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소한 스몰 토크 소재에서 시작해 열띤 토론의 기폭제가 되기도 하는 마성의 콘텐츠, 밸런스 게임! 결코 일어날 리 없는 일에 억울하게 골머리를 앓아야 하지만, 그것이 바로 이 게임의 본질이니. 더구나 그 주제가 야구라면 어떨까. 겨우 골라낸 선택지를 합리화하려 어느새 열변을 토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독자들을 위해, ‘습관성 만약에 병’을 앓고 있는 밸런스 게임 중독자 에디터가 대뜸 팀원들에게 질문지를 살포했다. 시즌이 개막해도 변함없이 콘텐츠에 목말라 있을 이들에게 바치는 ‘더그아웃 배 야구 밸런스 게임’! 쓸데없는 고민의 늪에 당신을 초대합니다. (2월 20일 작성)
에디터 전윤정 사진 두산 베어스, SSG 랜더스

#극단적 관람 방식
드디어 찾아온 2025시즌!
경기 관람을 한 가지 방식으로만 해야 한다면?
A - 전 경기 직관하기
B - 전 경기 집관하기
A - 가긴 가야지 어떡해요
서현 초록빛 그라운드와 노을 지는 분홍빛 하늘을 포기할 수 있나요? 퇴근하고 원정 경기를 보러 가면 노을이 아니라 여명을 마주할 것 같긴 하지만…
하현 중요한 경기나 기록 달성을 앞둔 날은 지류 티켓까지 신경 써서 모을 정도의 직관파라서요.
은빈 현생 이슈가 있겠지만 한 해 정도는 방탕하게 살아 봐도 괜찮지 않을까요.
지인 좋은데요? 자리는 내야석으로 갈 수 있는 거죠?
B - 안 가고 말죠
일우 나름 저만의 자리라고 여기고 잠실야구장 중앙 네이비석이나 외야석에 자주 갔었는데, 요즘 관중이 많아져서 직관 메리트가 떨어졌어요.
윤정 말만 들어도 힘들다. 아름다운 그라운드의 풍경은 <더그아웃 매거진> 취재하러 다니면서 간간이 즐기겠습니다.
민규 나이가 세 살만 어렸어도 다른 답을 골랐을 텐데 슬프네요. 전 경기 직관은 인생 마지막으로 야구를 보고 더는 안 보겠다는 결심이 서는 해에 도전하겠습니다. (안 한다는 뜻.)
#능력이냐 도덕이냐
어쩌다 마주친 선수단 출근길!
다음 중 더 미운 사람은?
A - 어린아이 사인 요청 무시하는 팀 에이스
B - 팬서비스 500점 감독 양아들
A – 동심 파괴하는 어른
윤정 인간 대 인간으로서는 A가 더 밉네요. B보다는 B를 굳이 계속 기용하는 감독을 미워하고 싶습니다.
서현 평생 야구 잘할 거니? 20승 무패 할 거야?
민규 보통 아무리 바빠도 아이들 사인 요청까지 무시하진 않잖아요. 동심은 지켜줘야죠.
B – 실력이 먼저니까
일우 야구선수는 야구를 잘하는 게 우선입니다. 팬 서비스는 말 그대로 ‘서비스’지 의무가 아니고요. 그리고 실력 향상보다 팬 서비스 개선이 쉬울걸요?
하현 ‘애는 착해’라는 말이 제일 나쁜 말이라던데요.
은빈 사인 거절은 ‘요즘 힘든가 보다’ 하고 자체 합리화를 하면 돼요. 근데 경기 때 못하고 팬 서비스에만 정성을 들인다면 ‘그 시간에 연습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 것 같아요.
지인 안하무인 에이스도 당연히 얄밉지만, 결국 구장 내에서 더 미운 사람은 B예요. 일단 야구를 잘해야 팬 서비스를 받고 싶은 맘도 생길 텐데…
#오늘도 몸져눕습니다
오늘따라 엎치락뒤치락 팽팽한 경기!
다음 중 더 짜증 나는 사람은?
A – 만루에서 밀어내기로 3점 헌납하는 우리 팀 투수
B - 무사만루에 구원 등판해 KKK 잡고 세리머니 하는 상대 팀 투수
A - 미운 우리 선수
일우 TV 꺼 버리고 싶어요.
윤정 B 때문에 잃은 점수 0점, A 때문에 잃은 점수 3점.
민규 어릴 때 야구장에 가서 A에게 받은 충격이 큽니다. 솔직히 B는 밉다기보다는 멋있죠.
서현 멘탈 나간 투수보다는 기뻐서 방방 뛰는 투수를 보는 게 재밌잖아요.
하현 타팀 선수는 밉다가도 5분만 지나면 까먹습니다. 근데 A는 앞으로 올라올 때마다 깊은 불신이 들겠네요.
은빈 3연속 밀어내기라, 전에 제일 비싼 좌석에서 직관한 기억이 나는데 말이죠.
지인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숫자가 449(사사구)인데. 그리고 B보다는 KKK 당한 우리 팀 타자들이 더 미워요.

#한(恨)
당신은 갓 데뷔한 스무 살 야구선수입니다.
앞으로 둘 중 한 가지 인생 루트를 탈 수 있다면?
A – 데뷔 첫해 한국시리즈 MVP 타고 하향곡선 그리며 금방 은퇴하기
B - 20년간 개인기록 휩쓸고 무관으로 은퇴하기
A - 평생 남을 반지 하나
윤정 데뷔 시즌 MVP와 우승 반지는 평생 안줏거리로 남겨두고, 젊으니까 빠르게 다른 일을 알아보겠습니다.
민규 우승 한 번으로도 인생 최대 업적인데 MVP까지? 20대에 은퇴하는 한이 있어도 가치 있는 일이라 봅니다.
서현 스무 살에 MVP를 탄 이력으로 유튜브 채널에 불려 다니면서 부수입을 챙길래요.
B - 평생 남을 이름 석 자
일우 비난은 한순간이고 기록은 영원합니다. 은퇴하더라도 20년이나 활약한 선수로 오랫동안 회자하고 싶어요.
하현 선수 생활을 길게 한다는 점 때문에 골랐어요. 반짝하고 금세 잊힌다면 선수로서 슬플 거예요.
은빈 고점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한 뒤로 성적이 저하되기만 한다면 자괴감이 너무 클 것 같아요. 팀에 도움이 안 되는 존재로만 있다가 사라진다고 상상하니 씁쓸해요.
지인 마음 한구석에 아쉬움은 남겠지만, 우승은 우주의 기운이 모여야 하는 거라고들 하잖아요. 그 힘이 조금 모자랐을 뿐이죠.
#팀이란 무엇인가
우리 팀이 중대한 운명의 기로에 서 있습니다.
둘 중 한 상황은 무조건 맞닥뜨려야 한다면?
A - 프랜차이즈 선수 전부 유망주 혹은 지명권으로 트레이드하고 3년 연속 우승하기
B - 프랜차이즈 선수들과 함께 화기애애하게 10년 무관팀 하기
A - 팀보다 위대한 선수 없다
윤정 서운할 순 있겠지만, 과감한 행보가 왕조 건설로 이어진다면 결과적으론 옳은 선택으로 평가하고 싶어요.
은빈 이미 프랜차이즈를 밥 먹듯이 트레이드하는 팀을 응원하고 있… 더 보기
B – 왕조가 무슨 소용
일우 낭만파라 프랜차이즈 선수 이탈을 못 참겠어요. 10년 무관? 그거 아무것도 아닙니다.
민규 선수 다 팔아먹고 겨우 3년 우승? 10년 그 이상 참아봤는데 의외로 할 만해요.
서현 팀보다 위대하다고 말할 수 있는 선수도 몇 명 있지 않나요? 그래도 11년째 되는 해엔 우승하십시오.
하현 선수들과 쌓는 유대감과 추억도 있어야 낭만이 산다고 생각해요.
지인 이미 10년 넘게 오순도순 고운 정 미운 정 다 든 선수들 앞에서 10년 무관은 귀엽습니다. 대신 11년째 되는 해까지 함께 뛰어주고 은퇴해요… #낭만야구
#우승의 가치는 얼마?
올해 목표가 ‘응원팀 우승’과 ‘돈 많이 벌기’인 당신.
신이 둘 중 한 가지를 바로 이뤄준다고 하네요?
A - 응원팀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기
B - 지금 당장 내 계좌로 50만 원 수령하기
A –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운 행복
민규 세상에 50만 원을 가진 사람은 널렸지만, 응원하는 팀이 우승하는 걸 본 사람은 생각보다 드물걸요?
하현 500만 원이면 고민했을 텐데, 50만 원이면 오히려 제가 내는 조건이라도 좋습니다.
은빈 돈도 포기했는데 진짜 제발요.
지인 어차피 한국시리즈 푯값으로 그 이상 쓰지 않을까요? 정상의 공기가 그립습니다.
B - 입금 부탁드립니다
일우 그깟 공놀이. 그리고 제가 응원하는 팀은 못해야 재밌는 팀 같아요.
윤정 이런 식으로 못 받은 돈이 5천만 원쯤 됩니다.
서현 가까운 과거에 우승을 경험해서 괜찮아요. 올해는 50만 원으로 일본 여행이나 가는 것도…
#쉽지 않은 연애 사업
당신은 앞으로 살면서 딱 한 사람과만 연애할 수 있습니다.
다음 두 사람 중에서요!
A - 응원팀 144경기, 각종 구단 행사 놓치지 않고 전부 따라다니는 상위 0.1% 열성 팬
B - 내가 야구 좋아하는 걸 탐탁지 않아 하는 비 스포츠팬
A – 이참에 좀 더 보지 뭐
민규 B랑은 썸도 못 탈 듯한데요?
서현 원정 경기를 다니고 있는 애인과 영상 통화로 랜선 국내 여행을 하겠습니다.
하현 제가 좋아하는 걸 보러 가면서까지 애인 눈치를 보고 싶지 않아요.
은빈 오히려 함께 즐길 수 있는 공통분모가 생기죠?
지인 이런 걸 바로 천생연분이라고 하는구나.
B – 이참에 끊지 뭐
일우 뭐든 ‘적당히’가 중요하죠. 세상엔 야구 말고도 즐길 거리가 넘쳐납니다.
윤정 그럼 대신 나도 네 취미 중에 하나 맘에 안 드는 티 낸다?
#이럴 거면 왜 여기로
모처럼 야구장을 찾았는데 빌런이 있네요.
한 명을 야구장에서 내보낼 수 있다면?
A - 응원 구역에서 경기 안 보이니 앉으라면서 짜증 내는 뒷사람
B – 고층 중앙석에서 경기 내내 혼자 일어나서 시야 방해하는 앞사람
A – 응원 안 하세요?
민규 노래방에서 왜 시끄럽게 노래 부르냐고 짜증 내는 건가요?
지인 문득 B가 제 얘기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섬찟한 느낌이.
B – 경기 안 보인다고요!
일우 팬들끼리도 불문율이 있잖아요. 응원단상과 먼 좌석에서는 조용히 보는 게 맞죠.
윤정 원래 좌석이라는 게, 시야 방향 때문에 앞사람의 권력이 좀 더 큰 법이잖아요.
서현 왠지 B는 웬만큼 말해서는 설득이 안 될 느낌이에요.
하현 평소에도 여유롭게 보려고 고층 중앙석을 예매하는 사람이라 더 억울하네요.
은빈 중앙석에는 양 팀 팬이 섞여 있어서 섣불리 앉으라 말라 말하기가 어려울 것 같아요.

#견물생심
SSG 랜더스필드 외야석에서 경기를 보던 중, 최정의 통산 500홈런 타구가 뒷사람을 맞고 얼떨결에 당신의 가방에 들어갔습니다. 횡재다 싶던 찰나, 웅성거리는 소리에 돌아보니 뒷사람이 홈런볼에 이마를 맞고 기절했네요.
이때 당신은…
A - 공을 맞은 사람에게 500홈런 기념구와 양도 혜택을 넘겨준다
B – 못 본 척하고 혜택은 내가 갖는다
A – 사정이 딱하니까
윤정 스타벅스, 이마트, 호텔에 가면 이마에 멍이 든 그 사람 얼굴이 매번 어른거릴 것 같아요. 근데 저만 여기네요?
B – 사정은 딱하지만
일우 본인 부주의로 맞았으니, 제가 미안해하면서 혜택을 넘길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민규 먼저 줍는 사람이 임자. 대신 병원비는 제가 지원해 드릴게요.
서현 예전에 직관할 때도 친구 명치에 맞은 파울볼을 앞자리 관객이 그냥 가져가셨어요.
하현 경기 중에도 머리를 맞고 잡으면 아웃이잖아요? 근데 스타벅스 이용권 탐난다.
은빈 구단에서 따로 조치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저도 스타벅스 이용권…
지인 기념구 습득자 인터뷰 때 샤라웃 해드리겠습니다.
#한도 제한
이런, 지난해 야구를 너무 열심히 봐서 한도 제한에 걸렸습니다.
둘 중 한 가지 페널티를 선택해야 한다는데요?
A - 내가 보고 있는 동안에는 응원팀이 득점하지 못함
B – 응원팀이 1실점 할 때마다 계좌에서 3천 원이 출금됨
A – 나만 희생하면 되니까
일우 차라리 아낀 3천 원으로 맥주를 사서 무득점 스트레스를 풀겠습니다.
윤정 돈 없어서 출금이 안 될 텐데. 어쨌든 한 시즌만 야구를 끊으면 되니까요.
민규 작년 리그 평균자책점이 4.91이니까, 일 15,000원 정도 출금되네요. 그럼 144경기에는 216만 원… TV 꺼 놓고 기도나 하겠습니다.
하현 저도 금전적 여유가 없어서요. 저만 안 보면 득점할 수 있는 거죠?
은빈 B를 고르면 전 올해 안에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야 해요. 눈물을 머금고 하이라이트 영상으로 만족하겠습니다.
B – 돈으로 사는 즐거움
서현 득점 불가 저주를 받으면 직관하러 가도 상대 팀 득점송만 듣다 오겠네요? 차라리 금액 투자를 하겠습니다. 헉, 근데 하루에 30실점씩 해 버리면 어떡하지?
지인 10실점을 해서 3만 원이 나가도 11점을 내서 이긴다면 행복할 거예요. 내가 야구를 왜 이리 사ㄹ… 응원해?
#물귀신 작전
평생 야구의 ‘야’ 자도 모르던 절친이 말했습니다.
“올해부터 야구 보려고 하는데, 네가 응원하는 팀 나도 응원할까?”
A - 응!
B – 아니!
A – 들어올 때는 마음대로였겠지만
일우 지금부터 세뇌 들어갑니다. 자신 있어요.
윤정 안 된다고 하기엔 대안으로 추천해 줄 만한 팀은 또 딱히 없네요.
하현 적극 추천은 어렵긴 한데, 막상 다른 팀 팬이 되면 서운할 것 같아요. 예매할 때마다 좌석 고민하기에 번거롭고, 대화 주제도 상대적으로 적을 거고요.
지인 파워 E(외향형) 인간으로서 동지 한 명이 추가되는 건 행복한 일이에요.
B – 겪어 보니 아니더라
민규 우리 팀을 추천하는 건 다신 안 볼 원수한테나 하는 거라고 배웠습니다. ‘건야행야’가 가능한 팀으로 가십쇼.
서현 응원팀은 신의 계시라고 배웠습니다. 결국 자기가 끌리는 팀이 있을걸요?
은빈 친구의 무병장수를 위해 강팀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게임 같은 인생
이번 생에 야구를 유난히 열심히 본 당신에게 다음 인생 선택권이 주어졌습니다.
둘 중 한 사람의 인생으로 다시 태어난다면?
A – 이정후
B - 응원팀 구단주
A – 슈퍼스타의 삶
은빈 선수로서 쌓은 부로 구단주가 되는 상상을 해 봅니다.
지인 한 번쯤은 애니메이션 주인공 같은 인생으로도 살아보고 싶어요.
B – 슈퍼부자의 삶
일우 아무리 대단한 슈퍼스타라도 고용인과 피고용인의 관계는 변하지 않습니다.
윤정 요즘 야구선수는 거의 연예인 아닌가요? 제 성정과는 정반대입니다.
민규 이정후가 젊은 시절 몸을 얼마나 갈아 넣고 있는지 떠올려 보면, 앉아서 돈을 쓰는 삶이 낫지 않을까 싶어요.
서현 돈을 열심히 벌어서 오타니 쇼헤이 영입을 노릴 거예요. 이정후가 오타니의 동료가 되는 동안 저는 그의 오너가 되겠습니다. 하하!
하현 이정후로 태어나 봤자 제가 가진 끈기로는 이정후처럼 되지 못할 거라고 확신합니다.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5년 168호 (4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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