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도 없는 웨딩 스냅 업체 때문에 화나네요

얼마 전에 결혼식을 했습니다

계약한 예식장에 포함된 업체라서 못미더웠는데 사진을 안찍는다고 돈을 돌려주는것도 아니니 하는 수 없이 했습니다

자기들 전속 업체다 뭐다 그러는데 '여기가 무슨 신라호텔 예식장급도 아니고 그럴리가 있나...' 라고 생각했지만요 ㅋㅋ

결혼식날이 돼서 작가를 만났는데 장비도 좋은거 들고있고

(바디는 r6,r6m2에 렌즈는 2870이랑 50.2였습니다)

r6에 50.2를 들고있는 서브까지 있어서 '생각보단 괜찮을지도?' 라고 생각했습니다

식 진행도 무난하게 이뤄져서 크게 걱정 안하고 신혼 여행까지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계약 때 들었던 불안감대로 셀렉날 가보니 사진이 처참하더라구요

시작부터 흔들린 사진이 계속 나와서 이게 왜이러나 하고 봤더니만

전부 1/60으로 찍어서 사진의 1/3 정도가 흔들린 사진이었습니다

오두막으로 웨딩 찍던 시절도 아니고 저런 좋은 장비 들고서 대체 왜 셔속이 1/60?(심지어 중간중간 1/40도 있었습니다)

혹시 업체 대표가 감도를 올리면 바디가 터져버리는 장치라도 달아놨던걸까요?

거기다 이상한 구도 때문에 신부 입장 사진 같은 경우에는 흔들리고 말고를 떠나서 쓸게 아예 없었습니다

아니 자기 예술혼을 불태울꺼면 최소한 보험용 사진은 찍어놓고 하던지

쓸데없이 예술혼 불태운다고 전부 망했습니다 ㅋㅋㅋ

중간중간 사진이 쏟아질 것 처럼 수평 안맞춘 사진은 애교구요

심지어 가장 중요한 원판 사진까지 흔들리는건 대체 무슨짓인건지 이해가 안되더군요

아니 원판 사진은 삼각대에 올려서 찍었는데 이것까지 흔들린건 뭐죠?

제가 너무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사실 그 때 지진이라도 났던걸까요?

- 사진 구도가 저 세상이다

- 그냥 사진을 못찍는다

- 해상도가 낮다(3648 × 2432)

예식장 계약자들이 있는 단톡방에서도 나왔던 불만이었는데 역시나 저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해상도는 다른 업체에서 어떻게 주는지 잘 몰라서 일단 논외로 두고

구도나 수평 못맞추는것까지 그렇다 쳐도 흔들리는건 좀 선 넘는거 아닌가요?

사진 상태도 심각하고 jpg 파일은 저해상도 파일이라 raw 파일을 사서 좀 만져보려고 raw 파일을 사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상담 직원은 raw 파일 달라고 하는 사람이 처음이라 금액을 모른다고 작가한테 물어보고 알려준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알았다고 하고 나오고 이후에 연락이 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다른 사람들은 jpg도 돈 주고 사는데 저희는 jpg는 공짜로 가져가기 때문에 raw 파일을 사려면 jpg 가격에 raw 가격까지 다 내야 한다고 하는겁니다

무슨 저희가 jpg 파일을 강제로 뺏어간것도 아니고 예식장 계약에 있어서 받는건데 jpg 금액은 왜 내야하냐고 하니까 그냥 앵무새처럼 남들은 돈내고 사는거니까 저희는 더 내야한다고만 하네요

순간 '사실은 내가 예식장을 무료로 계약하고 결혼식을 올렸나?' 하고 헷갈릴 뻔 했습니다

그러면서 raw 파일은 일반인들은 필요가 없다 jpg만으로도 대형 인화 하는데 문제가 없다 어쩌고 저쩌고..

셀렉 할 때 집에 있는 장비 주렁주렁 매달고 가서 '하하 안녕하세요 사실 전 사진 작가입니다' 라고 뻥이라도 쳐볼껄 그랬습니다

사진으로 수익도 낸 시절이 있었으니 그다지 뻥도 아니네요

그러면 보정 안하고 그냥 raw 파일에서 jpg만이라도 원본 해상도로 컨버팅해서 달라고 하니까 그것도 안된다

그럼 원판 사진만이라도 원본 해상도로 달라고 하니까 그것도 안된다

무조건 jpg+raw 금액을 다 내야지만 준다고 버티길래 그냥 포기했습니다

웨딩 업체들이 양아치 같은건 익히 들어왔지만 그럼 실력이라도 좋던지 기준치 미만인 것들이 이러니 더 열받네요

결혼식 전에 괜찮은 업체에서 웨딩 뛰러 다니는 친한 동생한테

아무래도 우리 웨딩 업체가 불안하니 서브로 와달라

보정이고 뭐고 다 우리가 할꺼고 그냥 찍고 파일만 주면 된다

다만 네가 메인이라는 마음으로 찍어야한다 ㅋㅋ

라고 부탁했거든요

이 친구가 그럼 자기는 찍고 정리 안하고 sd카드에 있는거 그대로 보내겠다고 해서 알겠다고 했습니다

그동안 보내준 사진을 바빠서 확인을 못했다가 셀렉날 저 난리를 치고 황급히 집에 와서 압축 풀고 몇 장 확인해봤는데

와 진짜 버릴게 너무 없어서 쓸 사진 고르느라 고생하겠다 싶을 정도로 잘 찍었더라구요

이 친구 바디는 a7m3, a7m4에 렌즈는 시그마2470, 85.8이었는데 메인 장비가 r6m2에 2870인걸 떠올리니 정말 기가 차네요 ㅋㅋ

찍을 때도 메인은 위치나 포즈만 지시하는데 이 친구는 옷이나 장식 등 디테일한걸 다 체크해줘서 '보통이 아니구나' 라고 생각했거든요

애초에 두 사람 실력 차이가 비교도 안될만큼 어마어마하게 컸던거네요

대학교 동아리때는 제가 사진 가르쳐주고 그랬었는데 이제는 제가 가르쳐달라고 졸라야겠네요 ㄷㄷ

웨딩 경험 풍부한 동생 덕분에 저 업체 사진은 깔끔하게 포기했는데 서브 부탁 안했으면 정말 마음 고생 크게 할 뻔 했습니다

혹시 당산역 바로 옆 웨딩홀에서 결혼 하시는 분들 중 본식 스냅 셀렉을 뚝섬역 근처로 가신다면 사진 망했을수도 있겠다고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