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두통, 단순 두통이 아닌 ‘뇌와 뇌혈관의 만성질환’ [건강한겨레]

한겨레 2026. 1. 1.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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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통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이미 여러 병원에 다녀도 낫지 않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편두통의 핵심은 '뇌신경-혈관 질환'이다.

이러한 점에서 편두통은 단순한 생활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뇌 신경회로의 구조적·기능적 요인과 연관된 신경학적 질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편두통은 단순한 두통이 아닌, 뇌와 뇌혈관의 만성질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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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김호정 나누리병원 뇌신경센터 원장
편두통은 단순히 머리가 아픈 병이 아니라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관리가 필요한 만성 신경질환이다. 편두통의 핵심은 ‘뇌신경-혈관 질환’이며, 편두통을 “예민해서 생기는 두통”으로 치부하면 병은 쉽게 만성화된다. 챗GPT 그림

두통 환자를 진료하다보면 이미 여러 병원에 다녀도 낫지 않아 찾아오는 경우가 많다. “두통에도 진단명이 있나요?”라고 되묻는 환자도 있고, 편두통이라 들었지만 “왜 아픈지는 모르겠다”는 경우도 적지 않다.

편두통은 단순히 머리가 아픈 병이 아니라 고혈압이나 당뇨처럼 관리가 필요한 만성 신경질환이다. 전세계 인구의 10명 중 1명이 겪는 흔한 질환이지만, 아직도 ‘스트레스나 피로 때문’으로 여기는 인식이 강하다. 세계보건기구는 편두통을 삶의 질을 가장 떨어뜨리는 만성질환 중 하나로 꼽는다. 하지만 많은 환자가 통증만 관리하려다 병의 본질을 놓친다.

편두통의 핵심은 ‘뇌신경-혈관 질환’이다. 예민해진 뇌에서 전기적 신호가 과흥분하고 통증 신호를 전달하는 삼차신경과 경막 주변 혈관이 함께 활성화된다. 이때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 같은 신경물질이 분비되어 신경인성 염증과 혈관 반응을 일으킨다. 과거에는 ‘혈관이 갑자기 확장돼 생기는 두통’으로 보았지만, 지금은 뇌의 신경회로가 반복적으로 ‘감작’되는 복합 질환으로 이해한다. 감작된다는 것은 특정 자극에 과민하게 반응하도록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편두통은 유전적 요인의 영향이 크다. 부모 중 한 명이 편두통 환자일 경우 자녀의 발병 위험은 두 배 이상 높아진다. 또한 여성에게서 훨씬 흔하며, 호르몬 변화와도 밀접하게 연관된다. 이러한 점에서 편두통은 단순한 생활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뇌 신경회로의 구조적·기능적 요인과 연관된 신경학적 질환으로 이해해야 한다.

편두통은 두통 증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편두통 발작은 두통기뿐 아니라 전구기–전조기–증상기–회복기로 이어지는 하나의 사이클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구기와 전조기에서는 짜증, 우울감, 집중력 저하, 과도한 졸림, 특정 음식 갈망, 목·어깨 뻣뻣함 등 다양한 신경·자율신경 증상이 나타난다. 다만 환자들은 이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그냥 컨디션이 안 좋다”고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두통기에는 박동성 통증 외에도 빛·소리 과민, 구토, 창백, 식은땀, 집중력 저하, 기억력 감퇴 등이 흔하다. ‘브레인 포그’, 불안과 과민성, 무기력, 움직임이 둔해지는 운동 기능 저하 등이 동반되며 일상 기능이 크게 떨어진다.

두통이 가라앉은 뒤에도(회복기) 극심한 피로감과 전신 무력감, 머리가 무겁고 압박되는 느낌, 근육통, 인지 저하, 우울감, 감정 조절의 어려움, 갈증이나 수면 장애 등이 수 시간에서 하루 이상 이어지는 ‘편두통 숙취’가 남는다.

이처럼 편두통은 전구기부터 회복기에 이르기까지 감정, 인지, 자율신경, 감각 기능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뇌·뇌혈관·자율신경 네트워크의 문제다. 두통 증상만 바라보면 질환의 상당 부분이 가려지기 때문에, 각 단계에서 환자가 겪는 두통 이외의 증상을 적극적으로 확인하고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편두통을 바라보는 환자와 사회의 인식도 달라져야 한다. 편두통을 “예민해서 생기는 두통”으로 치부하면 병은 쉽게 만성화된다. 진통제로 일시적인 통증만 눌러서는 해결되지 않는다. 예민해진 뇌의 민감성을 낮추고 혈류 조절 기능을 안정시키는 예방 치료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편두통은 단순한 두통이 아닌, 뇌와 뇌혈관의 만성질환이다.

김호정 나누리병원 뇌신경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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