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소비시장 크로스오버] 일본에 '비비고' 깃발 꽂는 CJ제일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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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컬처와 J-컬처가 국경을 넘어 교차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집중 조명합니다. K-브랜드의 일본 진출과 J-브랜드의 한국 재진출 사례를 통해 양국 소비 시장의 연결고리를 분석합니다.

CJ제일제당이 일본에서 질주를 시작했다. 수년간의 외형 축소를 딛고 올해 신공장 구축과 현지 유통 채널 입점을 통해 반등의 기틀을 닦았다. 생산량과 소비자 스킨십을 동시에 늘려 일본 생활환경 전반으로 확산 중인 K트렌드의 템포를 맞추고, 식문화에도 스며들겠다는 구상이다. 대표 제품인 비비고 만두가 현지 '국민 반찬'으로 분류되는 교자와 유사해 자연스레 선택지 전환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2일 CJ제일제당에 따르면 일본 치바현 키사라즈시(市)에 있는 만두 공장이 이달부터 가동을 시작한다. 지난해 4월 1000억원을 투자해 연면적 약 8200㎡ 규모로 건설한 핵심 기지이자 오사카, 아키타, 후쿠오카, 군마에 이은 CJ제일제당의 다섯 번째 현지 생산 거점이다.

CJ제일제당이 일본 치바현에 연면적 약 8200㎡ 규모로 건설한 만두 생산 공장이 이달부터 가동을 시작한다. / 사진 제공 =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총 1조1000억원으로 추산되는 일본 냉동만두 시장을 절치부심의 자세로 노리고 있다. 미국에서 슈완스를 인수하던 2019년 회사는 일본에서도 현지 만두 업체 '교자계획(GYOZA KEIKAKU)' 지분을 사들이며 청사진을 그렸지만, 이후 상반된 성적표를 받은 바 있기 때문이다.

매해 도약한 북미와 달리 일본에선 다소 부진했다. 2022년 3432억원 수준이던 일본 법인 ‘CJ푸드 재팬(CJ FOODS JAPAN CORPORATION)’의 매출은 이듬해 2979억원, 지난해 2573억원으로 뒷걸음질 쳤다. 같은 기간 슈완스가 3조3394억원에서 4조7132억원으로 41.1%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뼈아픈 성과다.

다만 올해를 기점으로 기류는 바뀌었다. 상반기 기준 전년 대비 26.6% 증가한 1516억원의 매출을 올린 상태로 CJ제일제당은 이를 동력 삼아 시장 진입을 본격화하겠다는 의지다. 당면 과제는 공고한 점유율을 깨는 것이다. 코트라에 따르면 일본 냉동만두 시장은 2020년 기준 현지 1·2위 업체 아지노모토 냉동식품(53.2%)과 이트앤드푸드(28.8%)가 전체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구조다.

일본 치바현 키사라즈시(市)에 있는 CJ제일제당의 만두 공장 전경. /사진 제공=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우선 비비고 브랜드와 소비자의 친밀도를 높이는 전략을 택했다. 현지 2030세대와 해외 관광객을 겨냥해 7월부터 일본 유통기업 '팬퍼시픽인터내셔널홀딩스(PPIH)'가 운영하는 할인 잡화점 '돈키호테'에 비비고 전용 매대를 입점시켰다. 이곳에선 김스낵∙컵우동∙불고기소스와 1분링 등 17종의 신제품을 판매한다. 기존 만두를 전역에 공급해 온 이온(AEON), 코스트코, 아마존, 라쿠텐 등 주요 유통망과는 별도로 시장 가능성을 점쳐 보겠다는 계산이다.

비비고 매대는 현재 일본 전역의 약 200여개 매장에 설치했다. CJ제일제당은 소비자 반응을 살핀 뒤 올해 안에 전국 돈키호테 매장을 포함해 현지에 총 600개가 넘는 PPIH그룹의 유통 매장으로 단독 매대 입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일본 ‘이토추상사' 식품부문과도 손잡기로 했다. 이토추상사는 일본의 5대 종합상사 중 하나로, 일본 전역을 아우르는 유통망과 함께 현지 최대 식품 유통사인 ‘니혼악세스’, 대형 편의점 체인 ‘패밀리마트’ 등 유명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어 CJ제일제당의 전략적 파트너로 적합하다는 평가다.

일본 도쿄 나카메구로에 위치한 돈키호테 매장에서 소비자가 비비고 전용 매대를 살펴보는 모습 / 사진 제공 =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은 비비고를 통해 한국식 요리의 차별점을 강조하고 있다. 만두의 경우 상대적으로 큰 크기에 김치만두, 육즙만두와 같은 낯선 맛과 식감을 내세웠다. SNS상에선 ‘한국에서 유행하는’ 메뉴라는 콘셉트를 덧입혀 레시피도 적극 소개한다. 예컨대 콩국물에 면 대신 만두를 넣는 변형 요리를 제안하며 비비고 고유의 영역을 개척하는 식이다.

CJ제일제당은 일본을 기회의 땅으로 보고 있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입맛이 유사한 데다, 한국 문화에 개방적이면서 소비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최근 영화 등 콘텐츠를 넘어 먹거리로까지 확산하고 있는 K트렌드가 비비고 확장세에 힘을 보탤 것이란 기대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만두 1위’를 달성한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 방식을 일본에도 심을 것”이라며, “현지 소비자 눈높이에 맞춘 제품으로 ‘비비고 만두’ 열풍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박재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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