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에, 졸음운전인데 중대과실 아니라고?”…손해배상 안한 사연 알고보니 [도통 모르겠으면]
졸음운전은 교통사고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는 탓에 법으로도 금지돼있는 행위입니다.
도로교통법 제45조는 “과로, 질병 또는 약물(마약, 대마 및 향정신성의약품과 그 밖에 행정안전부령으로 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하 같다)의 영향과 그 밖의 사유로 정상적으로 운전하지 못할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자동차 등 또는 노면전차를 운전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같은법 154조를 통해 이를 위반하는 사람은 30만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최근 5년간 명절기간 발생한 교통사고 176건 가운데 졸음운전으로 발생한 사고가 24건에 달할 정도죠.
그런데 두가지 잘못을 모두 저지르고도 운전자가 자신은 배상책임이 없다며 버티다가 극히 일부의 배상금만 내고 최종 승소한 사연이 있습니다.
‘도통 모르겠으면’ 이번 회차에서는 해당 판례를 통해 어디까지를 운전자의 ‘중대한 과실’로 볼 수 있는지 탐구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무보험 차량사고에 대한 정부 보장사업을 위탁받았던 동부화재해상보험(現 DB손해보험)이 피해자에게 우선 1700만원 가량을 지급하고, 동부화재가 원고에게 구상금을 요구하며 법정다툼이 시작됩니다. 2005년 대전지방법원에서는 원고가 구상금을 전액 지급해야 한다는 판결이 내려집니다. 사고가 발생한 2000년 이후 5년이란 세월이 지난 상태였죠.
그런데 원고는 2006년 법원에 파산신청을 하고 이듬해 파산선고를 받아 새로운 국면이 펼쳐집니다. 원고는 파산상태이니 동부화재에게 구상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하고, 동부화재는 이를 반박하고 나선 건데요. 동부화재가 내세운 근거는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입니다. 이 조항은 ‘채무자가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생명 또는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은 파산선고를 받더라도 면책되지 않는다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죠.
대전지방법원도 이같은 조항을 참고해 “이 사건 채무는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신체를 침해한 불법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배상채무라고 봄이 상당하다고 할 것이므로 면책의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할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무면허에 졸음운전까지 한 운전자가 중대한 과실을 범했다고 본 것이죠.
그러나 원고가 불복하며 이어진 대법원 판결에서는 다른 결론이 나왔습니다. 대법원이 “벌점 누적으로 운전면허가 취소된 것이라면 도로교통법상 무면허운전이 위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 작용하였다고 보기 어렵고 전방주시를 태만히 한 상태에서 졸음운전 하였다는 점만으로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는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을 파기한 것이죠.
신현범 변호사(법무법인 율우, 손해보험협회 과실비율분쟁심의위원회 심의위원)는 “법률의 개정 경과와 위 법률 내용을 비춰보면 해당 조항의 ‘중대한 과실’은 거의 고의와 비슷한 정도로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는 경우로 엄격히 판단하여야 한다는 취지”라며 “이러한 취지에 따라 해당 사안에서 원고의 무면허, 졸음 운전을 주의의무를 현저히 위반하는 중대한 과실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라 설명했습니다. 신 변호사는 이어서 “다만 대법원 판결의 위와 같은 입장은 면책과 관련된 손해배상 청구권 사건에 한하여 적용되는 것으로 봐야하고, 다른 사건에도 반드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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