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준의 늪’ 교보자산신탁, 작년 영업손실 3120억…신탁사 중 최악

교보자산신탁 본사 /사진=교보자산신탁 홈페이지

교보자산신탁이 지난해 주요 부동산신탁사 중 최악의 영업손실을 냈다. 그간 공격적으로 수주했던 ‘책임준공형 관리형 토지신탁 사업’의 리스크가 현실화하면서 발목을 잡았다.

교보자산신탁은 지난해 연간 실적으로 영업수익 1218억원, 영업손실 3120억원, 순손실 2409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수익은 전년 대비 15.90% 증가했지만 영업손실과 순손실의 폭이 각각 731.8%, 716.7% 확대됐다. 교보자산신탁은 2023년 연간 영업손실 375억원, 순손실 295억원 등을 낸 뒤 적자 기조가 이어졌다.

책준형 토지신탁이 걸림돌이 되면서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교보자산신탁은 실적악화에 따른 주요경영상황공시에서 신탁계정대 대손상각비와 충당부채가 늘며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자료=교보자산신탁 공시 가공

지난해 말 기준 신탁계정대는 7912억원으로 전년(4404억원)보다 79.65% 급증했다. 신탁계정대는 신탁사가 사업비 조달을 목적으로 고유 계정에서 빌려준 대여비다. 자금을 빌린 대가로 이자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사업장이 부실해지면 충당금 설정으로 이익이 감소할 수 있다.

교보자산신탁의 경우 지난해 신탁계정대 이자로 249억원의 수익을 올렸지만 신탁계정대 대손충당금으로 3475억원을 설정했다. 신탁계정대 대여에 따른 이익보다 손해가 큰 것이다. 전체 대손충당금으로 3476억원을 설정한 가운데 277만원을 제외한 전액이 신탁계정대 대손충당금이다.

2023년 말 기준 책준형 신탁사업 현장은 충남 아산시 온천동 주상복합 신축사업 외 66건이다. 당시 책준형 신탁사업에 투입된 프로젝트파이낸싱(PF) 한도는 3조2160억원, 실제 투입금액은 2조76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22건의 책준 의무가 미이행됐고, 손실이 이월되며 대규모 충당금을 설정한 것으로 보인다. 책준 미이행 사업장의 PF 한도는 6815억원, 실제 투입금액은 4428억원이었다.

지난해에도 책준형 신탁사업의 리스크가 이어졌으며, 10월 경기 의정부시 의정부동 생활형숙박시설 신축사업 책임준공 미이행으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당했다. 또 토지신탁 관련 부실채권이 발생하며 손실이 커졌다. 8월 396억원, 9월 393억원, 11월 330억원 등 총 1119억원 규모로, 자기자본의 10% 이상에 해당되는 건에만 공시 의무가 있어 잠재된 규모는 더욱 클 수 있다. 회사는 시장 상황을 고려한 매각과 할인분양으로 채권을 회수할 방침이다.

교보자산신탁은 교보생명이 지분 100%를 가지고 있다. 자회사의 부진으로 모회사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셈이다. 교보생명은 교보자산신탁 유상증자에 1000억원, 신종자본증권 인수에 1780억원 등 지난해에만 2780억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교보생명의 자회사에 대한 재무적 지원 부담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예정이다.

교보자산신탁은 올해 독이 된 책준형 신탁사업 정리에 속도를 내면서 도시정비, 리츠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개선할 계획이다.

나영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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