탈출해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졌다.

이번 사건으로 남아공 사회는 분노로 들끓고 있다. 주민들은 법원 밖에서 시위를 벌였고 정치인들은 분노에 찬 성명을 발표했다.

마카토 씨의 아들은 “어머니는 단지 자녀들에게 먹일 무언가를 찾고 있었을 뿐”이라며 “그런 삶이 어떻게 이렇게도 끔찍하게 끝났는지 생각조차 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용의자들은 현재 구금된 상태로 법원은 보석심리를 11월 6일까지 연기했다.

NYT는 이번 사건이 남아공의 고질적 문제인 인종과 성별에 기반한 폭력, 유혈사태로도 종종 이어지는 백인 상업 농장주와 흑인 이웃들 사이의 갈등을 둘러싼 논쟁을 촉발했다고 짚었다.

1994년까지 이어졌던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정책) 기간 많은 흑인은 토지 소유권을 강제로 빼앗겼고 남아공에서는 아직도 대부분의 주요 상업 농장이 백인 소유로 남아있다. 농촌 지역의 많은 흑인은 여전히 빈곤한 삶을 살고 있으며 먹을거리를 찾아 농장의 쓰레기 더미를 뒤져야 하는 처지다.

kacew@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